하나금융硏 "한-중 FTA에 화장품·의료기기 웃고 철강·섬유 울고"
한국과 중국의 FTA 체결로 화장품과 의료기기 업종은 수혜를 받고, 철강이나 섬유업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3개 업종을 대상으로 중국과의 FTA 체결 파장을 분석한 '한-중 FTA 체결에 따른 주요 산업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FTA 체결로 한국은 1만1272개 품목(수입액 736억4000만 달러), 중국은 7428개 품목(수입액 1417억5000만달러)관세를 20년 내에 순차적으로 철폐하게 된다. 품목 기준으로는 한국이, 금액 기준으로는 중국이 더 큰 폭으로 개방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귀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의 대중국 수출과 수입 의존도는 올해 기준 각각 25%, 17%에 달한다"며 "한-중 FTA 체결로 양국 간 무역이 더욱 활발해지고 교역량도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연구위원은 또 "비관세 장벽 철폐와 투자 자유화 등의 부수적인 결과로 인해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확보하는 효과도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다만 여타 국가와의 FTA와 비교해 볼 때 즉시 관세 철폐 또는 조기 철폐 품목 수가 적어 실질적인 개방도는 낮다고 평가했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한-미, 한-EU FTA의 경우 관세를 즉시 철폐하는 품목의 비중이 전체의 87%, 94%를 차지했던 반면 한-중 FTA는 20%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양허 수준은 매우 낮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즉시 수혜 업종은 많지 않으나 의료기기와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화장품, 음식료, 소매유통 등 6개 업종은 장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안혜영 수석연구원은 "화장품의 경우 관세철폐에 따른 가격 인하효과보다는 마진율 제고에 따른 수익성 증대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김문태 연구원은 "오프라인 매장의 영향은 제한적이나 역직구 시장 활성화로 전자상거래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며 전자상거래 관련 업체의 수혜 가능성을 주목했다. 정 연구위원은 의료기기 산업에 대해 "중저가 제품 중심의 수출입이 활발한 편인데, 중국 관세율이 높고 한국 기술력이 높아 FTA 이후 전망이 밝다"고 진단했다. 김동한 연구원은 "공작기계 부품, 플랜트 부품 중심으로 기계산업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타이어와 비철금속, 섬유 등은 저가 중국산 수입 증가로 타격이 예상되기도 했다. 김유진 수석연구원은 "비철금속의 경우 수출입 시장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데 관세 철폐 시 중국제품 유입 확대로 국내 시장 잠식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 수석연구원은 섬유산업에 대해 "중국 수입 비중이 높아 관세 철폐시 저가 섬유 유입이 더욱 확대돼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반도체나 건설, 디스플레이, 전자기기, 항공, 정유, 의약품 등 12개 업종은 FTA로 인해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남훈 연구위원은 "수출 비중이 높은 IT 부문의 경우 이미 무관세 협정이 체결된 상황이고 해외 생산비중이 커 FTA의 실질적인 영향은 미미하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과의 FTA 체결 효과는 관세인하 효과만으로 단기간에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전자상거래, 문화컨텐츠, 음식·숙박 등 다양한 측면을 바라봐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보다 큰 틀에서 기회요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