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 여신협회 김근수 회장 "마지막까지 소임 다할 것"
여신금융협회 김근수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3일 끝난다. 통상 공직자라면 '레임덕'을 걱정할 시기이지만 김 회장은 마지막까지 '전력질주'하고 있다. 지난 18일 퇴임을 앞둔 김 회장은 본사에서 '여신금융업계 통일 준비 방안' 세미나를 개최, 업계 전문가들과 남북통일을 대비해 여신업계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워낙 소탈한 성품이어서 협회 내에서도 연임을 바라는 이들이 많다"며 "임기 동안 굵직한 업계 현안을 다수 해결,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강력한 리더십 발휘, 업계 현안 해결 3년 전 10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김 회장은 재임 중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IC카드 전환 등 업계 현안을 지혜롭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내 숙원사업이었던 네거티브제 전환을 일궈냈는가 하면, 관직 경험을 살려 당국과 지속적인 소통도 이어갔다. 업계 관계자들이 꼽는 김 회장의 첫 번째 업적은 바로 네거티브 전환이다. 카드업계 수익원 다변화를 위해 업무 범위를 포지티브에서 네버티브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비카드·카드 부수업무 네거티브가 됨에 따라 여신금융사가 보유한 인력과 자산, 설비 등을 활용해 수익다변화 기회를 창출할 수 있었다. 외국환 업무 범위도 확대했다. 비은행 금융기관의 외국환 업무범위를 기존 열거식에서 '원칙허용, 예외금지 방식(포괄식)'으로 전환하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에 기여했다. 덕분에 외화표시 매출채권 매매·관리업무(펙토링), 외화표시 지급보증 업무가 가능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채권을 보유한 기업 또는 해외 진출 기업의 자금융통 어려움 해소와 금융부담 감소에 기여하는 등 협회장으로서 시장 생태계를 바꾸는 작업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범정부차원에서 추진 중인 IC카드 전환사업 과정에서도 김 회장의 역할이 컸다. 과거 카드사 정보유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보안 강화를 위해 카드업계가 골머리를 앓는 사이 김 회장은 각 주체를 한데모아 사업을 원활히 추진했다. 올 초부터는 영세가맹점 IC단말기 전환기금 1000억원을 조성, 65만여 곳에 이르는 영세가맹점의 IC카드 단말기 교체사업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김 회장은 핀테크 등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여신금융연구소를 개소하고 여신금융연구원, 대외협력실 등을 신설하는 등 협회 조직 선진화에 앞장섰다. 김근수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국내 카드업계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금융당국의 사전 규제 완화에 대비해 지불결제 시장에서 카드사의 역할과 수익성이 제고될 수 있도록 부수업무 확대와 정책 발굴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차기 협회장은 미정…관(官)vs민간 출신 의견 맞서 여신협회장은 그간 경제 부처나 금융당국 출신이 맡아 왔다. 김 회장 역시 행시 출신으로 재무부 사무관,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장 등을 거쳐 지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다. 다만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관피아 척결 논란이 일면서 은행연합회·보험협회 등 다른 금융업계 협회장들이 민간 출신으로 채워져 일각에선 김 회장의 뒤를 이어 민간 출신 여신협회장이 부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차기 협회장도 민간 출신이 선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그래야 카드, 캐피탈, 리스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업권 간 조정을 원활하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반면 최근 카드업계가 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되고 있고, 여소야대의 20대 국회에서도 각종 대출금리 등 여전업계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관이나 정치권 출신의 '힘 있는' 협회장이 필요하단 주장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힘 있는 '관피아'가 차기 협회장으로 선임됐으면 좋겠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당국에 목소리를 높일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일 김 회장의 퇴임이 정확히 2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후임자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이달 말쯤 차기 협회장을 선출해야 하지만 여신협회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일정도 못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추천 후보와 다른 경로로의 추천 후보 등 각 후보들을 놓고 차기 협회장에 대한 당국과 교감할 필요가 있는데, 아직까지 회추위 일정이 개시되지 않은 것은 당국의 추천이 늦어지는 탓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회추위는 협회 이사 회원사인 카드사 사장 7명과 캐피탈사 사장 7명 등 14명으로 구성된다. 차기 협회장 선출 일정만 나오면, 현 이사회를 회추위로 전환하면 된다. 이어 공모를 통해 후보자를 모집하고 면접 등을 거쳐 압축한 단수후보를 회원사 총회에 추천, 72개 회원사 투표를 마지막으로 협회장이 선출된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현재 물망에 오른 후보들이 다수있지만 관련 논의는 협회 차원에서 밝히지 않고 있다"며 "회추위 구성 일정 등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현 김근수 협회장 퇴임 일정에 맞춰 협회장 선출 수순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