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외면하는 보험업계 이유는?
미래에셋생명 홀로 신탁형 ISA 출시…"추구하는 수익 모델 달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에 적극적인 보험사는 '전무(全無)'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경쟁력 없는 싸움에 스스로 'ISA전쟁'에서 소외되길 자처한 꼴이죠." 그간 국내 금융업계 '뜨거운 감자'로 주목받아 온 ISA의 33개 금융사 출시 첫 주 성적이 나왔다. 은행·증권·보험 등 국내 금융업권 중 승자는 은행. 증권과 보험 등 타 업권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기록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판도 변화를 위한 '고객 모시기'에 분주한 모습이지만 보험업계는 시큰둥하기만 하다. 보험사들은 "애초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영업망 확보·초기 투자 비용 등 부담 21일 한국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전국은행연합회 등이 발표한 'ISA 일일가입동향'에 따르면 지난 18일 ISA 출시 닷새까지 판매실적을 집계한 결과 ISA의 전체 가입자 수는 총 65만8040명이었고 가입금액은 3204억4000만원 가량이었다. 기관별 가입자 수는 은행이 61만7215명으로 전체 94%를 차지, 이어 증권 4만643명(6%), 보험 182명(0%) 순이었다. 가입금액 역시 은행 1984억원(62%), 증권 1218억6000만원(38%), 보험 1억8000만원(0%) 순으로 집계됐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타 업권 대비 보험업 내 ISA 영업 실적은 미래에셋생명 단 한 곳만이 ISA 계좌를 출시했다는 점을 고려해도 미미한 수준"이라며 "당장 타 업권과 영업망 경쟁에서 상대가 안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보험사들의 상품 영업은 설계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고객이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점포가 빈약한 이유도 여기 있다. 대형사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만 해도 점포 수는 전국 60여 개뿐. 많게는 수천 개에 달하는 은행·증권사 점포와는 사실상 경쟁이 불가능한 구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SA 출시를 위한 초기 투자 비용 마련이 부담된다"며 "은행, 증권사와 달리 ISA와 같은 투자상품 판매에 있어 국내 보험사 내에는 관련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당장 ISA 판매가 가능한 인력 양성부터 상품 개발까지 여러 모로 돈 들어갈 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상품 명목인 ISA는 기존 보험업의 성격과도 맞지 않고 보험상품은 예·적금, 펀드, ELS 등과 다르게 ISA에 담을 수도 없다"며 "영업망 등 상품 판매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실익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고객 확보 쉽지 않을 것" ISA는 자본시장법상 신탁이나 일임업 허가를 보유한 금융사라면 어디든 취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으로부터 신탁업 라이선스를 보유, ISA 출시 자격을 얻은 국내 보험사는 여섯 곳. 현재 ISA 신탁형 계좌를 출시한 미래에셋생명과 함께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흥국생명 등 생보사 다섯 곳과 삼성화재 등 손보사 한 곳이다. 다만 미래에셋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개 보험사는 ISA 상품 출시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ISA 출시를 예고한 삼성생명만 해도 "ISA 출시를 예정하고 있을뿐 아직 상품 개발 단계이며 확정된 사안도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업권 내 타사 모두 ISA 출시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미래에셋생명의 신탁형 ISA 출시는 독특한 행보로 눈길을 끈다. 미래에셋생명은 이에 대해 "다른 보험사와 다른 수익 사업모델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미래에셋은 보장성 보험과 함께 '피비즈(Fee Biz)' 상품을 주요 수익 모델로 추구하고 있다"며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을 통한 수수료 수익으로 지난해 400억원의 수입을 창출, 자신감을 얻어 ISA 운용에 있어서도 기존 자산운용 노하우를 이용하여 얻을 수 있는 수수료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이어 "펀드 판매 자격이 있는 설계사들이 타사 대비 높아 이를 활용하여 ISA 상품 판매에 나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는 미래에셋생명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ISA의 보험사 수익 창출에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 보험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의 ISA 출시는 '투자상품에 강한 미래에셋'이란 브랜드 홍보를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 한, 보험사에서 ISA 계좌를 만들 고객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