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순익 은행 2배… 예탁금 8000억 증가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가 변하고 있다. '만년 2등' 보험업이 지난해 은행업의 2배 가까운 순이익을 기록한 것. 은행권의 실적 회복이 올해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분간 보험권의 '금융업 선두 지키기'가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발표한 '국내 은행의 2015년 중 영업실적(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3조5000억원에 그쳤다. 전년 6조원 대비 2조5000억원(42.6%) 줄어든 것이다. 지난 2003년 '카드 사태'로 대거 적자를 냈던 시기(1조7000억원)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8일 "지난해 은행업은 저금리로 순이자마진이 줄어든 가운데 경남기업, 동아원 등이 새로 회생절차 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갔다"며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던 STX조선과 관련해 일부 은행이 거액을 대손비용으로 처리하면서 은행업의 4·4분기 순익이 적자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보험업계는 6조3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5조5000억원 대비 8000억원(13.3%) 증가한 수치다. 생보사 당기순이익은 3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0% 늘었고, 손보사는 2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5.1% 증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만년 2등'이라는 인식이 강한 보험업이 지난해 높은 순이익을 기록하며 금융시장 내 뿌리 깊이 박힌 '1등 은행, 2등 보험'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시장의 반응에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보험업계의 호실적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업계가 높은 순이익을 기록한 것은 맞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속 빈 강정'일 뿐"이라며 "보험업계가 오는 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따른 자본 마련 등을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선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보험업계는 지난 몇 년간 인력 감축에 나서며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을 단행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4년 상반기 300명, 하반기 540명 등 2차례에 걸쳐 인력을 줄였으며 삼성생명 역시 같은 해 1000여명의 인력을, 교보생명은 580명의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험업의 실적 개선은 비용 절감 및 통제에 따른 영향이 크다"며 "특히 인력 감축에 따른 유휴 비용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은행의 경우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일회성 비용 유출이 커졌고, 이에 따라 보험사에 비해 낮은 실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최근의 호실적에 대해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 증가의 이유도 들고 있다. 실제 시중 금리의 하락은 영업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지만 채권값은 올라간다. 보험 상품 판매 강화에 따른 영향도 무시 못한다. 생보사들의 경우 지난해 보장성 보험의 판매 이익이 급증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지난해 3·4분기까지 보장성 보험 신계약 건수가 전년 대비 각각 15.0%, 9.7% 증가했다. 교보생명 역시 같은 기간 보장성 보험 판매가 늘어 위험보험료가 증가, 고객이 납부하는 위험보험료 대비 회사가 지급하는 사망보험금 비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3%포인트 개선됐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화생명의 경우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8.6% 늘어난 576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생명의 순이익도 전년 대비 26.5% 늘어난 1조532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다만 은행권은 금리 인하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이 점점 나빠지는데다 올해 대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충당금 이슈가 불가피해보인다"며 "당분간 은행권이 보험권의 순이익을 앞서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