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선택 하이닉스, SK품에 안겨 그룹 '효자'
[메트로신문 정문경 기자] 메모리반도체의 '강자' SK하이닉스가 불안한 시장 여건 속에서도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한 성과를 인정받아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이 내년에도 SK하이닉스를 이끈다. SK하이닉스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끈 비결은 박성욱 사장의 위기의식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현재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고, 2013·2014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했음에도 박 사장이 자나 깨나 외치는 것은 '위기'다. 사상 최대 실적에 자만하다가는 언제 또 위기를 맞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박 사장의 머릿속에는 아직 2000년대 쓰라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매각 추진 과정이 또렷하게 남아 있다. 하이닉스는 채권단 관리 체제를 겪으며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팔려갈 뻔하기도 했고, 21 대 1 감자를 당해 주가가 120원대까지 떨어지는 수모도 겪었다. 당시 하이닉스를 궁지로 몰아넣은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은 이제 끝났고 하이닉스는 승자로 우뚝 섰다. 하지만 박 사장은 아직 안심이 안 된다고 했다. D램에서는 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못지않은 강자지만 기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낸드플래시에선 10%대 점유율로 4, 5위권을 맴돌고 있어서다. 중국이 언제 도전자로 등장할 지 모른다는 점도 걱정이다. 그는 지난해 "두 번만 기회를 놓쳐 버리면 힘을 잃는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제 때 만들지 못하면 한 번쯤은 그럭저럭 버텨낼지 몰라도 그런 일이 두 번 반복되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박 사장의 위기 의식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올해 계열사 중 가장 많은 승진자를 배출하는 승진잔치를 벌였다. SK하이닉스는 부사장 1명, 전무 5명, 상무 신규 선임 13명 총 19명이 승진했다. SK하이닉스의 임원 승진 규모는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14명), SK건설(14명), SK네트웍스(13명), SK텔레콤(12명)과 비교해도 크다. 실적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한 4조9250억원, 영업이익은 6.3% 증가한 1조383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각각 1조5890억원, 1조3750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는 7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 원대를 돌파했다. 최근 반도체의 일종인 낸드와 저장장치인 D램 가격 하락 등 업계 경영 악화가 우려되고 있지만, 업계는 내년 상반기까지 글로벌 D램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수요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D램산업은 제조사들의 공급 조절로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 재고 이슈와 수요약세로 가격하락폭이 확대된 PC D램 공급도 줄이고 있어 3분기 이후 PC D램가격 하락 폭이 점차 축소되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최첨단 반도체 공장인 M14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 모두 15조 원의 투자가 집행될 이 공장은 올해 말 월 3000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갖춘 후 점진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하며 확고한 경쟁우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모두 46조원을 투자해 M14외에 국내에 두 개의 반도체 공장을 더 구축하겠다는 미래비전도 밝혔다. M14구축에는 15조원, 나머지 두 공장의 구축에는 3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M14를 포함해 세 개의 신규 공장 건설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