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한계 드러낸 메모리 공화국…'대규모 M&A' 언제?
EUV 공정으로 제작된 D램 모듈. /삼성전자 반도체 부족 현상이 국내에는 그렇다할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메모리 중심 구조 때문. 수출 경기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대적인 투자와 육성 전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5월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제자리에 머물렀다. PC용 DDR4 8Gb D램이 3.8달러, 128Gb 16Gx8 MLC 낸드플래시가 4.56달러다. 원인은 장기 계약 때문으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메모리 가격이 상승하면서 장기 공급 계약이 늘었고, 이에 따라 가격도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것. 하반기부터는 저점에서 계약됐던 거래가 끝나면서 본격적인 상승세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5G 투자 증가 등 호재도 많다. 3분기 3~8% 상승할 것이라는게 트랜드포스 분석이다. 다만 다른 반도체 업체들과 비교하면 '슈퍼 사이클' 효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위기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업계 동향이 심상치 않다. 대만 TSMC가 1분기에 전년대비 25% 매출 상승했고, 미중 무역분쟁으로 생존위기까지 거론됐던 중국 SMIC 마저도 22% 성장했다. 실제 수익률은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16% 증가에 머물렀다. DS부문만 보면 7.8% 만 늘었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오스틴 공장 중단 영향도 있었지만, 메모리 사업도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 팹3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모습. /TSMC 시스템 반도체는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70% 이상을 차지하는, 진짜 반도체 산업이다. 부가가치가 매우 높아서 수익률도 메모리와 비교해 훨씬 큰 편이다. 삼성전자도 다행히 TSMC와 유일하게 대적할만한 파운드리 시장 2위 업체다.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해 TSMC와 유이하게 5나노 수준을 양산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대규모 투자를 거듭해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분기 점유율은 17%로 오히려 전분기보다 1% 포인트 떨어졌다. TSMC는 54%에서 55%로 더 올랐다. EUV를 선재적으로 도입하면서 7나노에 먼저 진입하는데 성공했지만, TSMC가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기술력을 삼성전자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와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사 방어에 성공했다. 아래에서는 빠르게 치고 오르는 분위기다. 대만 UMC가 전분기 대비 5% 성장을 기록하며 점유율 7%를 지켰다. 여전히 14나노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영역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 SMIC도 12% 성장으로 다시 5%로 올라섰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경제에도 '뇌관'으로 꼽힌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반도체 생산 지수가 10.9%나 하락하며 1년내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 덩달아 전산업 생산지수도 111.4로 -1.1%로 하락전환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설명이지만, 반대로 메모리 생산에 문제가 생기면 수출 뿐 아니라 투자, 협력사 등 전체적으로 심각한 손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도체 비전 2030에 이어 최근에는 추가로 투자를 결정하면서 시스템 반도체에만 171조원을 쏟아붓게 됐다. 아직 위치를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도 19조원을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증설하기로 정부에 약속한 상태다. 문제는 TSMC가 오히려 더 '초격차'에 나서고 있다는 것. 당장 앞으로 3년간 투자 금액만 110조 이상으로 연간 투자액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2배에 달한다. 그 밖에도 애리조나 3나노 라인 증설과 일본 연구센터 등 투자 발표를 이어가면서 삼성전자를 더 멀리 따돌리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더이상 여력이 없어 보인다. 당장 메모리 기술 격차를 지키고 TSMC를 따라가기도 벅찬 모습.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글로벌 정세 변화 등에 휘말려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M&A 적기라는 말이 나오지만, 당장 나서기도 어려운 처지다.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 중이라서 결정을 내릴 주체가 없어서다. 최근 '대규모 M&A'를 거론한 만큼 전략을 짰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 부회장 거취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칫 좋은 매물을 놓치거나, 불필요하게 비싸게 사들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에서 성과를 내려면 IP를 확보하거나 생산 시설을 고도화하는 등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며 "대규모 M&A가 그 중 한가지 방법이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상황으로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