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끓는 가전 시장, 코로나19 아픔 씻어낼 수 있을까
삼성 그랑데 AI 건조기(왼쪽)와 LG전자 트롬 스팀 씽큐. /각사 제공 가전 시장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판매량이 대폭 상승하고 있는 것. 단, 해외 시장이 여전히 침체를 이어가면서 2분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9일 전자랜드에 따르면 이번달 17일까지 드럼 세탁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90%나 증가했다. TV와 냉장고 판매량도 30% 늘었다. 에어컨 판매량도 올 초 연휴에 크게 증가한 뒤,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 대형 가전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는 전언이다. 지난 3~4월 코로나19로 쪼그라들었던 소비 심리가 최근 들어 다시 회복하고 있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올 초 '대박' 행진을 이어갔던 청정 가전 판매량도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식기세척기가 전년 동기보다 900%나 많은 판매량으로 10배 성장했다. 공기청정기 역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전기 레인지도 70%나 많은 판매량을 달성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5월 들어 대형 가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청정 가전도 종전에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2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 시장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이유는 코로나19사태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확진자수가 크게 감소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됐고, 이에 따라 대면 판매 중심인 가전 수요도 다시 증가했다는 것. 정부 정책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으뜸 효율 가전제품 구매비용 환급사업과 함께, 재난지원금 지급이 시작되면서 소비 진작효과가 가전 업계로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신제품 출시 효과도 컸다. 상반기 가전 업계는 세탁기와 냉장고, 에어컨 등 대형 가전을 잇따라 출시했다. 전작보다 기능을 크게 높인 덕분에 소비자 이목을 사로잡는데 성공, 코로나19에도 흔들리지 않는 판매량을 이어갔다. 특히 건조기 시장이 뜨거웠다. 삼성전자 그랑데 AI, LG전자 트롬 신형이 주인공이다. 그랑데 AI 건조기는 국내 유일 1등급, 트롬 신형은 '트루 스팀'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LG전자가 출시한 '워시 타워'도 3주만에 1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등 시장에 자극제로 작용했다. 단, 판매량 증가분이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만회할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여러 호재로 일시적인 판매 증가가 일어났을 수 있는 만큼, 다음달까지 상황을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미다. 특히 해외 상황이 큰 문제로 꼽힌다. 가전 업계는 코로나19에도 2분기 들어 내수 시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고 입을 모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봉쇄가 거의 끝났음에도 경기 침체 등 요인에 판매 정상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 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하락을 만회하기에는 아직 크게 부족하다"며 "국내 가전업계의 해외 비중이 높은 만큼, 2분기 실적 악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