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반도체 동맹 상징 되나, WD·키옥시아 통합 급물살
미국 웨스턴디지털(WD)과 일본 키옥시아 통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난제였던 지분과 경영, 자금 확보 등에 합의점을 찾는 분위기다. 다만 글로벌 정부에서 반독점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 성사 후에도 기대만큼 시너지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일본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키옥시아와 WD는 이번달 안으로 통합과 관련한 내용을 합의한다는 목표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20일까지 금융기관과도 대출 조건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WD가 메모리 사업을 분리하고 키옥시아와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WD가 50.1% 지분을 갖는 대신, 키옥시아가 경영진을 절반 이상 채우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WD와 키옥시아는 낸드플래시를 주력으로 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전세계 3위와 4위로, 양사가 합치면 30%를 넘어 삼성전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다. 양사는 2021년부터 통합을 논의해왔지만, 본사 위치와 지분율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왔다. 한 때 무산됐다는 추측도 나왔지만, 메모리 시장 침체로 생존에도 위협을 받으면서 결국 다시 합병을 추진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겨우 뜻을 맞추게된 모습이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합병이 이뤄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당장 반독점 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부터 미지수다. 국제 사회에서는 반도체 시장이 특정 기업에 독점 체제가 되면 시장은 물론 특정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인수 합병시 주요 국가 반독점 심사를 통과해야만 하도록 했다. 그러나 미중무역분쟁과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심사 지연이나 이유가 불분명한 승인 거절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은 미국 인텔이 이스라엘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하는데 이유 없이 승인을 지연해 포기하게 만들었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양사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합쳐도 2% 남짓에 불과해 독점 가능성은 없었다. 앞서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NXP 인수와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와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에도 승인을 계속 미뤄 무산케 했다. 미국도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마이크론 인수와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의 매그나칩 인수를 저지한 바 있다. 키옥시아 주주들도 다소 부정적이라는 전언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분 49.9%를 보유한 베인캐피털을 통해 간접 투자한 SK하이닉스가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합쳐도 문제다. 통합에 성공한다고 기대만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 큰 탓이다.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 단순 합산으로는 세계 1위를 위협할 정도지만, 기술이나 수익성면에서는 그렇다할 경쟁력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키옥시아와 WD는 여전히 162단 낸드를 최선단 공정으로 양산 중이다. 내년에서야 200단대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나마도 주력은 96단과 112단으로,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에 공급한다. 미중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무역 규제가 더 심화하면 주요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 현지 메모리 업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력도 유지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다만 일본 반도체 육성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본사를 비롯한 주요 시설이 일본에 자리를 잡을 예정인데다가, 존폐 여부도 불투명했던 키옥시아를 확실히 부활시킬 수 있다. 일본 소부장 산업 육성에도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일본에 TSMC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업체들이 모여드는 상황, 반도체 업계에서는 가장 규모의 산업인 낸드 부문 키옥시아가 생태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전할 수 있다. 키옥시아는 EUV를 대체할 캐논의 '나노 임프린트(NIL)' 장비 개발을 돕는 업체이기도 하다. NIL은 EUV보다는 파장이 길긴 하지만, 비용이 저렴해서 주목을 받는 노광 장비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