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지나는 반도체, '업턴' 기대에는 여전히 의문 가득
반도체 시장이 본격적으로 반등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서버에 이어 전방 수요도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다만 여전히 낮은 가격과 경기 침체로 실제 실적 회복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26일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시장 가격은 1.51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달 말을 기준으로 고정 거래 가격이 1.4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번달 들어 반등에 성공하며 1.5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단 D램 가격 하락이 멈춘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까지 동참한 감산 효과가 본격화한데다가, 제조사가 가격 방어에 나섰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원가가 1.4달러 수준으로 알려진 만큼, 3분기 계약 협상에서는 이를 지키기 위해 가격 인상을 추진했다는 트렌드포스 분석도 나왔다. '재고 정점'도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증권은 2분기 D램 수요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었다며 SK하이닉스의 비트 생산량인 빗그로스 추정치를 21%에서 38%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그 밖에 증권가에서도 2분기부터 재고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고 주가 전망치를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오랫동안 극심한 침체를 겪던 전방 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에 TV 등 일부 제품군에서 메모리 재고가 정점을 지났고, 스마트폰과 서버 등에서도 2분기부터는 재고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대작 게임 출시로 콘솔 수요도 늘고 있다.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 5일 디아블로4 출시 후 21일까지 휴대용 PC(UMPC)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94% 증가했다. '스팀덱'에 이어 에이수스가 엘라이를 출시하는 등 경쟁도 이어졌다. 데스크톱 PC 부품인 CPU와 SSD 역시 같은 기간 각각 23%, 16% 성장했다. 닌텐도 스위치도 출시된지 6년이나 지났지만 젤다의 전설 신작 등 영향으로 견조한 판매량을 지속하는 중, 하반기 베데스다 '스타필드'와 함께 국내 업체인 네오위즈 'P의 거짓' 등이 출시될 예정이라 판매 성장 기대감이 높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 상품인 HBM 인기가 심상치 않다. 챗GPT 상용화로 고성능 서버 수요가 폭증, 여기에 쓰이는 고성능 칩인 엔비디아 H100에 탑재되는 SK하이닉스 HBM3E가 공급이 부족할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칩 2위인 AMD도 이에 대응할 새로운 제품 MI300X를 공개하면서 고성능 서버 시장 경쟁도 본격화했다. SK하이닉스가 시장 절반을 점유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도 새로운 HBM 상표를 등록하며 하반기부터는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HBM은 D램에 구멍을 뚫어 수직으로 붙여 만든 제품이다. 기존 인터페이스를 활용하면서도 용량을 크게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속도도 빨라서 생성형 AI를 구동하는 고성능 서버에는 필수다. 가격은 기존 D램과 비교해 5배 이상으로 전해진다. DDR5도 뒤늦게나마 보급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모습이다. 인텔이 새로운 서버용 CPU를 보급하기 시작했고, 가격도 DDR4와 격차가 줄어들면서 PC 시장에서도 보편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반도체 제조사들도 대응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감산 속에서도 인텔과 협력을 통해 DDR5 공급에 힘을 실어왔던 상황, 삼성전자도 구공정 감산과 함께 12나노급 D램 양산을 시작하면서 DDR5 공급을 크게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계가 '업턴'을 시작했다는 데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다. 일단 2분기에는 1분기와 비슷한 영업 손실이 유력시된다. 삼성전자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1분기 각각 4조6000억원, 3조4000억원 규모 적자를 봤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에도 삼성전자 DS부문이 3조에서 4조원, SK하이닉스가 2조원에서 3조원 수준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이 오히려 1분기보다도 크게 하락한 데다가, 수요도 아직까지는 의미있게 늘어나지 않은 탓이다. 하반기에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방 산업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다. 미중 무역분쟁이 이어지면서 중국 시장 '리오프닝' 효과도 언제 다시 돌아올지 미지수다. 한국은행 6월 지역경제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가 내년 하반기에도 완전한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봤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