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공간 넘어 글로벌 신모델 '트랙스 CUV' 완성한 주인공들, GM 디자이너 4인방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 모델이다. '가성비' 때문이 아니다. 쉐보레 패밀리룩을 이어받아 강인하면서도 유려한 디자인, 그리고 실용성이 높은 소형 크로스오버라는 독특한 차급에 실용적인 인테리어로 호평이 끊이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전세계 GM 디자인센터가 힘을 모아 만들었다. GM 한국사업장에서 주도하긴 했지만, 사업장간 연계를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 GM 방침에 발맞춰 여러 국가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댔다. 개발 초기 갑자기 몰아닥친 코로나19 팬데믹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협업이 불가능할 뻔 했지만, 첨단 기술을 빠르게 도입할 수 있게 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협업을 가능케 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디자인 협업을 위해) 많은 기술을 접목했다. 특히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를 많이 활용해 같은 공간 안에서 같이 소통하고 리뷰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만들어 북미에 보내고 같은 시간에 헤드셋을 끼고 모여 직접 차량을 보고 가리키며 설명하고 음성으로 피드백을 하는 방식이다. 직접 차량에 앉아볼 수도 있었는데, (가상현실이라서 멀리 있는 사람들이) 같은 자리에 앉을 때 무릎에 앉거나 겹쳐지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황보영 디자이너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만든 주역들을 만났다. GM 해외사업부문 및 중국 디자인센터에서 일하는 스튜어트 노리스 부사장과 국내 디자인센터에서 근무하는 이화섭 디자이너, 황보영 디자이너, 김홍기 디자이너 등 4명이다. 노리스 부사장은 한국 디자인 센터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에너지가 넘치고 야망이 크며 협력을 잘해 최선의 결과를 이루어낸다는 이유. 거대 도시 서울과 새로운 기술을 두려움없이 제품에 반영하는 것도 놀랍다고 표현했다. 특히 한국 디자인센터가 글로벌 관점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강점으로 꼽았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해외 여행을 즐기고 교육을 받는 등 글로벌 관점을 소화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호기심과 창의성 등 에너지를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 디자인센터가 글로벌에서 북미를 제외하고는 규모가 가장 크지만, 중국과 영국 등 디자인 센터와도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며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성공적으로 디자인한 배경을 설명했다. 소형 SUV였던 트랙스를 크로스오버로 바꾼 것도 전세계 소비자들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글로벌 쉐보레 판단이다. 디자인 적으로도 카마로로 대표되는 쉐보레 패밀리룩을 자연스럽게 계승하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 역시 글로벌 협업 긴밀성을 엿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쉐보레는 고객이 원하는 바를 파악해 포트폴리오를 진화시켜왔다. 사람들이 더 크고 실용성 있는 제품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트랙스 이름을 유지하면서도 원하는 바를 녹여내기로 했다. 쉐보레 디자인 언어는 연속성이 있다. 내연기관차는 근육질적인 느낌으로, 전기차는 부드러운 폼팩터를 쓰는 경향도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강력해보이는 휠과 함께 얇은 주간주행등으로 앞에서는 날렵하게 보이고 뒤로 연결이 되게 디자인하는 등 전기차와 이쿼녹스, 블레이저의 디자인을 담아냈다. 그러나 정체된 것이 아니라 진전시킨다. 진화하고 현대화되며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바를 담는다. 지금도 이쿼녹스 EV와 블레이저 EV 이후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이번 트랙스는 외관 뿐 아니라 인테리어 면에서도 평가가 높다. 한 때 투박함 때문에 거센 비판을 받았던 과거를 무색케할만큼 세련됐을 뿐 아니라 크로스오버 특징을 극대화하고 세심하게 편의를 배려해 이제는 최대 장점으로 손꼽힌다. 황보영 디자이너는 당시 비판들을 인정하며 고민이 많았다고 소회했다.결국기존 '듀얼 콕핏' 아이덴티티를 완전히 탈피하고 발전하고자 지난 트레일블레이저부터 '드라이버 포커스'로 디자인을 바꾸고 사용자 측면에서 스피디하고 다이내믹한 인테리어로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쉐보레는 다양성을 가지고 소비자가 바라는 것을 생각하며 디자인한다. 트랙스도 소비자 성향을 반영했다. 최신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디스플레이를 접목하고 운전자로 틀어서 활용성을 높이기도 했다. 공간감을 더하기 위해 연구소와 협의해서 사이드 벤트를 도어 넘어서까지 이어가기도 했다. 시야를 넓히기 위해 대시보드를 어떻게 만드는지에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잘 정리돼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노리스 부사장도 "쉐보레 디자인은 외장만 아니라 실내 디자인이 오히려 브랜드 정체성을 더 많이 보여준다. 실내에서도 외장만한 브랜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인테리어에 많은 노력을 쏟았다고 덧붙였다. SUV와 세단 사이, 크로스오버를 어떻게 특화했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디자인팀을 총괄하는 이화섭 디자이너는 수백가지 포인트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어려움을 표현했다. 소비자 니즈와 제조사 지향점 사이에 밸런스를 찾는 게 중요한 과제, 이화섭 디자이너는 익스테리어 비율 관점에서 액티브한 라이프스타일을 느낄 수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트림 레벨별 디자인 차별 요소도 강조했다. RS 트림은 유니크한 그릴과 19인치 휠 등으로 도시적이면서 스포티하지만, 액티브 트림은 티타늄 크롬 피니시를 적용한 스키드 플레이트를 비롯해 SUV 같은 비주얼 포인트를 넣으며 폭넓은 선택을 제공한다. 소재와 컬러 등 CMF를 담당하는 김홍기 디자이너는 소형 크로스오버로 SUV와 세단을 넘나들 수 있도록 여러가지 색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결국 ▲유즈풀 ▲트렌디 ▲ 어반 ▲ 스포티 ▲ 아웃도어 등 다섯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7개를 최종 선정, 무채색 3가지와 함께 트림별로 개성적인 컬러를 나눴다. 특히 뒤늦게 추가한 피스타치오 카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생각보다 개발이 어려워 올해 나오지 못할 뻔 했다며, 7가지 컬러 중 마지막 퍼즐이었다고 소개했다. 모든 리더십이 만장일치로 좋아했다며, 타사 차량에도 비슷한 컬러가 있지만 더 연한 등 예쁜 컬러라고 자평했다. 노리스 부사장도 김홍기 디자이너와 많은 회의를 했다며 컬러 개발에서 직물 개발과 세부 내역까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김홍기 디자이너는 그린 계통 컬러가 차량에 적용되기 쉽지 않지만 일부 적용됐던 사례가 있긴 하다면서 하우스 오브 지엠 반대편에 전시된 1968년식 임팔라를 보기도 했다. 서우탁 작가가 커스터마이징한 모델로, 트랙스 크로스오버 피스타치오 카키 모델과 시대를 넘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