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업종 들여다보니>(5)건설, 이란 특수 기대되지만...단기 치입 비중 55.8%
자본시장에서 건설사는 '좀비'기업으로 통한다. 지난해 이후 건설사는 해외사업 부실로 줄줄이 신용등급을 강등 당했다. 사별로 올해 많게는 수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지만 낮은 신용등급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다. 저유가로 해외건설 업황도 개선될 여지가 좁아 보인다. 그나마 이란 특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신용리스크 아직은 우려 수준 1일 한국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에 따르면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보유자산과 사업부 매각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두산건설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BB+) 등급으로 내렸다. 두산건설은 작년 말 기준 총 차입금 1조3359억원 가운데 올해 만기가 되는 것이 1조789억원으로 단기 상환부담이 크다. 김가영 수석연구원은 "두산건설은 영업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지만 높은 금융비용 부담으로 순손실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5년 하반기 삼성엔지니어링(BBB+), SK건설(A-), GS건설(A), 태영건설(A-), 포스코엔지니어링(A-), 두산건설(BBB-), 한화건설(BBB+) 등의 신용등급이 대거 하향 조정됐다. 신영증권의 분석결과, 유니버스 18개 건설사 중 2014년 대비 올해 4월 현재 신용등급이 오른 건설사는 한 곳도 없다. 유지가 9개사이다. 해외발주처 사정이 나빠지면서 미청구공사대금 규모가 커졌고, 국내 건설사들의 크레딧 리스크가 확대됐다. 미청구공사대금이란 말 그대로 공사는 진행했지만 아직 발주처에 청구하지 못한 공사비를 말한다. 이 경우 통상 시공사는 공사대금을 청구하지 않고, 채권을 발급받아 공사를 진행하게 된다. 해외사업 비중이 큰 10개 건설사(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화건설,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미청구공사액은 16조6209억원 가량이다. 이는 2014년 17조7678억원에 비해 1조1469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현대건설의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청구 공사금액은 4조2657억6200만원에 달한다. 1년 전 5조1010억 5100만원 보다 8352억원이 줄었지만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올해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둔 건설사들이 많다. 시공능력평가 30위 내 주요 건설사들의 2016년 만기도래 회사채 잔액은 총 2조5965억원 규모로 집계된다. 상반기에만 절반이 넘는 1조3715억원을 갚아야 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도 11조6000억원 가량이다. 현대건설(1조2606억원), GS건설(1조7104억원), 대우건설(1조9946억원), 롯데건설(1조3566억원)은 1조원이 넘는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추가 발행이 막히거나, 높은 은행 금리를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발행 잔액은 27조∼28조원 수준으로 우량 등급인 A1등급 유동화증권이 75.4%를 차지한다. ◆단기차입금 비중 55.8%, 만기 장기화 어려운 구조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액은 줄고 있지만 미수금은 늘었다. 10개 건설사의 매출채권 총액은 2014년 19조7162억원에서 지난해 25조5803억원으로 5조8641억원이나 늘었다. 신영증권 안주영 연구원은 "해외부문 특히 준공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는 사업장들의 잠재위험 및 손실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면서 "대규모 해외공사는 블록별로 공사비를 청구하고 있고, 공사 기간도 길어 향후 미청구공사를 늘리는 요인이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의 대손 부담도 여전하다. 주요 건설사들의 2015년 평균 대손충당금 설정률(충당금/설정대상자산)은 21.3% 가량이다. 이는 전년보다 3.9%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특히 한화건설은 PF우발채무 규모는 줄었지만 주요 건설사 가운데 대손충당금 규모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매매보상제도와 전세임대 만기도래, 할인판매, 진행사업장의 원가율 상승으로 대손 부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덕분에 건설사들의 차환리스크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주요 건설사의 평균 단기차이금 비중은 55%로 전년 대비 1.5% 포인트 증가했다. 한라의 경우 단기차입금 비중이 99.7%에 달한다. 크레딧시장 한 관계자는 "AA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황으로 자력으로 차입금 만기를 장기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BBB급의 경우 유동화차입금 증가폭이 눈에 띄며, 차입의 질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