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커버스토리] 은행영업 정상화 옥신각신..."탄력운영제 등 고민해야"
2030세대에게 "꿈이 뭐에요?"라고 물어보면 "돈 많은 백수요", "적게 일하고 연봉은 많이 받는 직업을 갖는 거죠" 등의 답변이 돌아온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를 실행(?)하려 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일을 덜 하기 위해서 투쟁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론은 '귀족노조의 갑질'이라고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올해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최대 40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업무는 지속해서 줄여 달라고 항의하고 있다. 뱅커(은행원)들에게 '귀족 회사원'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작년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1조2203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5017억원)보다 약 18% 증가했다. 막대한 순이익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는 기본급의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이 지급됐다. ◆ 5대 시중은행, 평균 연봉 1억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직원 평균 총급여(성과급 포함)는 국민은행이 1억1074만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1억529만원, 하나은행 1억525만원, 우리은행 1억171만원, 농협은행 1억162만원 순이었다. 5대 은행이 모두 평균 연봉 1억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직원 상위 10%의 평균 연봉은 2억원에 육박했다. 국민이 1억9784만원이었고, 하나 1억9553만원, 신한 1억9227만원, 우리 1억8527만원, 농협 1억7831만원 순이었다. 2021년에 평균 연봉이 1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022년 급여는 더 높아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처럼 고액 연봉자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업무 강도는 줄어 들었지만 업무시간이 정상화가 되자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9시 정상영업이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것. 당초 영업시간 1시간 단축은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결정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이다. 거리두기 해제와 실내마스크 해제 시 정상영업이라는 조건이 있었지만 현재는 성립이 되지 않은 상태로 정상영업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용자 측 역시 외부 법률 자문까지 거쳐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뒤라면 노사 합의가 없어도 영업시간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노조 "영업정상화 합의 위반" 주장 금융노조는 이번 영업시간 조정이 금융 산별 노사합의를 위반했다는 명분으로 업무방해 혐의 고소,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금융노조가 영업시간 정상화에 반발하는 이유는 '주 5일, 주 40시간'을 목표로 근로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노조는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근로시간에 대해 '주 4일, 주 32시간'을 주장하고 있다. 앞서 은행권은 정부가 주 5일 근무제를 2004년 제도화하기에 2년 앞서 먼저 도입한 전례가 있다. '주 5일 이하, 주 40시간 이하'는 현재 근로시간 규정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하'를 넣어 향후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한다는게 금융노조의 복안이다. 금융노조는 주 4일 근무제를 2019년부터 사업 목표로 정하고 있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노동시간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길다고 판단해 주 40시간 이하, 주 5일 이하 근무제 도입을 요구했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금융업 자체가 고객에 기반한 업종인 만큼 소비자의 상당한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 4일 근무가 부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면서 일부 국가에선 '주 4일제'에 대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영국은 지난해 은행과 투자회사 등 70개 기업이 봉급 삭감 없는 주 4일제 실험을 하고 있다. 다만 제일 민감한 것은 임금 문제 때문이다. 노조가 제시하는 주 4일제 도입의 전제 조건은 '임금 축소는 없다'라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지난해 산별 교섭에서 임금 6.1% 인상, 주 36시간 노동, 영업점 폐쇄 금지, 적정인력 유지, 정년연장, 공공기관 자율교섭 보장, 경영참여, 해고제한 등의 사안을 요구했다. 터무니없는 조건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귀족노조의 갑질'이란 오명이 생겼다. 이를 본 고객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커뮤니티에선 "욕심이 끝이 없네", "창구에서 단순 업무하는 게 다면서", "일할 마음이 없네" 등 금융노조의 요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 "영업시간 탄력제 고려할 만" 60대 주부 조모씨는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아 은행에 직접간다"며 "영업을 짧게 해서 사람들이 몰리고, 아침에 줄 선 적도 있는데 영업시간을 줄인다면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금융노조가 영업시간을 30분 늦게 열자는 것은 이른 아침에는 고객이 별로 없다는 이유다. 이 같은 논리라면 오후 4시 이후에 고객 수요가 많으니 영업시간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오후 영업시간 연장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금융 선진국에는 은행이 오후 6시까지 영업하거나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고, 영업점이 위치한 지역 특성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할일이다. 하지만 현재 은행 영업시간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오전 영업시간을 줄이고, 오후 영업시간을 늘리는 등 탄력적인 운용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특성이나 지점 특성을 고려한 영업시간 운용도 필요하다. 물론 전제조건은 노사 간 합의다. 영업시간을 줄이려는 노조의 양보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