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쟁점예산①]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전액 삭감, "무차별 지원 NO" VS "민생 예산 다 살린다"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 사업 예산이 정권이 바뀌면서 전액 삭감돼 심의 과정에서 거센 공방전이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 사업 국고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 실시하던 해당 사업은 문재인 정부였던 지난 2018년 군산, 거제, 영암, 고성이 고용·산업 위기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국비지원이 시작됐다. 2020년 코로나19를 겪으며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발행액과 지원 예산이 큰 폭으로 늘었다. 액면가의 10%를 할인해서 판매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 내의 시장과 상점에서 쓸 수 있다. 올해는 국비에선 할인액의 4%를 지원하고 나머지를 지자체가 부담한다. 2022년도 최종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30조원 규모 상품권 발행을 위해 국고 약 6000억원이 지원된다. 올해는 예산 부족으로 할인율을 낮추는 지자체도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위기 상황에 긴축재정을 기조로 잡은 기획재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시적으로 국비 지원이 이뤄졌던 사업인 만큼, 내년부터 지자체가 발행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엔데믹(코로나19의 풍토병화) 이후 소비가 살아나는 상황에선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차별 지원 안 된다"…정부·여당, 예산 삭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상품권에 대해 "국가에서 전체적,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건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 부총리는 "지방교부세 등을 통해 내년에 75조원의 재원이 들어간다"며 "이를 통해 각 지자체가 지역 상권에 도움되겠다고 하면 시행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다른 사업을 해도 된다"며 지자체의 선택임을 강조했다. 또한 추 부총리는 "재정 상태가 좋아서 지방교부세 교부가 되지 않는 경기 성남, 용인, 수원 같은 곳도 지역화폐를 통해 국가 재원이 내려가는 식의 집행은 맞지 않다"고 했다. 여당도 상품권 발행 국고 지원 삭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자체 특성과 여건에 맞게 상품권 발행이 이뤄져야지, 무차별 현금살포가 되면 안된다는 것.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지역사랑상품권 정책의 효과 분석 및 발전 방향' 연구 용역 중간보고서에서 지난 10월 전국 185개 지역사랑상품권 업무 담당자를 대상으로한 실태조사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본래 취지인 '지역경제 및 지역공동체 활성화'보다 '사전 할인 및 사후 적립금 등에 따른 경제적 혜택 확대' 때문에 상품권을 소비한다고 담당자들은 인식하고 있었다. 또, 지역사랑상품권의 주된 사용처가 종합 소매점, 식당·제과점·카페 등 음식점업 등 특정 업종에 편중돼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민주당, "삭감한 예산 전액 살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예산안 공개된 이후부터 '민생예산'을 깍는 것이라며 국고 지원 전액 삭감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관련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에서 정부가 책정한 정부가 삭감한 상품권 예산 전액 7050억원을 되살렸다. 박정 예결위 야당 측 간사는 지난 11일 예결위 전체회의장에서 추 부총리에게 질의하며 "경기도 인구가 2021년에 26.3%인데, 상품권 예산 반영 비중은 17.4%"라며 "여론조사 상으로도 대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예산"이라고 했다. 민주당 행안위 관계자는 이날 "민주당은 정부가 삭감한 국고 예산을 전액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결위에서 심의하고 통과하면 본회의로 가겠으나 추 장관이 교부세로 해도 충분하다고 해서 다 살려내기는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지역사랑상품권은 국고 지원 이후 그 정책 실효성에 대해 연구기관에서도 입장이 엇갈렸던 사업이다. 조세재정정책연구원이 지난 2020년 9월 발표한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모든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는 사라지고 발행비용, 소비자 후생손실, 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예산 낭비 등 부작용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2021년 지방행정연구지에 실린 '경기도 지역화폐의 소상공인 활성화 분석' 논문은 지역화폐의 효과성에 대해 ▲소상공인 점포로의 소비자 유입 유도 ▲지역화폐 이회의 카드, 현금 추가 소비 ▲소상공인 매출 증가 ▲특정 업종이 아닌 대부분 업종에서 효과 등을 보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