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분노에 들끓는 대한민국
# 서초동에 사는 가정주부 강모씨(42세)는 요즘 매일 화가 나있는 상태다. 집에 갇혀 나가지 못한지 벌써 열흘째, 작은 일에도 아이에게 짜증을 내기 일쑤다. 학교도, 학원도 못가는 아이와 종일 씨름을 하는 것도 지친다. 강씨는 "공영 홈쇼핑을 매일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마스크를 찾아 헤매다 밥해먹고 치우는게 요즘 일상"이라며 "계속 이렇게 지내다간 정신증이 먼저 생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한민국이 분노에 들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 갇힌지 2주차에 접어들면서 불안과 분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뉴스를 되도록 멀리하고, 지금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처음 경험해 보는 나라 코로나19 속에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깨져버린 일상이라고 말한다. 개학 연기와 재택근무,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환경 속에 놓인 탓이다. 지난 주 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박모씨(36세)는 "아이들과 남편이 모두 집에만 있은지 일주일이 넘게 지나다보니 서로 짜증을 내고 싸우는 일도 잦다"며 "회사 일도, 집안 일도 제대로 못하고, 나 자신도 챙길 수가 없는 이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급증하는 확진자와 사망자, 한국을 거부하는 다른 국가들, 부족한 마스크와 같이 재난영화 같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겹다. 강씨는 "나라가 이지경이 된 것도, 마스크를 못구하는 현실도 너무 갑갑하고 분통이 터진다"며 "정부가 애초에 중국인 입국을 왜 막지 못했고, 우리도 부족한 마스크를 왜 중국으로 지원했는지, 신천지 교인들은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는지 원망스럽다"고 했다. 약사들은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의 항의에 지쳐가고 있다. 정부가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긴 하지만 매일 들어오는 물량이 일정치 않고, 수량도 적어 금방 동이 나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전모씨는 "마스크가 없다고 써붙이고 있지만, 혼자 쓰려고 숨겨둔거 아니냐, 가족들만 챙겨주는거 아니냐며 막무가내 항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약사들이 쓸 마스크도 못챙기고 전부 팔고 있지만, 줄을 선 사람들이 하나씩만 사라며 서로 싸우는 일도 잦다"고 말했다. 서로 간의 불신도 문제다. 장안동에 거주하는 신모씨(58세)는 "얼마 전 엘리베이터에서 마스크도 안쓰고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 청년을 나무랐다가 싸움이 날 뻔 했다"며 "사람들이 길을 물어도 혹시 신천지 신도가 아닐까 불안해서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화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 전문가들은 일상의 루틴이 갑자기 깨지는 상황의 스트레스가 분노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려제일정신과의원 김진세 원장(행복연구소 해피언스 소장)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일, 주, 월 단위로 맞춰진 일상의 루틴이 깨진다는 것은 큰 스트레스를 준다"며 "특히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여러가지 잘못된 판단과 정책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는 것이 더 큰 화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면 화가 나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원장은 "특히 중년 남성들의 경우에는 화를 내는 것 자체를 열등하다고 느껴 화가 났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은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뉴스를 멀리하고, 가벼운 야외활동을 즐기는 것도 효과적이다. 김 원장은 "꼭 필요한 정보 외에 자극적인 뉴스들은 최대한 멀리하고,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사람이 많지 않은 야외로 나가 산책을 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며 "가족들과는 서로의 스트레스를 터놓고 얘기하고, 대화를 통해 긍정적인 시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