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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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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4년 내내 적폐청산 타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갑자기 '부동산 적폐'가 됐다.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들의 부동산 투기는 과거부터 누적돼 온 폐단인 건 맞다. 하지만 지금 정권이 사용하는 '적폐'란 용어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의 폐단'을 의미한다. 결국 LH 투기의혹을 부동산 적폐로 규정한다는 행간의 의미는 '지금 정권에는 잘못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으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 내내 적폐 청산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적폐 청산만 외치고 있다. 뭔가를 이룬 실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더군다나 적폐 청산을 본인들이 불리한 상황을 빠져나가는 수단으로도 수차례 악용해왔다. 본인들의 뜻과 맞지 않는 상대방들은 적폐세력이라며 몰아붙였다. 검찰도 적폐가 됐고 언론도 적폐가 됐다. 최근엔 사법부마저 적폐가 됐다. 법원의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사법부를 적폐로 몰아가는 상황은 상식을 가진 국민을 아연실색케 했다. 적폐 청산이란 명분 앞에 법치주의도 무릎을 꿇었다. 자칫하다간 국민의 절반 이상이 적폐세력이 될 판이다. 지금 민심은 LH의 투기 의혹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 결과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4·7 보궐선거를 앞둔 정권이 다급해졌다. 그래서 나온 게 '부동산 적폐'가 아닌가 싶다. 사실, 이런 행태는 그리 놀랍지도 않다. 이미 많이 봐 와서 충분히 예상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당의 말씀대로 이번 사건이 과거 정권부터 누적돼 온 폐단이라면 왜 집권 초기부터 청산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심지어 그 적폐 세력 중에는 친정부 성향의 언론사에 있다가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지금은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시는 분도 있다. 부동산 투자로 서민들은 꿈도 못 꿀 시세차익을 얻어 비난을 받자 청와대 대변인에서 물러난 분이다. 적폐청산을 하겠다면서 이런 분을 국회의원으로 들이겠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여당과 친문 지지자들은 과거 정부의 잘못이 이번 정부에서 드러났는데 왜 이 정부를 비난하느냐고 주장한다. 신도시 1, 2기의 투기의혹도 들춰서 처벌하자고 주장한다. 지금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은 과거 정부의 공무원들이라는 주장도 한다. 그럼 지난 4년간 조용히 있다가 왜 갑자기 지금 그런 주장을 하나. 그걸 몰랐다면 자신들이 무능하다는 뜻이고, 알면서도 책임을 떠넘기고 초점을 흐리기 위해서 부동산 적폐란 프레임을 씌운다면 그건 국민을 속이는 행위다. 현 정부는 지난 4년간 25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지만 '아직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집값 안정을 위해 문 정부의 마지막 수단이라 할 수 있는 3기 신도기가 발표됐는데, 이미 그 정보를 안 일부 사람들이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핵심을 흐리기 위해 부동산 적폐를 꺼냈다면 성난 민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헤겔의 변증법에는 '양질전환의 법칙'이 있다. 일정한 양이 꾸준히 축적되면 어느 순간 질적인 변화가 온다는 것이다. 물은 99도까지는 액체상태지만 100도가 되는 순간 액체에서 기체로 질적인 변화를 한다. 물론 99도까지는 액체 상태지만 물은 서서히 끓기 시작한다. 갑자기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수증기로 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민심은 100도의 기체로 변하는 단계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4년째 남 탓에 적폐타령을 하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정책의 비판자는 될 지언정, 정책의 실행자가 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런 평가를 내리는 순간이 기체로 변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

2021-03-17 11:00:5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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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LH와 공정성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곳을 건드렸다. 부동산, 공정, 정의, 계층간 사다리 같은 이슈가 집약돼 터져나왔다. 최근 몇년 새 집값은 하늘을 모르고 뛰고 있다. 불과 2~3년만이다. 평생 벌어도 모으기 힘든 몇억원이 이렇게 쉽게 오르는 걸 서민들은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막차를 타고 집을 사려고 했는데 정부에서 DTI니 LTV니 하며 대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사람들은 대출받기도 힘들어졌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내집 갖는 꿈도 포기했다. 그런데, 같은 하늘 아래 다른 곳에서는 평생 벌어도 못벌 돈을 순식간에 벌고 있다. 허탈할 수밖에 없다. 전직 청와대 대변인부터 장관들까지 줄줄이 부동산으로 돈을 벌고, 자녀들에게는 '아빠찬스' '엄마찬스'를 써가며 좋은 대학 보내고 군대도 빼주고 있는데 '나는 내 자식들한테 뭘 해줬나'라고 반문해보면 좌절밖에 없다. 정부가 25차례 가량의 대책을 쏟아내면서도 잡지 못한 게 집값이다. 그런데 누구는 부동산으로 순식간에 수억원씩 벌고 있었다. 이런 걸 보며 젊은이들 사이에선 '영털'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는 얘기다. 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꼬박꼬박 성실히 살았는데 내집마련의 꿈은 더 멀어졌다. 누구는 자신의 지위와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대출을 받아 엄청난 땅을 사고 부를 축적했다. 영혼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공정'이나 '정의'란 이슈로 연결됐다. 대다수 서민들은 당당하게 부동산 투기를 하는 LH 임직원들을 보며 '지금 우리는 공정한 사회에 살고 있나'하는 절망을 느끼고 있다. 더 화가 나는 건,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미안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 찬스를 쓰는 게 잘못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안에 따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같은 사회를 살고 있는 인간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미안하거나 불편한 마음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들에게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게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촉매가 됐다. LH 직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글처럼, 1만여명이나 되는 LH직원 가운데 광명·시흥에 땅을 산 직원이 없을 수 없다. 개중에는 정당하게 부동산을 공부하고 연구해서 땅을 매입했을 수도 있다. 그 직원 말대로 불법투기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그게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만약 그렇게 떳떳하다면 그 넓은 땅 가운데 족집게처럼 특정 지역을 콕 집어 막대한 대출까지 끌어 집중 매입한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농지에 벼가 아니라 나무를 빽빽하게 심고, 직장을 다니며 직업란에 농업이라고 쓴 근거도 제시해야 한다. 누가 봐도 보상금을 노린 투기인데, 그게 아니란 걸 설명해야 한다.

2021-03-11 07:15:19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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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180석 승자독식의 시대

예전에 한 국회의원을 만나 사적인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그 의원에게 "왜 국회의원들은 허구한 날 그렇게 서로들 치고받고 싸우냐"고 했더니 "국민 대신 국회의원들이 싸우는 것이다. 볼썽 사나울 수도 있겠지만 국민이 서로 갈리고 나뉘어 으르렁대는 것보다 낫지 않냐"는 답이 돌아왔다. 이런 광경이 21대 국회에선 보기 힘들다. 전체 300석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등 180석을 차지한 거대 여당 체제가 돼, 사실상 야당과의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300석 중에 180석은 약 60%다. 여당은 이에 대해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당의 모든 행동에 이런 명분을 가져다 붙인다. 하지만 엄밀히 얘기해서 국민 60%의 지지를 받은 건 아니다.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정당별 지지율만 보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이 49.9%,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41.%를 받았다. 여당은 이런 지지를 기반으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나머지의 의견을 묵살한 채 모든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른바 승자독식이다. 승자가 모든 걸 가져도 된다는 인식은 여러 곳에서 실제로 구현되고 있다. 국무위원을 임명하는 데 야당 동의 없이 여당 단독으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된 장관은 무려 27명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4·15 총선 이후 두드러졌다. 가덕도 신공항도 법에서 정한 예비타당성조사나 국토교통부·환경부 등 정부 부처의 의견이 묵살되고 여당의 의지대로 밀어부치기가 강행되고 있다. '검찰개혁'은 거의 화룡점정 수준이다. 검찰총장이 여당의 말을 안 듣는다며 탄핵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징계를 추진했다가 법원에 제동이 걸리자 아예 검찰이란 조직 자체를 없애려 하고 있다. 검찰총장 징계를 무효화한 법원에는 '적폐'란 말도 서슴지 않았다.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기소와 수사를 분리하자는 명분은 얼핏보면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건 또 다른 검찰청을 만들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단지 이름만 바꿀 뿐이다. 한 칼럼니스트 말대로, 기자들 상황에 빗대어보면 취재와 기사작성을 다른 사람들이 한다는 얘기다. 수사하는 사람들은 수사만 하고, 그 다음 일은 책상에 앉아 서류만 보고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맡기는 비효율의 공무원 조직이 등장하는 셈이다. 자칫 공권력의 횡포, 탁상행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중요한 일을 힘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한 나라의 재정을 책임지는 부총리에게도 여당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며 험한 말을 입에 담았다. 국가채무를 걱정해야 하는 게 당연한 부총리는 사표를 몇번씩 냈으며, 지금은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했다. 현 여당의 주류는 소위 586세대다. 이들은 한 때 군부독재에 맞서 싸우며 정의를 외쳤던 이들이다. 과거 김민기의 '친구'를 부르며 정의를 외쳤던 그들은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란 구절을 떠올릴 것이다. 지금 여당의 주류는 당시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었으나 지금은 떼로 몰려가 그런 사람을 짓밟고 있다. 이게 그들이 바랐던 민주주의였고 그들이 바랐던 미래였나. 그들이 예전에 그토록 울분을 토했던 '적'들의 모습과 무슨 차이가 있나.

2021-03-03 15:41:4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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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검찰개혁만 하다가 날 새겠다

검찰개혁은 현 정권의 지상 최대 과제다. 집권 초기부터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아 왔다. 지금도 진행 중이다. 문제는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라는 데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5년차인 지금도 오로지 검찰개혁에만 매달리고 있다. 자연스레, 검찰이 마치 우리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사회 악' 취급을 받고 있다. 검찰도 엄연한 정부 조직인데 말이다. 성과물은 초라하다. 오히려 과거를 되돌아보면, '도대체 검찰개혁이 뭐길래 저렇게 난리를 치나' 싶을 정도로 나라를 혼란에 빠뜨렸다. 지난 5년 사이 검찰개혁의 임무를 완수하겠다며 등판한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들은 나라를 이전투구판으로 만들어놓고 떠났다. 이들이 법무부 장관을 하면서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검찰개혁에만 힘을 쏟았으나 결국 상처만 입고 퇴장했다. 오히려 검찰개혁 이슈로 일반 국민 사이를 둘로 쪼개 서로를 비난하고 싸우게 만들어놓고 그렇게 떠났다. 게다가 그들은 검찰개혁을 '풀지 못한 한(恨)'이라도 되는 듯이 지금도 SNS에 각종 주장을 쏟아놓고 있다. 조국, 추미애, 박범계로 이어지는 법무부 장관들이 검찰개혁을 한다며 검찰과 하루가 멀다하고 싸움을 벌이는 사이, 국민은 피곤하기만 하다. 국민의 피로도가 심하게 누적됐다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 하락이 방증해준다. 예전 군부독재시절 가장 많이 듣던 말 가운데 하나가 "검찰은 권력의 시녀"였다. 실제로도, 검찰이란 조직은 해방 이후 미 군정 때부터 권력자를 지키는 시녀 역할을 해왔다. 대한민국에 정부가 수립될 때부터 권력기관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가 누굴 잡아넣으라고 하면 잡아넣었고, 누굴 봐주라고 하면 눈감아줬다. 그 피해자들 가운데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포함돼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도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이라고 보는 집권 여당이 검찰개혁에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검찰은 시녀일 뿐, 권력 그 자체는 아니었다. 다시 말해 문제의 본질은 권력 자체에 있다는 얘기다. 권력이 부패하거나 공정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검찰은 권력을 휘두르는 '수단'으로써 기능을 한다는 의미다. 지금 정권도 검찰개혁을 한다곤 하지만,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수사에는 힘을 실어주고 자신들이 불편한 사안에는 힘을 빼려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하고 인사권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일반 국민은 지금 정권이 왜 저렇게 검찰개혁에만 혈안이 돼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검찰이나 경찰에 볼 일이 없는 평범한 시민들은 그저 검찰개혁을 한다니까 그런가보다 싶은 정도다. 검찰개혁이란 원론적인 수준에서 동의할 뿐, 정치권이 검찰개혁을 놓고 서로 싸우는 꼴을 5년째 보고 싶지 않다. 더 시급하고도 중요한 국정과제가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국가 전체의 '건강하게 살 권리'가 위협받고 있고, 가뜩이나 저성장 기조 속에 코로나19까지 가세해 민생이 피폐해진 게 더 큰 문제가 아닌가. 갈수록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25차례 이상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이런 정부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빈부간 격차는 이전 정부보다 더 커졌다. 젊은이들은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집을 사는 평범한 꿈을 포기한 채 빚을 끌어 댕겨 주식과 가상화폐에 투자하며 투기판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은 오로지 검찰개혁만 되면 모든 게 풀리는 것처럼 검찰개혁만 부르짖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은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2021-02-27 10:01:1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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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살림의 추억

'설마 집밥만큼 맛있겠어?'라고 얕봤다가 곧 생각을 고쳐먹게 만든 제품이다. 국내 대표 즉석밥 브랜드 '햇반' 얘기다. 1996년 12월 첫 선을 보인 햇반은 2019년 기준으로 30억개가 팔렸다. 회사 측은 23년간 판매된 햇반을 나란히 놓으면 지구 둘레(4만192㎞)를 10바퀴 가량 돌 수 있다고 한다. 말이 30억개지, 어마어마한 숫자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더 많이 팔렸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즉석식품들이 우리 밥상을 장악했다. 맞벌이 부부 증가에, 1인 가구(2019년 기준, 약 614만7516가구)가 전체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대세를 이루다보니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이라 불리는 즉석식품들이 식탁을 차지했다. 즉석밥을 필두로 각종 찌개류, 국류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요린이(요리+어린이 합성어)들의 '식사준비'란 숙제를 간단히 풀어주고 있다. 밥과 국·찌개가 지겹다면 삼계탕 같은 메뉴를 선택해도 된다. HMR 제품들은 '맛과 건강보다, 바쁘니까 그저 한끼 때우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HMR 제품들은 웬만한 사람들의 어설픈 솜씨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으며 메뉴를 계속 넓혀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 2017년 약 2조1500억원이었던 HMR 시장이 지난해에는 3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 그래도 바쁘고 귀찮아 음식 준비하는 게 부담스러운 판에, 지난해 창궐한 코로나19가 HMR의 확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추면서 온 가족이 집콕을 하다보니 하루 세끼를 매일 챙겨 먹기가 귀찮은데 HMR 제품이 다양하고 참신한 메뉴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가구 구조의 변화로 이미 HMR는 확산의 발판을 마련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집에서 밥 하는 게 귀찮으면 배달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배달천국'이다. 예전엔 그저 짜장면이나 치킨 정도에 그쳤지만, 요즘은 고급 레스토랑의 테이블을 통째로 옮겨온 것처럼 음식의 품질이나 종류가 다양해졌다. 자연스레 배달산업도 폭풍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란 회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배달앱 거래 규모는 지난해 15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배달앱 시장은 2017년 2조4760억원에서 2018년 4조9890억원, 2019년 9조2950억원, 2020년 15조원(추정치)으로 엄청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집에서 꼼짝없이 갇혀 있다보니 집밥이나 외식대신 배달음식을 선택한 결과다. 반면, 외식산업은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경기지수는 59.33으로 집계됐다. 이는 aT가 2011년 이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저치다. 외식업종의 희생을 배달업종이 가져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집에서 밥 짓겠다며 쌀을 씻거나 찌개를 끓이기 위해 음식재료들을 썰고 하는 부산을 떨 필요가 없다. 그냥 먹고 싶은 HMR 제품들을 주문해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거나, 그것도 귀찮으면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면 된다. 그러면서 어느새 살림하는 게 추억이 됐다. 살림하는 사람들이 살림 하지 않는 게 좋아진건지, 나빠진건지는 모르겠지만.

2021-02-17 09:39:3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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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이번엔 상생연대3법? 갈수록 태산이다

여당의 입법활동이 너무나도 왕성하다. 왕성한 건 좋은데, 너무나도 왕성한 나머지 주위를 살피지 않고 오직 앞만 보고 직진하는 싸움소처럼 보인다. 선거철이 다가와서 그런가 하는 의혹마저 든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기업들의 반발 속에서도 상법일부개정안·공정거래법전부개정안·금융복합기업집단법 등 이른바 공정경쟁 3법을 밀어붙인 데 이어 이번에는 상생연대 3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며 의욕을 활활 불태우고 있다. 상생연대 3법은 자영업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을 말한다. 이와 별개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온라인 플랫폼업체가 입점업체들에게 불공정한 '갑질'하는 것을 제재하겠다며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을 대표발의했다. 이른바 온라인플랫폼법이다. 문제는 여당의 의욕이 너무 강한 나머지, 여론 수렴이라는 중요 과정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정경쟁 3법과 마찬가지로 상생연대 3법도 법안의 취지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사회 공동체가 이들을 보듬고 고통을 분담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가뜩이나 빈부격차가 벌어지는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 폭과 속도가 너무 커서 우리 공동체 전부가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법이란 것은 한번 정해지면 쉽게 없앨 수 없다. 그래서 입법 시점에 최대한 신중하고 깊이 있게, 그리고 폭넓게 다중의 의견을 들어봐야 하는데, 그런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상생연대 3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자영업손실보상법이다. 이 법안은 "검토해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손실 보상 문제가 법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재정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지부터 당정의 철학이 엇갈리고 있다. 쉽게 말해, 자영업자들에 대한 손실 보상을 "법적으로 보장해주겠다"고 하면 해결될 문제냐는 것이다. 법을 만들면 없는 돈이 갑자기 생겨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을 우회 비판한 것이다. '국회는 법만 만들면 할 일 다한 것이니 돈은 정부가 알아서 마련하라'는 태도는 집권 여당의 자세가 아니다. 누구누구에게 얼마를 어떻게 나눠줄지에 대해서도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벌써부터 이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 간에 말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2월 임시국회 통과를 목표로 엉성한 법을 졸속 입안할 경우 그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 여기에, 기업이 이익을 내면 그 이익을 협력업체 등과 공유한다거나 기업·개인이 기부한 기금으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원하겠다는 법안 등도 논란거리다. 기업이 낸 이익을 기업 구성원이 아닌 곳과 공유한다는 것은 사적재산 침해 등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또, 아무리 '자발적'이라는 단서를 달아도 법으로 규정하는 것과 진짜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완전히 의미가 달라진다. 옛 선조들은 진정으로 자식을 사랑한다면 고기를 잡아주는 게 아니라 고기잡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진정 여당이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을 위한다면 이들이 4차산업혁명과 코로나19 등으로 급변한 주위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2021-01-27 14:44:5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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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유통산업발전法이 아니라 유통산업망할法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아무리 봐도 유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법률이 아니다. 이 법률안의 핵심 쟁점사안은 크게 4가지다. 우선 영업시간이나 영업일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홍익표 의원 등이 제안한 내용을 보면 자산기업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을 월 2회 강제하겠다고 한다. 스타필드, 롯데몰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동주 의원 등은 아예 복합쇼핑몰뿐 아니라 백화점, 아울렛, 전문점, 면세점까지로 영업규제대상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두번째는 출점제한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김정호 의원 등이 발의한 내용을 보면 대규모점포 등록을 제한하는 전통상업보존 구역의 지정범위를 기존 전통시장 경계의 1㎞에서 20㎞이내로 대폭 확대하겠다고 한다. 세번째로는 온라인사업도 규제하겠다고 한다. 매출 1000억원 이상이면 대규모 유통업자로 지정해 오프라인 업체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고 한다. 네번째는 판매지역을 제한하는 것으로, 소재지 이외의 장소에서 출장세일 형태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이런 내용들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관련 의안은 총 14건에 이른다.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나온 취지는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였다. 이들 의안들의 제안이유를 살펴보면, 대규모 점포를 경영하는 대기업들과 주위의 전통시장 등 유통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유통기업·영세상인들 간의 상생발전을 위해서라고 한다. 근로자들이 가족과 함께 명절 같은 휴일을 보낼 수 있도록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의안의 취지는 좋고 당연히 공감대가 가는데 웬지 느낌은 불길하다. 정권 출범 초기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렸다가 오히려 일자리만 줄인 경험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집값 폭등을 잡겠다고 내놓은 정책들이 오히려 주택구매를 부추겨 '벼락거지' '영끌매수'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역효과를 낸 기억이 생각난다. 유통산업발전법을 아무리 살펴봐도 산업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은 찾기 힘들다. 원래 법안의 취지인 '유통산업의 효율적인 진흥과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하고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내용에 부합하는 부분은 거의 없고 온통 규제에 대한 관심만 가득하다. 더군다나 지금 영세상인들이 힘들어하는 이유를 대기업 탓으로 돌려 또 다시 '대기업 vs 영세상인'의 구도로 만들고, 이를 통해 '대기업=악' '영세상인=선'이란 이분법적 프레임을 씌우려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부에선 대규모 점포 문을 닫는다고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가는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 안 가는 이유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 사고방식으로 대형마트 문을 닫게 하면 전통시장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게다가 4차산업혁명에 코로나19로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고 비대면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이미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패턴은 바뀌었다. 심지어 대기업들마저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군살을 빼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진정으로 발전법이 되려면 중소 유통업체, 영세 상인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들을 지원·육성·진흥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덮어놓고 규제만 하려고 든다면 '유통산업망할법'이 될 것이다.

2021-01-20 10:36:3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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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극과극이 치닫는 세상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장중 3000을 돌파했다. 이런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를 증명하듯, 지금 시중에는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 대기 중인 자금이 6일 기준으로 68조원에 달한다. 증권시장뿐이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의 전국 주택(아파트·단독·연립 종합) 매매 가격은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8.35% 올랐다. 급기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홍남기 경재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 과열을 경고하고 나섰다. 주식과 부동산 시장만 보면 지금 우리나라는 활황기가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반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한쪽에서는 죽을만큼 힘들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는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3차에 걸쳐 퍼붓고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많아 이런 지원금은 간에 기별도 안 갈 정도다. 청년 실업률은 어떤가. 지난해 4년제 대졸자 19만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통계청 발표를 보면 그야말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한쪽은 한파 중에서도 극심한 한파를 겪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극과 극만 존재하는 상황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의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런 빈부차이는 이미 예견돼 왔고, 코로나19 이전에도 어느 정도 진행돼 왔다. 다만 코로나 19로 그 속도가 더 빨라졌을 뿐이다. 빈익빈 부익부의 상황은 해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대니얼 서스킨드는 '노동의시대는 끝났다(A world without work)'란 저서를 통해 전 세계가 이미 불평등의 세계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재산 하위 50%가 국부에서 차지하는 몫은 겨우 2%인 반면, 가장 부유한 1%가 국부에서 차지하는 몫은 1970년대말 25%에서 지금은 40%를 넘었다며 이같은 현상이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도 '21세기 자본'이란 저서를 통해 노동소득이 자본소득을 따라잡을 수 없다며 갈수록 불평등은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극과 극으로 치닫는 양상은 이념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우리나라는 서로 정반대의 극단 세력들에 휘둘리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는가 하면, '촛불정권'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에도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부터 지난해의 추미애·윤석열 갈등까지 극과 극의 대립은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과거 '3김 시대' 시절이나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에도 지역갈등이나 반공논쟁 등으로 사회가 분열되고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국민끼리 서로를 반목하며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이런 극단의 시대를 치유할 답은 리더십에 있다. 서로의 간극을 좁히고 사회공동체를 온전히 유지하려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정치권의 화합이 가장 큰 열쇠가 된다. 정부의 세심한 정책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노동의시대는 끝났다'에서 대니얼 서스킨드가 주장한 '큰정부'도 결국은 불평등의 시대를 해결할 마지막 보루는 '큰 리더십'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2021-01-06 16:14:0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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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코로나19에 무릎 꿇은 2020년

그 어느 해보다 파란만장했던 2020년이 드디어 간다. 20이란 숫자가 겹쳐서 웬지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았던 2020년. 하지만 2019년 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2020년 벽두부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1년 내내 온 세상을 집어 삼켰다. 올해를 뒤돌아보면 코로나19 외에도 여러 키워드가 있다. 얼마 전까지 정치권을 코로나19 못지 않게 패닉 상태로 만들었던 '추미애·윤석열 갈등', 정부의 일관된 부동산정책 실패, 여당의 폭주 속 야당의 실종, 경제 위기에 따른 사회적 약자의 고통 증가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의 철저한 정책 소외도 2020년의 키워드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키워드는 하나의 문제와 연결된다. '리더십의 부재'다. 해외에서도 코로나19란 전대미문의 감염증 확산으로 리더들의 체면이 구겨졌다. 미국·영국에선 한 나라를 통솔하는 지도자가 코로나19에 감염돼 망신을 당했다. 일본은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경제를 살린다며 코로나19에 안일하게 대처해, 취임 1년도 안 돼 리더십에 금이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지도층의 리더십 붕괴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졌다.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신음하는데 지도자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사회활동을 장려했다가 감염자가 확산되는 단초를 몇번이나 제공했다. 다른 나라보다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아랫사람 책임이라며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전 국민은 코로나19로 싸우는데 정치권은 '검찰개혁'을 한다며 헌법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다가 사법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자녀의 스펙 조작은 문제가 없다고 우겼다가 법원의 준엄한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와 여당이 집권 이후 내놓은 24번의 정책은 오히려 집값에 대한 불안감만 증폭시켰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야한다는 불안감, 집이 있는 사람들은 세금이 올라간다는 불안감으로 부동산시장은 '정부 정책의 무덤'이 됐다. 신임 국토부 장관이 내년 초 25번째 정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두고봐야 한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20년 12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전달 대비 2포인트 오른 132를 기록했다. 집값이 앞으로 내릴 것이란 의견보다 오를 것이란 의견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1월 이후 역대 최고치이기도 하다. 당분간 집값이 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미다. 그러는 사이, 소상공인들은 소리없이 하나 둘 경제전선에서 죽어나가고 있었다. 3차에 이르는 재난지원금도 자영업자들의 폐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올 상반기 은행으로부터 빚을 낸 자영업자는 약 40만 명, 대출 규모는 70조원에 달한다. 이미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부채폭탄'이 언제 터질지 불안한 상황이다. 지난달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10명 중 7명 가량이 폐업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을 덜어준다며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했다.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집주인에게 떠넘기며 국민끼리 분열과 이간을 조장하는, 리더답지 못한 모습이었다. 항공, 물류, 철강 등 산업 전반의 위기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기업규제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으로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경제 버팀목까지 사지로 몰아넣겠다는 것이다. 그런 후폭풍은 내년 초 주주총회 시즌부터 본격화할 것이다. 지금은 국가 전체가 위기 상황이다. 위기 때 사회지도층, 리더들이 우왕좌왕하거나 리더답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진정 국민을 대표한다면 좀 더 아래를 보고 배려와 포용을 베풀어주길 바란다.

2020-12-30 09:33:3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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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이 첨예하다. 기업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자 등의 회사 대표를 형사처벌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어,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당연히 관계자들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은 법인(法人)을 법규 의무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에 대해서는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을 하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인과는 별도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회사 대표에게도 법적 책임을 물어 형사처벌하겠다는 게 차이점이다. 재계는 이런 이유로 과잉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 법안이 법인에 대한 벌금,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에다 기업 대표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4중 처벌을 규정하는 전대미문의 과잉입법이라며 제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가뜩이나 '기업규제3법'이 통과되고 코로나19로 불황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또 다시 기업을 옥죄는 법안이 발의돼 재계 분위기는 초상집을 방불케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과 노동계는 일하면서 죽지 않게 해달라며 해당 법안을 조속히 입법하라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정치권은 셈법이 복잡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내부에서조차 50인 미만 사업장 처벌 4년 유예 여부, 사업장의 의무 위반 인과관계 추정 등 주요 쟁점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입법방해세력'이라는 딱지가 붙을까봐 입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이 법안은 여야의 법사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일정조차 조율되지 않아 연내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일부 야당에서는 "여당이 그 동안 독단적으로 법안처리를 잘도 하더니 이번에는 혼자 책임지기 싫으니까 야당에 협조를 요구하는 시늉을 하며 물귀신처럼 야당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여당이 '야당에서 협조를 잘 안해서 법안 제정이 지체되고 있다'는 핑계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다.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일하다가 죽지 않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너무나도 당연하며, 오히려 그런 당연한 권리를 요구해야 하는 지금의 현실이 참담하다. 하지만 노동자가 사망했다고 경영자를 구속시키는 것도 과도하다. 무엇보다, 법이란 것은 명확하고 정확해야 하는데 이 법안은 막연하고 포괄적이다. 사고 발생과 경영자의 책임 간에 명확한 인과관계 여부도 묻지 않고 경영자를 처벌할 경우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 있고, 모든 경영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이 법안이 제정되면 중소·영세업체만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원청·하청 관계는 더 복잡해질 것이고, 하청업체에 종사하는 사장과 근로자들만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게 이 법안을 만든 취지는 아니지 않은가. 어느 누가 일하다가 죽을 위기에 처하고 싶을까. 하지만 고의로 직원을 죽이려고 일을 시키는 사장도 없다. 사고란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하게 발생하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는 것은 사업주를 공포로 몰아 위축되게 하고, 그 영향이 근로자들에게도 미칠 수 있다. 원래 취지인 '사고 예방'과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사후 처벌보다 사고 예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안 내용을 손질해야 한다.

2020-12-23 15:14:5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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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민 무서운 줄 알아야-서현준 KIPPS연구위원

서현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 연구위원겸 대진대학교 겸임교수 '수레의 끌채는 남쪽을 향하고 바퀴는 북쪽으로 간다.' 당나라 백거이의 신악부(新樂府)에 나오는 '남원북철(南轅北轍)'이라는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전국시대 위나라 왕이 조나라의 도읍 한단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때마침 다른 나라에 사자로 가던 계량이 그 소식을 듣고 중도에 급히 돌아와 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가 태항산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남쪽의 초나라로 간다고 말하면서 북쪽을 향해 마차를 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초나라로 간다면서 북쪽으로 가는 까닭이 무엇이오?' 하고 묻자, 그 사람은 '이 말은 아주 좋은 말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제가 '말이 좋아도 이쪽은 초나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라고 하자, 그 사람은 '나는 돈을 넉넉히 가지고 있고, 마부가 마차를 모는 기술도 훌륭합니다'라고 엉뚱한 대답을 내놓았습니다. 왕께서도 생각해보십시오. 그 사람은 결국 초나라와 더욱 멀어지고 있는 셈이 아니겠습니까?" 계랑은 다시 말을 이었다. "왕께서는 항상 패왕(覇王)이 되어 천하를 복속시키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나라가 조금 큰 것만 믿고 한단을 공격하려고 하니, 이렇게 하면 왕의 영토와 명성은 커질지라도 목표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왕이 이렇게 움직일수록 왕업에서는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초나라로 간다고 하면서 마차를 북쪽으로 몰고 가는 사람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오만하여 판단이 흐려지면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배(船)에 있어서 키는 배가 나아가는 방향을 정한다. 키를 통제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배를 몰수 있지만 키가 통제되지 않으면 배는 표류하고 결국 난파된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오만한 선출직 권력과, 통제권을 벗어난 임명직 권력이 볼썽사납게 이전투구 하고 있는 장면을 보고 있다. 이 두 집단의 싸움으로 다수 국민의 분노 게이지가 폭발 직전이다. 한쪽은 검찰개혁, 그리고 다른 쪽은 성역 없는 수사를 명분으로 서로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이 폭주하고 있다.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양 쪽의 행태를 보노라면 '인간은 길을 잃었을 때 더 빨리 뛰어가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롤로 메이 선생의 말을 목도 하고 있는 것 같아 어이가 없다. 국민은 지금 전염병과 싸우느라, 더욱이 먹고 사는 문제로 너무도 힘들다. 임대계약 기간 중임에도 그냥 가게 접고 주인에게 월세 따박따박 내는 것이 차라리 덜 손해라는 자영업자도 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서 있다. 옛 말에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卽載舟 水卽覆舟(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라는 말이 있다. 임금은 배이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뛰우기도 하지만 또한 물은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는 말이 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선출된 권력들은 물론이려니와 이 땅에 권력을 가진 모든 공직자가 깊이 곱씹어봐야 할 때다. -서현준 공공정책전략연구소(KIPPS) 연구위원/대진대학교 겸임교수

2020-12-09 09:57:10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