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한파 속 스팩 마저도 상장철회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한파에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마저도 증시 입성에 실패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한때 스팩이 공모주 대안으로 꼽히기도 했지만, 최근 금리 인상기가 지속되면서 투자 매력이 떨어지면서 시장의 외면을 받는 상황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스팩시장에서 수요예측 이후 공모청약을 철회한 스팩이 3건에 달한다. 지난 1일 유안타제11호스팩이 상장철회를 결정한 데 이어, 14일에는 유안타제12호스팩과 미래에셋비전스팩2호가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들 회사들은 각각 신고서를 통해 "최근 공모시장의 제반 여건을 포함해 투자자 보호사항 등을 고려해 공모를 추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상장 철회 이유를 밝혔다. 또한 올 들어서는 지난달에도 미래에셋드림스팩1호가 비슷한 이유로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올해에만 총 4개의 스팩이 상장을 포기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공모청약을 진행한 스팩에서 청약이 미달하는 경우도 등장했다. 지난 12~13일 진행된 BNK스팩1호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0.29대 1, 15~16일 진행한 신영스팩9호는 0.64대 1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올 들어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는 와중에도 매번 흥행에 성공하면서 '스팩불패'로 불렸지만 이 공식마저 깨진 셈이다. 스팩은 상장 후 합병에 성공하면 공모주 투자보다 높은 차익을 얻으며, 실패하더라도 예치 이자를 챙길 수 있는 구조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로 높은 인기를 보였다. 최근 스팩 예치 이자율은 연 4% 수준에서 정해지고 있다.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있지만, 최근 철회를 결정한 유안타제12호스팩과 미래에셋비전스팩2호의 예상 이자율은 5.0%와 3.0%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은행 예금 이자 마저도 5% 수준에서 결정되기도 했으며, 스팩 공급 과잉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스팩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급격하게 스팩 상장 수가 늘어나면서 합병에 대한 가능성도 불투명해진데다가, 시중은행들이 연 5% 가까운 예금 상품을 선보이면서 스팩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통상적으로 연말에 IPO가 몰렸던 이전과 달리 올 4분기에는 다소 한산했다. 특히 올해 공모주 마지막 주자인 바이오노트는 입성 완주를 선언했지만 몸값을 대폭 낮췄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3.29대 1로 부진했으며, 최종공모가를 9000원으로 정하면서 기존 희망범위(1만8000~2만2000원)의 하단 절반 수준에서 결정됐다. 박세라 대신증권 연구원은 "IPO 기업수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공모금액은 감소하는 성적을 기록했다"며 "코스닥 시장 위주의 상장, 낮은 밸류에이션 책정, 낮은 공모가 형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이영석기자 ysl@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