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위험 커졌다…한은 "올 성장률 전망치 1.6%로 하향"
우리나라의 경기가 더 어두워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우리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민간소비 회복세도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낮아지겠지만, 물가는 목표수준을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경제성장률 1.7%→1.6% 이날 한국은행은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존전망치(1.7%) 보다 0.1%포인트(p) 낮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금리상승의 영향으로 부진한 성장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이후 중국의 경제재개와 IT경기 회복 등으로 국내 성장세도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중국의 경제 재개로 중국의 성장률이 오르는 것은 (우리나라에) 긍정적인 효과임에 틀림없지만, 미·중 간 무역 갈등 등 정치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거나, 과거와 달리 중국이 소비재 중심으로 소비가 될 경우 예전만큼 성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반도체 수출의 55%가 중국으로 가고 있는데, 소비재중심이 아닌 투자재를 중심으로 소비가 되지 않으면 효과는 미비할 수밖에 없다"며 "보수적으로는 과거에는 1% 오르면 우리나라도 0.2~0.25% 오른다고 봤지만, 이번에는 이전의 절반정도만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물가, 내년 2.6%로 목표치 근접할 듯 한국은행은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3.5%로 소폭 하향조정했다. 이 총재는 "석유류 가격 오름세가 둔화되었지만, 전기·가스 요금이 오르고, 가공식품 가격이 오르면서 1월 물가상승률이 5.2%를 기록했다"며 "2월까지 물가상승률이 5% 내외를 나타내다가 3월부터는 4%대로 떨어져 올해 말에는 3%대로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누적된 전기·가스 요금 인상분이 남아있어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물가상승률 둔화속도는 더딜 전망이다. 이 총재는 또 물가 흐름이 전기·가스요금 인상 외에도 국제유가와 환율의 움직임, 경기둔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 당 80달러 수준으로 지난해(배럴당 90달러)보다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수요가 늘면서 국제유가는 상승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환율은 1303.5원으로 시작했다. 지난 2일 1216.4원에서 약 20일만에 87.1원 뛰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결정할 당시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를 배럴당 93달러로 예상했지만, 이번 전망치는 85달러 정도로 낮춰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낮출 수 있었다"며 "공공요금 또한 지난해 인상정도 수준으로 예상해 선 반영했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라 공공요금 인상이 변하게 되면 전망치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통위 6명 중 5명 "최종금리 3.75% 열어둬야" 이날 6명의 금융통화위원 중 1명은 3.5%의 기준금리가 적절하다는 의견을, 나머지 5명의 금융통화위원은 3.75%까지 열어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시간을 두고 추가적으로 올릴 필요가 있는지 고려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물가가 빨리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고, 빨리 떨어지면 그 외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경기가 아닌 물가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금리인상 여부도 결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총재는 금리인하 시기와 관련해 "상당기간 물가지수가 예상경로에 부합하게, 목표치(2%)로 가고 있다는 것이 지표로 확인되면 금리인하를 논의하겠다"며 "그 이전 금리인하를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통상 상당기간은 6개월을 의미하지만, 현 5%대에 달하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0%)에 다다르는 지표가 나타나야 금리인하를 논의하겠다는 설명이다. /나유리기자 yul11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