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구미소방서 전진영 소방관
"당신의 하루, 안녕하신가요?" 재난·안전사고 등으로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어려운 요즘, 많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힘쓰는 이가 있다. 이른 아침 경북 구미소방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유치원, 학교, 관공서, 기업체 등을 대상으로 소방안전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진영 소방관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여름 '하이-하이(Hi-High·무더운 여름, 안녕하신가요?)'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쳐 경상북도 소방안전강사 경진대회에선 1위를, 지난해에는 전국 소방안전 강사 교육발전대회에선 우수상을 받았다. 늘어나는 소방안전교육 일정으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그를 만나기 위해 구미를 찾았다. ◆소방안전교육은 '폭풍 속의 등대' 최근 몇 년간 포항지진, 충북제천스포츠센터 화재 등 예기치 못한 사고가 주변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소방안전교육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전 소방관은 "안전교육 대상이 확대되면서 자연스레 수요도 늘고 있다"며 "피해가 발생하기 전 예방부터 하자는 의식이 확대되면서 중요성 또한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전교육을 필요로 하는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준비해야 할 것들도 많아졌다. 그는 "짧은 교육시간 동안 위험상황에도 기억할 수 있을만한 예방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유치원생, 초등학교 저학년생은 흥미가 있어야 집중하기 때문에 만화나 동요 등을 이용하고, 어르신은 지루한 걸 싫어해 율동을 많이 넣어 '재미있는 손녀가 와서 안전을 알려주는 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 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전교육이 '폭풍 속 등대'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햇볕이 쨍쨍하고 날씨가 좋을 때 등대는 필요 없지만, 폭풍이 몰아치고 어두울 때 등대는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며 "안전교육도 일상이 고요하고 평화로울 땐 필요치 않지만 화재 등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에는 살수 있는 빛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했다. ◆'장애인 등 사회취약 계층' 안전교육 프로그램 필요 교육강사로 섰을 때 가장 짜릿하다는 전 소방관도 고민은 있었다. 장애인, 노인, 여성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중요시 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미흡하다는 것. 전 소방관은 "얼마 전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진행하면서 나부터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안 돼 있는지 깨닫게 됐다"며 "머리 속으로 알고 있으면서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돼 반성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화로 통역해 주는 분과 동행해 언어를 이해하는 부분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청각장애, 시각장애, 지체 장애 등으로 불편한 이들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 선에서 대피·예방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며 "교육대상이 확대될수록 나를 비롯한 많은 소방안전교육강사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내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화재나 긴급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지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시간이 지날수록 신중해지는 것 같다"며 "개인적인 생각은 배제하고 그들을 위한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숨은 일등공신은 '남편' 전 소방관은 올 초 베스트 소방공무원에 선정됐다. 지난 2018년부터 경상북도 소방안전강사 경진대회, 전국 소방안전강사 경진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받은 결과다. 그는 "동료들의 응원이 없었으면 절대 받을 수 없던 상이었다"며 "현장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받게 돼 부끄러웠다. 손가락질 받지 않도록 잘 하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자신을 이렇게 만들어 준 숨은 일등 공신으로 남편을 지목했다. 그는 "대회를 준비하는 5~6개월 동안 남편이 독박육아를 했었다"며 "힘든 내색 없이 지지해 주는 남편이 있어 걱정 없이 준비할 수 있었고,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할 말을 묻는 질문에 '유리창의 법칙'을 소개했다. 유리창의 법칙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그는 "재난 사고는 언제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 화재를 대비해 집 안에 작은 소화기를 두는 것 등은 사소해 보이지만 위험 상황을 막는 큰 요소가 될 수 있다. 사소한 것을 넘기지 말고 방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