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퇴직연금' 선전…시중은행 수익률 앞질렀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2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지방은행의 퇴직연금 운용수익률이 시중은행의 수익률을 앞질렀다. 향후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각 지방은행은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한 퇴직연금 유치전에 나섰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은 사상 처음으로 200조원을 넘어선 202조3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권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인 385조7500억원의 52.5%에 달한다. 이는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이 늦어지고, 금융시장 불안정이 장기화하면서 노후 준비를 위한 투자 상품의 필요에 따라 접근성 및 수익률이 높은 은행권 퇴직연금을 찾는 투자자가 늘어난 까닭이다. 앞서 지난 3년간 은행권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은 연 0.80%(보장 1.38%, 비보장 0.23%)에 그쳤다. 같은 기간 평균 물가 상승률인 연 3.73%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해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및 증시 상승에 힘입어 은행권 퇴직연금 수익률은 올해 1분기 연 7.7%(보장 3.72%, 비보장 11.82%)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개별 수익률에서는 지난 1분기 지방은행(부산·대구·광주·경남)의 원리금 비보장형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이 연 12.20%(DB형 9.74%, DC형 12.65%, IRP 14.24%)를 기록했다. 4대 시중은행(신한·하나·국민·우리)의 연 11.83%(DB형 7.99%, DC형 13.95%, IRP 13.59%)를 앞질렀다. 원리금 유형별 최고 수익률에서도 지방은행이 선전했다. 1분기 DB형(확정급여형) 수익률에서는 경남은행이 연 11.46%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IRP에서도 광주은행이 연 17.58%로 1위를 차지했다. DC형(확정기여형)에서는 하나은행이 연 15.8%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지방은행의 수익률 선전에도 적립금 증가율은 시중은행이 더 컸다. 올해 1분기 기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총 138조1592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7.54% 늘었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9조56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2.10% 성장하는 데 그쳤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고령화에 따라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0년 뒤 국내 연금시장 규모가 현재의 2.5배인 9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석진 한국투자신탁운용 OCIO컨설팅부장은 "60세 이상 인구가 현재 1370만명에서 10년 후에는 187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퇴직연금 니즈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에 있는 만큼, 각 지방은행은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퇴직연금 고객에 적극적이다. 대구은행은 기존 IRP 계좌 비대면 개설 시의 수수료 전액 면제 혜택을 유지하는 한편, DC형 퇴직연금 운용관리수수료를 통합해 중소기업 공략에 힘쓴다. 경남은행은 지난해 설치한 '퇴직연금 상담센터'에 인력을 보강하고, 개인별 상품·수익률 맞춤형 퇴직연금 상담 서비스를 제공해 개인 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은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며 "우수한 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해 수익률을 개선하는 한편, 고객과의 소통도 강화해 서비스 만족도도 높여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안승진기자 asj123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