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높였더니 집값 더 올랐다…공급만 줄인 규제정책
다주택자들을 잡겠다며 정부가 높인 양도세 등의 정책이 오히려 집값 상승에 부채질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시장 정책에 대한 시장 참여자 정책 대응 행태 분석 및 평가방안 연구'에 따르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율이 1%포인트(p) 상승하면 아파트매매가격 변동률은 0.206%p 높아졌다. 2018년 1월∼2022년 12월 수도권 71개 시군구 아파트 매매가격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이와 함께 양도소득세율이 1%p 상승하면 아파트 매매거래량 변동률은 6.879%p 낮아져 동결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집값이 오르는 초기에는 매도(공급)와 매수(수요)가 모두 증가한다. 가격상승 기대가 더 확산되고 나서는 수요는 유지되거나 소폭 감소하는 반면 매도는 크게 줄면서 집값이 급등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은 매수와 매도 모두에게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택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지난 2020년 7·10 대책을 통해 2년 미만 단기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세율을 1년 70%, 2년 60%로 인상했고,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중과세율은 2주택 20%, 주택 이상 30%로 강화했다. 또한 종합부동산세는 최대 6% 세율이 적용됐고, 취득세 역시 다주택자는 최고 12%까지 높아졌다. 이미 집값이 올라 매물이 줄었던 시기에 양도세를 강화했더니 매도는 위축되고, 매도자는 호가 상승으로 대응했다. 국토연은 "최근 부동산시장 급등기에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책효과가 충분히 달성되지 못했다"며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실제 시장참여자의 행태를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토연은 "정책들은 부분적으로 효과를 달성하기도 했지만 정책을 회피하거나 정책목표와 다른 의도로 활용하는 시장참여자들의 대응행태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정책효과가 희석되거나 양도세 정책 등 일부 정책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시 다주택자들은 양도소득세 중과 이후 혼인 신고를 미루거나 자녀 세대 분리 등으로 가구당 주택수를 줄였고, 배우자나 자녀에게 적극 증여에 나서면서 양도세보다 세율이 낮은 증여세로 대체했다. 또 양도세와 종부세 강화가 결합돼 세율이 매우 높아지면서 종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매도에 따른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한 이들은 매도물량을 거뒀다. 국토연은 "실제 다수의 부동산시장 전문가와 현장 공인중개사들이 당시 양도세 중과에 대해 매우 예민하고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종부세가 높아질 경우 매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높은 양도세율이 중복돼 적용될 경우 매도 증가로 이어지기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국토연은 "부동산 정책은 수요·공급 측면에 대한 종합적 고려와 함께 규제 회피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검토, 자금·금융지원의 오용을 방지하는 세밀한 설계 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