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유엔군 참전 美 카폰 신부·호주 칸 장군에 훈장 수여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군 참전의 날'인 27일 유엔군 참전용사에게 훈장을 수여 했다. 훈장은 미국 참전용사 고(故) 에밀 조세프 카폰(Emil Joseph Kapaun) 군종 신부, 호주 참전용사 콜린 니콜라스 칸(Colin Nicholas Khan) 장군에게 수여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군 참전용사에게 직접 훈장을 수여 했다. 수여식에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훈장 수상자인 고(故) 카폰 신부의 유족 및 칸 장군 가족, 폴 러캐머라 유엔군 사령관과 스튜어트 캠벨 메이어 부사령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한 교황청 대사 대리, 기독교·천주교·불교·원불교 군종교구장, 주한 미국대사 대리, 주한 호주대사, 국가보훈처장과 국방부 장관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수여식에서는 광주 살레시오 고등학교 변성문 학생이 카폰 신부의 공적을 소개했다. 살레시오고는 (故) 카폰 신부가 가진 박애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학교다. 칸 장군의 공적은 호주 참전용사들이 활약한 가평전투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가평고등학교 원예슬 학생이 소개했다. 고(故) 카폰 신부는 1950년 6·25전쟁에 군종신부로 파병돼 박애를 실천한 '6·25전쟁의 성인'으로 불린다. 카폰 신부는 전쟁 당시 자진해 전선에 남았고, 1950년 11월 중공군 포로가 됐다. 이후 1년이 채 되지 않은 1951년 5월 23일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한 이후 유해는 올해 3월 카폰 신부가 숨을 거둔지 70년 만에 미국 하와이주 국립 태평양 기념묘지(National Memorial Cemetery of the Pacific)에서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에 훈장 수여식에는 고(故) 카폰 신부 조카인 레이먼드 에밀 카폰(Raymond Emil Kapaun)이 참석해 대리 수상했다. 국민훈장 석류장 포상자인 호주 참전용사 칸 장군은 1952년 7월, 호주왕립연대 1대대 소대장으로 참전, 최전방 정찰 임무 수행 중 적군 총탄에 폐 손상을 입었다. 이후 호주 정부로부터 전투임무수행 공적을 인정받아 1953년 6월 4일자 영연방호주공보(Mentioned in Dispatches)에 오른 바 있다. 칸 장군은 호주로 귀국한 뒤 6·25전쟁 참상과 한국의 발전상을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이와 관련 지난 2000년 호주 캔버라의 한국전 참전 기념비 건립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다만 이날 훈장 수여식에는 건강상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에 칸 장군의 조카 손녀인 캐서린 엘리자베스 칸(Katherine Elisabeth Khan)이 방한해 대리 수상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훈장 수여와 함께 두 참전용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물도 전달했다. 카폰 신부 유족에게는 국방부 유해발굴단이 보관한 6·25전쟁 당시 사용한 미군 철모에 카폰 신부가 착용하던 십자가를 달아 선물했다. 철모에는 '자유와 평화를 위한 거룩한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We will never forget his divine devotion to peace and freedom.)'라는 문구도 새겼다. 칸 장군 가족에게는 국가유공자 명패가 모티브인 기념석패를 선물했다. 기념석패는 호주군이 참전했던 가평전투에 대해 기리고자 가평석을 활용해 제작됐다. 가평석은 지난 1999년 호주 캔버라 전쟁기념관 내 한국전 참전비부터 시드니, 호바트 등 호주 전역 6곳의 한국전 참전비 건립에 활용되기도 했다. 훈장 수여 이후 폴 라케머라 유엔군 사령관, 故(고) 카폰 신부의 조카 레이먼드 카폰, 칸 장군 조카 손녀의 딸인 이매진 페이지 스미스(Imagine Paige Smith)가 수상 소감을 밝혔다. 폴 사령관은 "용기는 특정 신념에서만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고, 영웅적 대담함은 특정 나라에서만 발현되지 않으며, 정의로운 용감함은 특정 국적인에게 고유한 것이 아니다. 이타적인 봉사정신은 한사람에게서만 있는 정신이 아니다"며 "두 분을 기리면서 항상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카폰 신부 조카인 레이먼드 카폰은 "이 훈장을 명예를 기리는 특별한 훈장이며, 대한민국 국민들이 6·25전쟁 참전용사 및 전사자들께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를 상기시켜 주는 훈장"이라고 말했다. 칸 장군 증손녀인 이매진 스미스는 "증조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대한민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사랑을 반복해 이야기하는 사랑에 빠진 남자"라며 "증조할아버지를 대신해 영광스러운 상과 영예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에 거주 중인 칸 장군이 현지에서 보낸 소감 영상에서 "작게나마 한국 재건에 기여하고 훈장을 수여 하는 것에 커다란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반도의 영속적인 평화를 기여한다"고 전했다. 한편 훈장 수상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고(故) 카폰 신부 유족과 칸 장군의 가족은 숙소에서부터 별도로 마련된 의전 차량으로 영빈관까지 이동했다. 영빈관에 도착한 뒤에는 황기철 보훈처장의 영접을 받았다. 영접 시 청와대는 유엔사와 국군의장병의 합동 도열, 군악대 연주 등으로 유·가족을 맞았다. 국민의례에도 애국가와 함께 양국(미국, 호주) 국가를 군악대가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