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지하철 민심으로 본 4·13 선택>③'재벌갑질'에 민심도 뿔 났다..."계급없는 사회 만들어 달라"
"재벌의 갑질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책임지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도 경제정책 실패나 서민 복지저하 등의 문제에 대해 선거를 통해 심판 받았다. 재벌이나 정치인 같은 권력자들을 향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54세 서현진씨) "부모의 돈이나 사업체로 재벌이 된 3·4세들이 타인을 무시하고 계층을 나누는 것은 지역감정보다 더한 사회악이라고 생각한다. 보수가 재벌들 편이라는 인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이번 선거결과는 흙수저라는 사람들의 반발로 보인다." (26세 김광훈씨)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의 경비원 폭행,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의 수행기사 갑질 등 최근 '재벌가의 갑질'이 이슈로 떠오르며 국민들의 마음에도 담이 생겼다. 이를 대변하듯 이번 총선에서도 소득 평준화 기조를 가진 야당의 손을 드는 사람이 늘었다. 특히 일명 '흙수저'라고 불리며 부모로부터 받은 것 없이 대학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30세대의 표심이 야당에 몰린 모습이다. 재벌가의 갑질에 대한 의견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중산·서민층 국민들의 입을 통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 쉽게 인터뷰에 응하지는 않았지만 대답을 한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재벌 갑질에 대한 반발심을 보였다. 사당역에서 만난 한 취업준비생은 "밤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낮에 공부해서 간신히 공무원에 붙는다 해도 학자금 갚을 생각에 결혼은 꿈도 못꾼다. 집은 언제 사고, 애들 교육은 어떻게 시킬지 생각하면 무섭기만 하다. 반면 누군가는 태어남과 동시에 모든 것을 갖고 태어난다. 집안에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집안으로 사람의 급이 갈리는 게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시청역에서 만난 44세 직장인은 "부끄럽지만 나라도 우리 회사 회장이 와서 때리면 맞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며 "아무도 계급을 정하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재산이 그 사람의 계급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재벌의 갑질 문제에 대한 대안을 묻는 질문에는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서울대입구역에서 만난 27세 대학원생은 "우리나라에서는 세습은 많고 자수성가는 힘들다. 양도소득세 등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올릴 필요가 있다. 재벌도 서민이 될 수 있고 서민도 재벌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갑질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처벌강화, 친인척 밀어주기식 특혜근절, 대·중소기업간 소통강화 등의 답변이 나왔다. 갑질 근절을 야권 강화와 연결 짓는 답변도 나왔다. 같은 역의 33세 직장인은 "서서히 법적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미국식 자본주의는 자유가 있는 만큼 징벌적 배상금과 같은 규제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동자가 싸울 수 있는 제도가 너무 미흡하다"는 의견을 말했다. 특별한 상생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철 민심은 재벌에 대한 경계심만 드러낼 뿐이었다. 이러한 민심은 선거 당선자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동아일보가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제현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의 당선자 중 64.1%(66명)가 소득세, 법인세 인상을 통한 증세에 찬성한 후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야당 측이 주장해온 증세 방안이다.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한 증세에 국민은 표를 던진 것이다. 스스로를 20년간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 토박이라고 말한 58세 송봉현씨는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이뤄져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강남 학군이니 고급 과외니 하면서 학생들 간에 계층을 만들다가 성인이 돼서는 재벌, 중산층, 서민층으로 나눈다. 정치가들도 문제다. 서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데 그 자체가 계층을 나눈다는 것 아닌가. 지역, 연령, 재산으로 사람을 나누는 것은 정치가들이 하는 일 같다. 재벌도 잘못하면 처벌받고, 서민도 열심히 하면 부자가 되는 세상이 되면 계층간의 갈등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