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 오해와 진실...파견직이 500만이나 양성된다?
[Q&A] 파견법, 오해와 진실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대국민담화 이후 노동개혁 5대 법안(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기간제법·파견근로자보호법)이 새 국면을 맞았다. 박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제외한 나머지 4개 법안에 대한 분리처리 방침을 제시하면서부터다. 고용 절벽에 처한 전 세대가 올 한해 탈출구 마련에 성공하느냐는 노동4법 통과에 달린 셈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가 기간제법·파견법을 제외한 '3개 법안'에 대해 이견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노동개혁 법안 통과의 관건은 파견법이다.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관리·전문직, 주조·금형·용접 등 이른바 '뿌리산업'에 대해서도 파견을 허용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 법이 고령자의 고용기회를 확대시키고 뿌리산업의 인력난 해소 및 국내근로자의 고용을 촉진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범야당과 노동계는 이 법안이 근로의 질을 떨어뜨리고 불법파견을 합법화하는 등 5만 파견근로자를 대거 양산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16일 국회에 상정된 이 법은 이 같은 반대에 막혀 4개월째 제자리걸음이다. 그 사이 노동계는 '노사정 대타협' 파기를 공식 선언했다. Q1. 파견법 개정시, 500만 파견직 양산되나? 야당과 노동계는 파견법을 개정할 경우 불법 파견의 합법화가 이뤄지는 등 파견직이 500만이나 양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처럼 고령자, 고소득·전문직 및 뿌리산업 종사 근로자 모두가 파견근로자로 대체된다는 것은 단순 합산논리에 따른 것이다. 현행법상 파견 허용업무인 32개 업무의 임금근로자 470만명 중 파견은 6만3000명(1.33%)에 불과하다. 수치만 봐도 500만 파견직 양산은 극단적 가정이다. 실제 파견법이 개정될 경우 파견 규모는 소폭 증가할 수 있지만 이는 정규직의 파견직화보다 신규 고용창출이나 더 열악한 일자리에서 이동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고용노동부의 2014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 근로자 대부분이 용역, 영세자영업 등 열악한 일자리에 집중돼 있는데, 정규직 대체 가능성은 거의 없고 중간단계인 파견직으로의 이동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다. 용역에서 파견으로의 옮기는 등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파견근로자수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란 얘기다. Q2. 파견확대, 질 낮은 일자리 양산하나? 많은 장년층이 열악한 일자리인 청소·경비 등 용역근로나 영세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파견 확대는 오히려 일자리 기회 확대와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파견근로는 노동법 테두리 밖에 있는 용역근로에 비해 임금도 평균 14%로 높고, 사회보험 적용률도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전문가들도 파견제의 전면 확대로 일자리 창출과 근로 개선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정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견을 확대 시행할 경우 20만명의 파견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중 40%(8만명)이 신규고용이며 나머지는 용역, 도급 등 다른 근로형태에서 파견으로 이동이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도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파견규제완화로 신규고용찰출, 장기실업자 고용전환 등 경제적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밝힌 바 있다. 파견법 시행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결과에서도 파견규제 완화 시 24만~48만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Q3. 고령 파견자들, 열악한 일자리 내몰리나? 파견법 반대론자들은 고령자들이 열악한 일자리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4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근거로 전체 고령자 근로자 327만명이 모두 파견근로자가 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파견법 확대는 고령 근로자에게 특히 더 유리하다. 취업애로계층인 고령자에게 용역근로보다 상대적으로 조건이 좋은 고용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 파견법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고령자 구직 수요는 높아지고 있으나, 현행 파견허용업무 중 고령자 적합 직종은 청소, 주유원 등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이들은 현행법의 나이제한으로 파견에서 제외돼 용역 형태의 근로를 주로 한다. 근로조건도 낮은 편이다. 파견 평균임금이 169.4만원인 반면 용역 평균임금은 148.6만원으로 20만원 가량 차이가 발생한다. 고령자들의 파견화는 오히려 근로조건이 양호한 곳으로 이동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고령자에 대해 파견대상 업무 확대를 하는 경우에도 파견절대금지업무와 제조업 생산공정업무는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열악한 일자리로의 이동을 오히려 법이 막고 있는 것이다. 기존 파견허용 업무 내 파견근로 비율 등을 고려하면 대폭적인 증가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Q4. 뿌리산업 파견 허용, 대기업 파견 남용 우려? 뿌리산업 파견을 허용할 경우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으로 파견이 전면 확대돼 결국 대기업이 뿌리기술공정을 외주화 방식으로 변경해 파견을 남용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안에 따르면 뿌리산업은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견기업에만 해당된다. 뿌리기업은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이 99.7%에 달한다. 대기업 사업장은 파견 확대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정부 역시 대기업이 외주화 방식으로 파견을 활용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이 개정될 경우 다단계 하도급이나 편법적 파견사용을 방지하도록 강력히 지도 감독할 계획이다. Q5. 전문직 파견확대, 유치원 교사도 포함되나? 파견법 개정방안 중 눈여겨볼 대목은 고소득 전문직 파견확대다. 노동계는 파견법 시행 시 유치원 교사를 비롯해 간호사, 임상병리사·방사선사 등 고소득으로 보기 어렵거나 국민 건강과 밀접한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도 파견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임금삭감의 불이익을 감당하고 남을지, 파견 대상으로 전환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전문직은 고소득(상위 25%) 요건을 부과하고 있어 노동계가 우려하는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등이 파견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간호사 등 의료인의 업무, 간호조무사의 업무, 의료기사의 업무 등은 고소득 전문직이어도 파견절대금지업무에 해당돼 파견이 불가능하다. Q6. 파견 근로자 보호 대책 미흡하다? 정부와 여당의 개정안은 생명안전분야의 핵심업무에 파견근로자 사용금지, 중간착취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파견대가 항목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파견 사용자에 대한 감시는 강화하고 근로자는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할 경우 부적정 사용이 제한되고 처우개선과 고용안정성도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용사업주의 임금 등 차별시정 연대책임 부과로 인건비 절감 목적의 파견사용도 크게 제한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이 오히려 파견규모를 감소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뿌리산업의 경우 근로조건이 열악한 만큼 파견을 허용하되, 상용형 파견 등으로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상용형은 파견 근로자를 파견업체의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파견이 없는 기간에는 파견업체로부터 근로자가 숙련제고를 위해 훈련수당을 받는 파견 모델로 현행 모집형 파견 형태와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