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주도(酒)' 이지민의 우리술 이야기
'대동여주도(酒)' 이지민의 우리술 이야기 파릇파릇 미나리 요리에 어울리는 우리술 이맘때쯤 시장에 가는 걸 정말 좋아한다. 봄을 알리는 싱싱한 채소들이 시장 곳곳을 활기차게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봄동, 유채, 취나물, 미나리, 세발나물, 냉이, 달래 등등. 오늘은 어떤 밥상을 차려볼까? 하고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중에서 오늘의 술과 함께 소개할 채소는 바로 미나리다. 향긋한 맛이 일품인 미나리는 비타민 A와 C의 보고로 불릴 정도로 영양소가 풍부하다. 해독과 혈액을 정화시키는데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주독을 제거해주는 데 좋아 숙취해소용 음식으로도 자주 쓰인다. 재미있는 건 이 미나리와 어울리는 술로 한산소곡주를 꼽는 다는 사실. 숙취해소에 좋은 미나리와 한산소곡주의 조합. 생각만해도 재미있지 않은가? 감칠맛을 내는 독특한 술 맛 때문에 '앉은뱅이'술로 유명한 한산소곡주는 1500년 전 백제왕실에서 즐겨 마신 술로 전통주 가운데 가장 오래된 술로 알려져 있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의해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을 때 왕족과 유민이 망국의 한의 달래기 위해 빚어 마셨다고 전해지며, 이 때 소복을 입고 술을 빚었다고 해서 소(素)자가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그래서인지 '백제의 눈물주'로 불리기도 한다. 한산소곡주는 아주 유명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앉은뱅이술인데, 술 맛이 너무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계속 먹게 되는 술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관련된 일화도 많다. 한 도둑이 남의 집에 들러 소곡주를 퍼 마시다가 취해서 주저 앉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술을 빚던 며느리가 술이 잘 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젓가락을 찍어 맛보다가 그 맛이 좋아서 계속 먹다가 취해서 일어나지 못해서 앉은뱅이 술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도 한다. 가장 널려 알려진 이야기는 조선시대 때 한양에 과거 보러 가던 한 선비의 이야기이다. 한산 지방을 지나다 목이 말라 인근 주막에 들러 소곡주를 마셨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 두 잔째부터 취흥이 돋은 선비가 시를 읊고 즐기다 시간을 보내 결국 과거를 치르지 못했다고 한다. 이 선비가 먹던 안주가 바로 미나리 부침이라고 하니 얼마나 맛있었으면 과거도 잊게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산소곡주에는 찹쌀, 누룩과 함께 말린 국화, 생강, 엿기름, 홍고추 등이 들어간다. 잘 씻은 찹쌀로 고두밥을 찐 뒤 식혀준 뒤, 고두밥에 홍고추를 제외한 재료들을 섞어주고 밑술을 넣어 발효시킨다. 항아리에 정성스레 넣고 마지막으로 발효가 잘 되게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붉은 고추를 세워 꼽는다. 제대로 된 술 맛을 내기 위해서는 100일간의 숙성 기간을 거쳐야 한다. 완성된 한산소곡주는 연한 미색으로 단맛이 돌면서 끈적거리고 은근한 국화 향과 고추, 생강의 풍미가 만들어내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육회나 어란, 전류 등 모든 한식 메뉴와 멋들어지게 어울리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미나리를 활용한 요리와 곁들여보길 권한다. 미나리 초무침, 미나리 전, 미나리 비빔밥, 미나리 쌈 삼겹살 등 상상만 해도 저녁 술상이 기다려진다. 오늘 저녁 당장 미나리 사다 한산소곡주 곁들여 한잔 해야겠다. [!{IMG::20160310000052.jpg::C::480::대동여주도 컨텐츠 제작자 이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