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펀펀투데이' 김수연 작가 "퇴근과 동시에 하루 일과 시작해요."
[새벽을 여는 사람들] '펀펀투데이' 김수연 작가 "퇴근과 동시에 하루 일과 시작해요." 차가운 새벽 바람이 귀와 코끝을 에이는 날에도 청취자에게 즐거움을 주기위해 스튜디오로 향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는 SBS 새벽 라디오 프로그램 '김영철의 펀펀투데이' 메인 작가 김수연 씨다. 김영철의 펀펀투데이'는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새벽시간대라 늘어지지 않게 짧은 코너들로 다양하게 구성된 게 특징이다. 2002년부터 15년째 라디오 스튜디오를 지켜온 김 작가는 피곤함보다 미소가 만연했다. "6시에 생방송 시작이라 보통 한 시간 전에는 도착해서 DJ의 대본을 셋팅해놔요. 대본도 미리 한번 꼼꼼히 체크하고요. 대본과 관련한 모든 준비는 전날 집에서 해놓고, 출근해서는 기본적인 업무만 하는 편이죠." DJ 김영철이 라디오 부스 안에서 청취자의 사연을 읽을 때 그녀는 인터넷 채팅창과 SNS를 정독하며 재미있는 댓글과 사연을 채택한다. 비몽사몽 정신없는 새벽 시간에도 그녀는 활기차다. "한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아까 한 코너에서만 문자가 1000개 정도 왔어요. 아무래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원 중 한명이다 보니 청취자의 반응이 뜨거울 때 가장 힘이 나고, 보람되죠. 저희 프로그램은 제빵사, 간호사, 교대근무자, 운동하러 가는 길에 들으시는 분들 등 새벽시간에도 바쁘게 움직이는, 열심히 사는 분들이 많이 들으세요. 그런 분들의 사연을 소개하다보면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고 마음이 따뜻해져요." 라디오 작가는 직업 특성상 매일 스튜디오로 출근하지 않는다. 주말분은 생방송 직후 미리 녹화분량을 뽑아놓는다. 때문에 실제로 새벽에 출근하는 날은 일주일에 세번 정도라고. "저희 팀은 영철 씨, PD님, 메인작가인 저, 그리고 서브 작가 총 4명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출근해서 생방송 진행하고, 아침 식사를 함께 해요. 그리고 주말분을 녹음한 뒤 점심을 먹으면 퇴근이에요. 그런데 제 일과는 퇴근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요. 오프닝 멘트부터 다양한 코너의 원고를 작성해야 하거든요. '날씨가 춥네요, 덥네요' '어제 ~한 사건들이 있었죠?'로 시작하는 건 너무 식상해요. 항상 신선한 멘트를 생각해야 하죠. 그리고 저희 프로그램이 코너가 다양한데 특히 팝송과 가요를 적절히 섞어서 퀴즈를 내는 코너와 꽁트 코너가 시간을 많이 소요하거든요. 알찬 내용들로 꾸며야 하기 때문에 신경쓰다보면 하루가 다 가요." 김 작가의 요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빠른 시간 안에 영어가 늘 수 있을까'다. '굿모닝 팝스'처럼 전문적인 어학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김영철의 펀펀투데이'도 영어를 사용하는 코너가 메인이다보니까 영어 공부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책 읽는 걸 좋아하던 경상도 소녀는 재미있는 글을 쓰고자 작가가 됐다. 라디오 서브작가 3년차에 일을 관두고 훌쩍 여행을 떠나기도 했지만, 결국 방송국으로 되돌아왔다. "그때는 '이거 아니면 할거 없겠어?'라는 생각으로 그만뒀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이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을 찾을 수 없더라고요. 매일 바뀌는 아이템과 트렌드때문에 지겹지고 않고요. 그리고 지금은 '잘 할 수 있는 일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김영철의 펀펀라디오'가 제가 첫 메인작가를 맡은 프로그램인데 책임감도 막중하고요." 90년대만해도 라디오를 들으며 낄낄거렸는데 지금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원하는 음악을 듣는 시대다. 많은 이가 '라디오는 죽었다'고 말하지만, 어디선가 듣고 있을 청취자를 생각하면 그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게되는 게 라디오 작가다. "오늘만해도 한시간동안 1000개가 넘는 문자 사연이 왔어요. 듣는 이가 있다는 거죠. 어디선가 누군가는 항상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나고, 의욕이 샘솟아요. 라디오는 따뜻함이 있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출근하는 날이 그렇지 않은 날보다 힘이 난다는 김수연 라디오 작가는 오늘도 청취자를 위해 대본을 수정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그녀의 대본은 내일이면 DJ 김영철의 입을 빌려 청취자에게 웃음과 희망을 준다. 그녀의 앞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