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리뷰] '살인소설' 스릴러와 블랙코미디의 신선한 조합
[필름리뷰] '살인소설'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의 신선한 조합 스릴러? 블랙 코미디? 영화 '살인소설'(감독 김진묵)은 잘 짜여진 스릴러인 동시에 정치·사회를 풍자하는 유머까지 섞인 블랙코미디이기도 하다. 장르적 신선함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영화 '살인소설'은 유력한 차기 시장후보로 지명되며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은 경석(오만석)이 유력 정치인인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러 들른 별장에서 수상한 청년 순태(지현우)를 만나면서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리는 24시간을 긴박하고 밀도있게 그려냈다. 장인의 비자금을 숨기러 별장을 향하던 경석과 내연녀 지영( )은 의도치 않게 강아지를 차로 치게 된다. 경석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가던 길을 계속 가고, 모든 것을 지켜본 한 남자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순태다. 별장 관리인을 자처하며 경석과 지영 앞에 나타난 순태는 "혹시 누렁이를 보지 못했느냐"고 묻고, 경석은 "못봤다"고 시치미를 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순태는 경석의 거짓말에 거짓말로 응수하기 시작한다. 경석의 뻔뻔함과 비열함에 순태는 고의적인 함정을 만들기 시작하고, 경석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부풀어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동안 전작들을 통해 따뜻하고 정의로운 인물을 연기했던 지현우는 '살인소설'에서 속을 알 수 없는 의문의 소설가 순태로 분해 등장할 때마다 긴장감을 선사한다. 소설가이면서 모든 계획의 완벽한 설계자인 순태는 영화 속 경석은 물론, 관객까지 함정에 빠뜨려 무엇이 진실인지 몰입하게 만든다. 순태와 대립하는 경석은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다양하게 활약하고 있는 배우 오만석이 맡았다. 경석은 3선 국회의원인 장인 앞에서 꼼짝 못하며 성공을 위해서는 어떤 굴욕도 참는, 야망과 위선으로 똘똘 뭉친 인물. '살인소설'은 극과 극의 두 인물 순태와 경석에 의해 전개된다. 서로의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과정에는 온도 차가 존재한다. 순태가 등장할 때는 서늘하며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경석이 등장하면서 그가 신경쓰고 있는 장인의 비자금이나 내연녀와의 관계가 아내에게 들통날까 조마조마해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어처구니없는 실소를 터뜨리게 한다. 이 영화는 현실 정치인들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풍자가 강렬하다. 정치적인 이권을 대가로 한 검은 돈의 거래, 아내의 친구가 내연녀가 되고, 정치적 야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짓을 일삼는 현실 정치인들의 모습이 경석을 통해 가감없이 표현돼있다. 특히 경석이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지 못할 때마다 등장하는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대사와 호통치는 모습은 사회에 만연한 '갑질'을 꼬집는 듯 하다. 이들을 향한 힘없고 빽 없는 '보통 사람'(순태)의 응징은 사소하지만 통쾌함을 안겨주고, 한 권의 소설을 매개로 누군가 짜 놓은 듯 정교하게 진행되는 사건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제공한다. 오는 6월 지방선거가 있다. 후보자들과 좋은 정치인을 뽑고 싶은 유권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영화가 될 전망이다. '살인소설'은 서스펜스 스릴러로 모든 순간이 반전의 연속이라고 할 만큼 탄탄한 스토리 전개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진묵 감독은 "거짓말을 가장 잘 하는 두 종류의 직업군인 '정치인'과 '소설가'의 싸움을 이야기로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하룻밤, 한 장소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스토리 속에서 '살인소설'의 한 컷 한 씬이 모두 스토리 전개에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실제로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만나 자료조사를 하고 시나리오 모니터링도 받는 등 철저한 준비를 통해 영화를 완성시켰다"고 밝혔다. 김진묵 감독의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 그리고 치밀한 연출력으로 탄생한 '살인소설'은 올 봄 서스펜스 스릴러의 고정관념을 뒤엎을 강력한 영화가 될 것을 예고한다. 25일 개봉. 15세 관람가/러닝타임 102분. [!{IMG::20180422000124.jpg::C::480::영화 '살인소설' 스틸컷/페퍼민트앤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