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2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개선 목소리 높다
지정 적합업종은 8개인데 상생협약은 10개 '실효성 의문' "상생협약, 신청 단체 사적 비즈니스로 전락했다" 혹평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고車매매업도 상생협약 맺나 박영선 장관, 현대차 정의선 회장에 '프로토콜 경제' 제안 5년간 울타리를 쳐 소상공인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이 시행된지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 개선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등의 부분별한 사업 확장에 대해 소상공인을 지켜줘야할 생계형 적합업종이 실제 지정된 것보다 이해 당사자간 맺은 상생협약 업종이 더 많은 터여서 이를 두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시행에 들어간 제도를 놓고 곳곳에서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계형 적합업종과 관련해 현재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중고자동차판매업 진출 문제도 자칫 대·중소기업간 '상생협약'으로 흘러갈 경우 생계형 적합업종이 오히려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22일 중소벤처기업부,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12월13일 시행에 들어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통해 현재까지 8개 업종이 '생계형'으로 지정됐다. 이듬해 10월 서적, 신문 및 잡지류 도매업이 '1호'로 지정된 이후 자동판매기 운영업, LPG연료 소매업, 간장제조업, 고추장제조업, 된장제조업, 청국장제조업, 두부제조업이 잇따라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명단에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같은 기간 상생협약을 맺은 업종은 10개로 오히려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것보다 많다. ▲제과점업 ▲앙금류 ▲어묵 ▲햄버거빵 ▲기타곡물가루(메밀가루) ▲화초 및 식물 소매업 ▲전통떡 ▲도시락 ▲막걸리 ▲인쇄업(오프셋인쇄업)이 이해당사자인 대기업과 소상공인(또는 중소기업)이 상생협약을 한 업종들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적합업종 지정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중고자동차판매업, 국수제조업, 자동차전문수리업, 냉면제조업, 당면제조업에 대해서 심의를 하고 있다. 또 폐목재재활용업, 떡국떡 및 떡볶이떡 제조업, 보험대차서비스업은 관련 단체들이 신청해 실태조사 단계에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정수정 연구위원은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가 지난 20일 개최한 '2020 추계학술대회'에서 '생계형 적합업종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를 발표하며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은 누가 해도 된다는 가정에 따라 당초부터 신청요건을 낮췄는데, 신청단체가 업종을 대표해서 상생협약을 맺고 (그 협약의 대가로)수혜를 받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상생협약이 대기업과 소상공인(또는 중소기업) 양자가 맺는 사적 약속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상생협약을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니면 협약 당사자간 자율에 맡겨놓을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한다는 것이다.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을 맡고 있는 소상공인연합회 권순종 부회장은 "상생협약은 신청단체의 '사적 비즈니스'로 전락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장 진입을 막아달라고 신청했던 생계형 적합업종을 상생협약이란 이유로 신청 소상공인(또는 중소기업) 관련 단체가 대기업 등과 타협하면서 그 대가로 반대급부를 받는 것이 진입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실제 피해액보다 터무니없이 작기 때문이다. 아울러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해 대기업의 협상 파트너로 나서는 단체의 대표성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 특별법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신청은 '중소기업 협동조합'과 중기부령으로 정하는 '중소기업 관련 단체'가 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조합과 단체는 소상공인 회원사의 비율을 30% 이상 충족해야한다. 생계형 적합업종이 기존의 중소기업 적합업종과 달리 '소상공인'을 위한 것이어서 과도하게 중소기업 관련 단체로의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이런 가운데 생계형 적합업종과 관련해 현재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고차판매업의 경우도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와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2개 단체가 생계형 적합업종을 신청한 상태다. 이들은 과거 한개 단체였지만 내분 때문에 갈라섰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관련법은 적합업종 신청을 1개 단체가 했지만 이해관계 단체가 다수거나, 또는 신청을 2개 단체에서 한 경우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원칙이 없는 상태다. 정수정 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서도 신청 단체를 병합하거나 아니면 한 단체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 이를 제도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현대차의 중고차판매업 진출과 관련해 앞서 정의선 회장에게 '프로토콜 경제'로 풀자고 제안을 하고, 정 회장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지난 19일 스타트업 축제 '컴업 2020'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청청콘 최종 경연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프로토콜 경제 관련 기사 링크를)오늘 정의선 회장에게 보내줬다"며 "정 회장에게서 '좋은 생각이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플랫폼 경제'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프로토콜 경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독점과 폐쇄성과 같은 문제를 극복해 중앙화·독점 등의 폐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박 장관이 정 회장에게 보낸 프로토콜 경제를 중고차판매업에 적용할 경우 현대차가 시장에서 거래할 중고차의 범위나 사고이력 등을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들과 공유해 대기업의 시장 참여에 따라 소상공인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