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시장 '쑥쑥', 사후면세점 환급창구 운영사업자 카르텔 '도마'
[메트로신문 김승호 기자]서울 시내에 추가로 들어설 면세점 3~4곳에 대한 정부 발표가 임박하는 등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앉아서 돈 버는 사업'으로 인식받고 있는 환급창구 운영사업자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기업 등 서너곳이 관련 시장의 90% 가량을 점유하는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어 높은 '통행세', 과도한 리베이트에 따른 시장 혼탁 우려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환급창구 운영사업자란 국내의 '택스 리펀드 샵', 즉 사후면세점에서 상품을 구입한 외국인이 공항·항만을 통해 출국하기 전 상품에 붙었던 10%의 부가가치세 등 세금을 환급해 갈 수 있도록 대행하는 업무를 하는 사업자를 말한다. 환급창구 운영사업자 지정은 국세청이 맡고 있다. 관세청이 관할하는 사전면세점, 즉 '듀티 프리 샵'과는 다른 개념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급창구 운영사업자(환급 사업자)는 현재 10여 곳으로 이 가운데 글로벌기업인 글로벌블루코리아(GBK), KT 자회사인 케이티스(KTis), 모바일 디스플레이 부품 제조기업인 하이쎌이 대주주로 있는 글로벌텍스프리(GTF) 및 큐브리펀드가 전체 시장의 9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당시 5000억원에 그쳤던 사후면세점 시장 규모가 2015년 말에는 약 2조7000억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환급을 대행하는 이들 사업자의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실제 글로벌텍스프리의 경우 2014년 당시 133억원에 그쳤던 영업수익(매출)은 지난해 228억원으로 1년새 71%나 성장했다. 3월 결산법인인 글로벌블루코리아는 108억원(2013년4~2014년3월)이던 영업수익이 148억원(2014년4~2015년 3월)으로 1년새 37% 늘었다. 이들 환급 사업자는 수수료가 주수입원이다. 상품 구매자들에게 환급 대행을 하면서 받는 수수료, 공항·항만 등에 창구를 운영하면서 공간을 마련하지 못한 또다른 중소 환급 사업자로부터 받는 지급대행 수수료가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외국인이 110만원(부가세 10% 포함 )짜리 제품을 구입한 후 공항에서 부가세를 환급받는다면 10만원 중 25~30%인 2만5000~3만원이 이들 환급 사업자에게 돌아간다. 현재 GBK는 인천공항에서, GTF는 인천·제주·청주·김해공항과 일부 항만에서, KTis는 인천·김포공항과 일부 항만에서, 큐브리펀드는 평택항에서 각각 환급창구를 운영중이다. 그런데 공항·항만내 공간이 충분치 않아 입점을 못한 나머지 환급 사업자는 이들 업체의 전산망을 통해 지급대행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일부 대형사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지급대행 신청업체로부터 시스템 구축비 명목으로 초기에 수 천만원씩의 통행세까지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독과점 사업자들은 공항공사 등에서 정한 최대 20%의 지급대행 수수료를 받는다. 그런데 추가로 이미 깔려 있는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이유로 구축비까지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게다가 구축비는 환급창구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사 대부분이 3000만원대 중반으로 비슷한 수준"이라면서 "여러 공항·항만을 이용하기 위해선 각각의 사업자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해 (지급대행)수수료 외에도 억단위 이상의 초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가맹점 유치를 위한 환급 사업자들의 과도한 리베이트 지급, 높은 수수료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사의 경우 2014년 당시 81억원이던 영업비용이 지난해 195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영업비용 항목에 포함되는 급여, 지급임차료 등도 늘었지만 리베이트로 추정되는 판매수수료가 1년새 10억원에서 59억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향후 1년간 한시적이긴 하지만 지난 4월 1일부터 외국인들의 성형수술도 환급 대상에 포함돼 성형외과 등을 가맹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환급 사업자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25~30% 수준인 환급 대행 수수료도 시장을 선점한 업체들에겐 효자다. 글로벌블루코리아는 지난해 3월까지 직전 1년간 벌어들인 돈 가운데 스웨덴에 소재한 글로벌블루홀딩스AB가 보유한 특수관계사(글로벌블루SA) 등에 지급·경영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약 40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세점 시장 급성장과 더불어 환급 사업이 이처럼 손쉽게 돈을 버는 사업으로 인식되면서 최근 국세청에도 신규 신청 등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환급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일본, 유럽 등 해외에 비해 낮기 때문에 인하할 계획은 없다"면서 "시장이 과점이긴 하지만 업체간 받는 전산개발비 등을 (관청에서)관여할 일은 아니며, (환급 사업을 시작하겠다며)신청이나 문의가 최근 들어 늘고 있는 만큼 객관적 요건을 갖추면 (환급창구 지정)사업자를 내줄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