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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후약방문 '부동산정책'

"우리는 다 알죠."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를 방문했을 때다. 이 곳의 중개업자는 신규택지 후보지나 3기 신도시 예상지 등을 술술 읊었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느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모른다'는 대답은 오히려 정책을 수행하는 쪽에서 자주 나온다. 최근 3시 신도시 후보지 개발 도면 유출 사건에 대해 관계 기관 관계자는 "회의할 때 외부 관계자가 몰래 도면을 사진으로 찍어갔다는 얘기가 있다"며 "그런 식으로 유출한다면 알 도리가 없다. 아무도 몰랐다더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다. 정책을 집행·수행하는 기관의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도면을 유출하거나(LH의 공공택지 후보지 도면 유출 의혹), 공식적으로 보고받았으나 사전에 공개하거나(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의 신규택지 후보지 유출) 정책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알게 된 정보를 누설하면 강남의 부동산, 지역민, 다주택자 등이 자신 있게 '우리는 다 알죠' 할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국토교통부의 사후약방문식 정책이다. 지난 9월 신창현 의원은 9·21 공급 확대 정책이 발표되기 전에 신규택지 후보지 8곳을 유출했다. 당시 택지지구 조성 후보지로 지목된 곳의 인근 땅값이 뛰었고 사전 정보유출로 투기거래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 의원이 유출한 8곳의 후보지 중 광명, 의정부, 시흥, 성남, 의왕 등 5곳을 그대로 9·21 대책에 포함해 발표했다. 그리고 두 달 후, 이익 볼 사람은 이익을 다 챙겨간 뒤인 지난 21일 국토부는 '공공주택지구 보안관리지침(관리지침)'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공공택지 사업 후보지에 대한 자료를 생산하거나 취득하는 공공주택사업자와 관계기관의 보안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관련 문서를 대외비로 관리하고 문서 표지에 처벌 규정 등 보안 주의사항을 붉은색 글씨로 표기하게 된다. 보안서약서를 통해 누설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다. 옹색하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선 대출 규제, 수요 억제 보다는 자정 작용이 먼저 필요해 보인다.

2018-11-22 14:22:13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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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전 통보 점검은 '짜고 치는 고스톱', 불시 점검해야

지난해 말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이달 초 18명의 사상자를 낸 종로 고시원 화재 사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소방점검 때 '양호' 판정을 받았다는 점이다. 앞서 종로소방서는 지난 5월 관내 화재 취약 고시원을 대상으로 소방점검을 실시했다. 점검대상에는 9일 화재가 발생한 국일 고시원도 포함되어 있었다. 소방 점검은 사전 통보 방식으로 진행됐다. 종로소방서는 점검 당시 해당 고시원에 특별한 지적 사항이 없었다고 했다.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점검이 사전 통지 방식이 아닌 불시로 이뤄졌어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미혁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사전 통보 및 불시 소방특별조사 실시현황' 자료에 따르면, 불시점검을 할 경우 사전 통보 때보다 적발률이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6~2017년 소방특별조사 점검 건수는 총 289만3660건이다. 이 중 99.5%(287만9008건)가 사전 통보한 뒤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전 통지 후 위반 사항 적발률은 1.5%(4만4474건)였다. 같은 기간 실시된 불시 점검(1만4652건)에서 적발 건수는 총 1119건이었다. 불시점검 적발률은 7.6%로 사전 통지 점검 적발률 1.5%보다 5배 많았다. 현행 소방법에 따르면, 소방서에서 특별점검을 하려면 7일 전 건물 관계인에게 조사 대상·기간·사유를 사전에 알려야 한다. 단, 화재 발생 우려가 뚜렷해 긴급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는 경우나 사전에 조사 사실을 통지하면 조사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불시점검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소방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불시 점검으로 귀중한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불시 점검의 효과를 톡톡히 본 곳이 있다. 대형 공사 현장이다. 국토부는 대형 공사장을 대상으로 불시 안전점검을 실시해 시공 불량, 안전시설 설치 미흡 등 87건을 적발했다. 국토부는 금번 불시 점검으로 건설 현장 사망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2명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44명이, 종로 고시원 화재로 7명이 사망했다. 80명, 소방시설 불시 점검으로 구할 수 있었던 목숨의 수다.

2018-11-21 14:30:00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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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그나마 기름값만 내렸다.

경기 불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물가는 역시나 올랐고 동시에 생필품 가격도 높아졌다. 올 연말에도 소비자 부담은 커지고 있다는 우울한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지겨울 정도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시내에서 판매된 생활필수품 4개 중 3개의 가격이 한달 전보다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세탁세제와 식용유란다. 하필 모두가 필수적으로 구매해야하는 제품이다. 그나마 기름값이 떨어졌다는 것이 위안이랄까.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한 지 14일째를 맞이한 19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1ℓ당 1554.4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목표로 제시한 가격 하락폭인 123원을 넘긴 셈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늘고 우리나라가 이란 제재 예외 국가로 인정되면서 국제 유가도 하락하고 있다. 향후 기름값도 하락세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기름값이 떨어진 덕분에 차를 이용해 일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물론 서민들의 부담 또한 덜 수 있어서 그나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는 정부가 유류세를 내렸지만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결국 소비자들이 기름값이 떨어진 것을 체감하지 못했던 10년전과는 참 대조적이다. 한가지 걱정인 건 유류세 한시적 인하 기한이 끝나고 나서다. 이번 세율 인하 조치는 2019년 5월6일까지만 적용된다. 결국 올 겨울 한파가 지나고 봄이 되면 다시 기름값을 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시적인 인하 조치 대신 근본적인 해결책을 기대하고 싶다. 생필품 물가 안정도 마찬가지다. 올 연말이 지나고 설 명절이 다가오면 소비자들은 또 한번 미흡한 장바구니에 한 숨을 쉴 게 뻔하다. 매년 명절 때마다 그래왔으니. 생필품 위주의 물가관리 노력 또한 필요한 때다.

2018-11-19 16:38:17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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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용모 단정'의 이중잣대

여성에게 화장은 필수일까, 선택일까. '꾸밈 노동'에서 탈피하는 움직임, 일명 '탈 코르셋' 열풍이 여성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지만,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정체돼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카페 프랜차이즈 요거프레소에서 불거진 '부당 해고' 논란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천안의 한 요거프레소 매장에 첫 출근한 A씨는 출근 5분만에 점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면접 때와 달리,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도 짧아졌단 이유에서다. A씨는 단발머리에 화장한 상태로 면접을 본 뒤, 다음날 머리 스타일을 투블럭으로 바꿨다. 이후 출근했으나 점주는 "음식을 파는 매장이니 용모가 단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해고를 강행했다. A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도대체 화장이랑 일하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냐고 했지만 점주는 '자기랑 생각하는 게 안 맞으니 같이 일 못한다'고 했다. 내 용모가 단정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여자인데 머리를 짧게 자르고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욕감을 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 사이에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용모단정'의 기준은 무엇이냐는 것이 골자다. 무엇보다 한 직장 내에서도 남녀에게 주어지는 단정함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요거프레소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카페 프랜차이즈도 최근 남녀 직원의 단정치 못한 용모를 지적하는 고객의 불만사항에 대해 여성에게만 시정 조치를 하겠다는 답변을 내놔 뭇매를 맞은 바 있다. 굳이 사례를 찾지 않아도 주변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백화점 등에서 근무하는 서비스 업종 종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에서도 여성 직원들에게 공공연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다. A씨의 부당 해고건은 극단적인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사회에 발 붙이고 있는 수많은 여성들이 비슷한 이유로 선택할 권리를 잃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용모 단정'의 의미가 무엇인지, 여성들에게만 오랫동안 부당한 기준을 강요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때다.

2018-11-15 14:22:57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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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듀, 와이브로! 안녕, 5G

우리나라 토종 무선 데이터 통신 기술인 와이브로(WiBro)가 12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KT에 이어 SK텔레콤도 지난달 와이브로 서비스 종료에 나섰다. 단말과 장비가 부족하고, 가입자도 줄어 더 이상 서비스 유지하는데 한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해서다. 지는 기술이지만, 처음 시작할 때 기대감은 남달랐다. 2006년 정부와 기업이 앞장서 만든 와이브로는 한때 가입자가 100만명에 달하기도 했다. 토종 기술이니만큼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정보통신 전략인 'IT 839'의 서비스 가운데 으뜸으로 꼽혔다. '손안의 인터넷'이라고 불리며 기술혁신의 중심에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런 와이브로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 이유는 초기 음성 통신이 배제된 점 등 다양하지만, 결국 생태계 조성에 실패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와이브로와 경쟁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은 1년여 만에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며 생태계를 넓혀갔다. 그간 '에그'로 익숙한 와이브로 기능을 사용하는 넷북 등은 이미 단종된 지 오래다.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다시 와이브로를 떠올려야 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기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이다. 아무리 고속도로가 넓고 빨라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죽은 길일 뿐이다. 인류학자 김현경이 쓴 '사람, 장소, 환대'에서는 사람이 되는 것은 자리를 부여받고 환대를 통해 사회적 성원권을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기술에 적용해보면, 인정받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이 실현화될 장소와 사람들의 환대가 구현이 돼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5G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기 위해 정부와 통신사 모두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초보다 중요한 건 이 기술을 우리 삶에 어떻게 밀착시키느냐다. 특히 5G의 경우 이전 기술과는 다르게 전송속도나 지연시간, 단말기 수용능력이 우수해 사업 외연을 넓힐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술과 함께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

2018-11-14 10:48:19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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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카풀 정착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해야

남쪽의 귤나무를 북쪽으로 가져와 심었더니 귤이 열리기는커녕 탱자가 열렸다. 기후와 풍토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옮겨 심은 탓이다. 사자성어 귤화위지의 유래다.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문제도 이런 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같은 사안일지라도 다른 곳에선 문제가 없던 것이 우리나라에 오면 바뀔 수 있어서다. 그 사회의 역사, 전통, 분위기, 인식 등에 따라 새로운 열매가 탄생한다. 논란을 겪고 있는 '카풀' 문제도 이와 유사하다. 우버가 그랬다. 우버는 가치가 135조원에 달하는 세계적 기업이지만 2013년 한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택시업계의 반발과 불법성 논란으로 2년 만에 철수했다. 다른 나라에선 '혁신'으로 불렸지만 한국에선 '불법'으로 각인됐다. '카풀 도입=생존권 박탈'로 인식하는 목소리 강한 택시업계가 있는 환경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5년이 지났지만 그때와 달라진 게 없다. 갈등은 여전하다. 지난달 카카오가 카풀앱 출시를 예고하자 택시기사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 나와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오는 22일에는 국회 앞에서 2차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달 16일 게시된 '카풀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은 13일 오후 3시 기준 2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 기간 내 동의자 20만명을 넘겨 청와대 및 정부 부처 관계자가 공식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 카풀이 정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만은 아니다. 안전에 관한 이용자의 우려도 존재한다. 일례로 카풀 업체는 운전자의 음주 이력을 조회하지 않는다. 차와 운전면허증, 보험증서만 있으면 누구나 기사 신청을 할 수 있다. 오히려 해외의 운전자 자격요건이 더 엄격하다. 미국의 카풀회사는 범죄기록 등 신원 조회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면허 취득 후에도 음주운전이나 약물 복용 이력이 있으면 퇴출된다. 미국 뉴욕시는 우버가 안착한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의 경우에도 택시업계가 우버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뉴욕시는 '선진입 후규제'를 택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과 교통 문화가 발달하는 상황에서 우버를 규제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사용자들이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그랬던 뉴욕시가 우버의 일상화로 교통 혼잡이 심해지고 수입이 감소한 택시기사들의 자살이 늘자 최근 승차공유 업체의 신규 면허를 1년간 동결했다. 중국에서는 디디추싱의 카풀 서비스를 이용한 여성 승객들이 성폭행 당한 후 피살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심야 차량 연계 서비스를 중단하고 승객과 기사 간 모든 대화를 녹음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른 환경에선 달콤한 귤이었던 것이 한국에선 시큼한 탱자가 될 수도 있다. 더구나 기득권의 반발로 논의조차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나라의 환경을 조성하는데 책임이 큰 쪽은 정부다. 정부가 결단을 못 내리고 지지부진하는 사이 택시업계는 무조건 반대만 외치고 공유경제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 미칠 긍정적·부정적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 현명한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2018-11-13 17:00:00 구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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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드러나는 사립유치원들의 집단 움직임

사립유치원들의 사실상의 집단 반발 움직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내 사립유치원 최대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지난달 30일 유치원장과 설립자 등 4000여 명이 모인가운데 비공개로 개최한 대토론회 직후, 사립유치원 원장 대다수가 폐업을 하고싶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를 밝히면서도 각 유치원 원장들이 스스로 판단할 것이라면서 집단 대응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난 6일을 기준으로 전국 38개 사립유치원이 폐원 신청서를 냈거나 학부모들에게 폐원 안내를 했고, 1곳은 원아 모집 중단을 안내했다. 특히 내년 원아 모집을 위한 일정을 미루거나 학부모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유치원들은 이보다 더 많다. 휴업이나 폐원을 신청했거나, 원아 모집 일정을 보류하거나 정하지 않은 유치원들의 행태를 보면 집단 움직임과 다를바가 없다. 올해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발표가 없었더라면 대부분의 유치원들은 이미 내년 원아 설명회나 모집 일정을 학부모들에게 공지했어야 했다. 정부 당국이 임의 휴·폐업 유치원에 대해 경찰 고발 등의 강경 조치를 공언하자 이를 피해가려는 꼼수에 불과한 이유다. 박용진 의원 등 129명이 발의한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에 대한 사립유치원 설립자나 원장들의 태도는 학부모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일부 유치원장들은 교사들에게 정부 입법예고시스템에 반대글을 써주며 댓글을 달라고 한 제보도 나오고 있다. 사립유치원 측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가짜 뉴스도 가관이다. '유치원들이 학부모에게 받은 정부 지원금은 유치원 원장이 알아서 써도 문제되지 않는다'는게 대표적이다. 사립유치원은 유아교육법과 사립학교법 상 엄연한 학교다. 따라서 정부가 지원하는 누리과정비 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추가로 낸 원비 등 모든 수입은 유치원 회계 상 수입으로 편성해야 하고, 그 예산은 아이들을 위한 교육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 자신들의 재산권에만 집착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빼돌려 명품백을 사거나 자신의 가족 차량 구매부터 보험료와 수리비까지 냈던 비리 유치원에 정당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입법에 반기를 든 것은 선량한 사립유치원을 더욱 힘들게 만들 뿐이다. 단순 착오나 행정 실수로 인해 이름이 공개된 유치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유치원 입학지원 시스템인 처음학교로에 올해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의 사립유치원이 등록한 걸 보면 적지 않은 사립유치원이 비리 오명을 벗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공재인 유치원의 환골탈태를 위해 한유총에 대한 정부의 엄격한 대응이 유지돼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다행히 12일 교육부는 따르면, 교육부는 올해 처음으로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사립유치원 휴·폐업뿐 아니라 모집 일정 등의 현황도 파악하기로 했다. 휴·폐원보다 많은 모집 연기 등이 학부모들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당한 이유없이 모집 일정을 보류하는 유치원에 대해서도 임의 휴·폐업에 준하는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

2018-11-12 17:28:3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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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용주의 노동자 폭행 엄단해야

최근 구속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갑질은 많은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직원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는 엽기적 행각을 강요하는 모습에 피해자들의 가족들이 받았을 상처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우리 사회의 갑질은 양파 껍질처럼 벗기고 벗겨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부터 시작된 대한항공 사주 일가의 갑질, 한화그룹 셋째 아들 김동선씨의 술집 종업원 폭행 등 재벌 갑질부터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사회 각 분야의 미투피해 사례 등 대한민국의 평범한 시민들은 일상의 갑질 문화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경제적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직장 내에서 겪게 되는 갑질 피해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폭행을 금지한 근로기준법 제8조 위반으로 올해 1∼8월 노동부에 접수된 사건은 515건에 달했다. 문제는 노동부에 접수된 사업주의 노동자 폭행 사건은 2014년 204건, 2015년 216건, 2016년 280건, 2017년 360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주를 포함한 사용자의 노동자 폭행으로 접수된 사건도 2014년 393건, 2015년 391건, 2016년 538건, 2017년 649건으로 2015년 이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안타까운 점은 사용자의 노동자 폭행으로 접수되는 사건이 늘고 있지만, 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것은 소수에 불과해 실제 처벌받는 사례는 적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이를 두고 노동자가 사용자 폭행으로 진정을 제기하고도 합의 등을 거쳐 이를 취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노동자에 대한 갑질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 지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고용한파가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노동자들은 더욱 약자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악용해 갑질을 일삼는 사용주, 특히 노동자에 대한 폭행만큼은 더욱 엄중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18-11-11 13:26:08 최신웅 기자
[기자수첩] 먹고 살기 힘들어 보험 깬다

올해 들어 보험을 깨는 건수가 100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보험료를 내지 못하거나 납입하고 있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해지하는 가입자가 늘어난 것이다. 소비자들이 가계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가장 먼저 깨는 것이 '보험'이라는 얘기가 이를 방증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말 보험료 미납으로 효력이 상실된 보험계약 건수는 총 91만6493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 늘어난 수치다. 올 6~8월 3개월 동안 자발적 해지인 계약 해지 건수는 248만9018건에서 333만3935건으로 100만건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계약 효력 상실건수는 65만4547건에서 91만6493건으로 30만건 가까이 급증했다. '먹고 살기' 위해 보험을 해지한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보험을 중간에 해지할 경우 기존에 납부한 원금 손실이 불가피함에도 말이다. 이른바 '불황형 대출'이라고 불리는 약관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 약관대출이란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70∼80%의 범위에서 수시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데, 대출 절차가 간편하고 이자도 낮아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을 중심으로 거래된다. 올 상반기 약관대출 잔액은 47조58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6.8% 증가했다. 증가 폭 또한 2017년 3.6%, 2016년 2.3%, 2015년 0.7% 등 매년 커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가계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당장 급전이 필요한 일이 잦아진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저신용자들이 대출이 힘들어지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서민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서민들의 최후의 보루라는 보험을 깨면서까지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정부는 현실감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2018-11-08 16:13:53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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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치권력의 재분배…'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혁해야

에드워드 로이스는 저서 '가난이 조종되고 있다'에서 "부의 불평등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합법적 국가의 권력을 소수가 아닌 국민 다수가 원하는 권력으로 재분배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의 대다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포함한 각종 형태의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르고 있는 반면 미국의 선거방식은 소선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 구조로 평등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현재 미국의 양당제를 기반으로 한 정치 구조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망각한 채 재분배 개혁을 실천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지난 1987년에 도입된 대한민국의 소선거구제는 거대정당에 유리하고 사표를 많이 발생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은 25.5%의 정당득표울로 48%의 의석율을 얻은 반면, 국민의당은 26.7%의 정당득표율을 얻고도 12.6%의 의석율만을 차지했다. 이에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원내외 7개 정당은 지난달 31일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의 선거제도 개편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각 당의 전체 의석수가 정당지지율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득표율과 의석율은 비례하게 된다.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원외 정당도 의석 배분 가능성이 높아져 협치와 다당제의 근간을 이룰 수 있다.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방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여겨지고 있다. 권력은 평범한 시민 한 명의 정치력에서 나온다. 시민이 모여 만들어지는 공동체는 정치권력의 기반이 되기에 충분하다. 다수에게 권력이 분배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정치에 반영되는 데 초석이 될 것이다.

2018-11-07 15:18:25 정연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