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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CC여, '합종책'으로 맞서라

중국 전국시대 후기 연나라의 소진(蘇秦)은 막강한 진(秦)나라에 맞서 제(齊), 연(燕), 조(趙), 한(韓), 위(魏), 초(楚) 등 6개의 나라가 연합하는 합종(合縱)책을 제시했다. 당시 진나라는 이름난 법가사상가 상앙의 부국강병책을 채택해 중국 최강국으로 떠올랐다. 7개나라 중 가장 강한 군사력을 가진 진나라는 천하통일을 위해 나머지 국가들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지만 이 여섯 나라들은 서로 합치지 못하고 각자 자기 살 길만 찾고 있었다. 그러나 달변가였던 소진은 합종을 위해 진나라에 대적하고 있는 6개국의 사정과 왕들의 성향을 완전한 파악한 뒤 이들을 설득시켰고 세 치 혀로 일거에 6개 나라의 재상이 됐다. 소진의 합종책으로 6개국이 연합하자 실제로 진나라는 15년 동안 군대를 움직이지 못하고 수세에 몰렸다. 최근 항공업계 '뜨거운 감자'중 하나였던 인천~몽골 울란바토로 추가 운수권은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에게 돌아갔다. 6개의 저비용항공사(LCC) 중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이 운수권 획득에 강한 기대감을 표출했지만 대형항공사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국내 항공업계 양대산맥인 대한항공의 30년 독점노선이 깨졌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신규 LCC면허 발급을 받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 2015년 에어서울 이후 4년간 '공석' 이었던 7번째 LCC 자리를 두고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에어필립, 가디언즈 등 5곳이 각축전을 벌였다. 이용률이 저조한 지방공항을 존손시키기 위해 지방정부까지 나서 면허발급 총력전을 펼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업계는 신규 LCC 간의 과열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저비용항공사가 진정 걱정해야 하는 것은 대형항공사의 팽창이다. 저비용항공사 역시 성장을 거듭한다면 훗날 대형사와의 정면대결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합종이다. 자구책을 펼치기 보다는 대형항공사에 대등해질 만한 상생방안을 서로 구상하면 어떨까. 하나 보다는 둘 이상이 낫지 않은가.

2019-03-05 13:40:56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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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살라미 전술과 시나브로

살라미 전술이란 말이 있다. 조금 생소할 수 있는 이 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회담 후 주요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살라미 전술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은 어떤 관계일까. 살라미 전술은 협상용어의 하나다. 한 과제를 여러 단계별로 세분화해 하나씩 해결하는 전술을 뜻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은 이 전술을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 때 사용했다. 핵 관련 협상 단계를 최대한 세분화해 단계별로 이슈화하고, 이를 통해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최대로 끌어내려고 했다. 핵 협상을 너무 세분화한 탓일까. 두 정상의 회담은 결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렬 후 숙소로 돌아와 "(북한은) 영변 핵시설 해체로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제재완화를 요구했으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했다.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간 인식 차가 컸던 것이다. 회담이 결렬되자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충격을 인지했을까. 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충격완화 작업에 들어갔다. 새로운 한반도 평화 비전을 국제사회에 보여준 것이다. 김 위원장은 회담 결렬 다음날인 지난 1일 응웬 푸 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나 '도이머이(대외 개방) 정책' 가능성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같은날 3·1절 100주년 기념식 축사 때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개방'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협의할 것임을 알렸다. 남북미 정상들의 이러한 행보는 모두 한반도 평화와 연관이 깊다. 시나브로란 말이 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북미 정상간 회담이 결렬됐지만 우리는 조금씩 한반도 평화시대에 시나브로 다가가는 게 아닐까. 또 회담 결렬은 평화란 큰 물줄기 아래 잔파도는 아닐까.

2019-03-04 10:20:51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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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형 쏘나타 '택시' 이미지 벗을까

"한국의 택시를 상징하는 차량은 쏘나타 뿐인가요?" 현대자동차가 내수시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팰리세이드 흥행에 이어 올해는 신형 쏘나타(프로젝트명:DN8)로 중형 세단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번달 출시를 앞둔 신형 쏘나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다.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신형 쏘나타로 예상되는 스파이샷 공개와 출시 시점에 대한 이야기 등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과거 '국민중형세단'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을지 여부다. 특히 쏘나타는 출시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뛰어난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앞세워 흥행을 이어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쏘나타=택시'라는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기 시작했다. 실제 내수 시장에 판매된 쏘나타는 일반 승용보다 택시 판매 물량이 높다. 지난해 쏘나타 전체 판매량 중 택시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2.0LPG모델의 판매 비율이 전체 판매량의 과반을 넘는 56%를 기록했다. 주변 지인들과 신형 쏘나타 출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일본이나 미국, 유럽 등은 그 지역을 상징하는 택시가 있는데 한국은 쏘나타가 그 역할을 하는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이처럼 '아빠차'에서 '국민택시'로 이미지가 굳어지자 현대차는 최근 "신형 쏘나타는 택시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형 세단 시장은 가장 규모가 크고 최근 시장이 위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신차 출시를 앞두고 대기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소비자들은 대부분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쏘나타는 택시를 분명히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 "지난번 모델도 택시는 없을것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쏘나타가 중형 세단 시장에서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현대차의 노력이 어느때보다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쏘나타의 '국민중형세단' 명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택시 업계의 반발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나 유럽의 택시를 보면 답은 간단하다. 도요타는 크라운 모델을 일본 전용 택시 모델로 생산하고 있으며 영국은 블랙캡으로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덕분에 해당 도시의 여행을 앞두고 택시하면 떠오르는 차량이 있다. 현대차가 최초의 국산 고유 모델로 선보인 포니를 개발해 택시 모델로 출시하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든다. 현대차가 한국을 상징하는 모델을 선보임과 동시에 국민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어떤게 있을지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른 지원과 결단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9-03-04 06:55:44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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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금융중심지가 뭐길래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의 본점을 전라북도에 두도록 함으로써 전북의 금융 인프라 조성 및 육성에 기여하고…."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이 발의한 산업은행법·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이다. 산은과 수은 본점을 전북으로 이전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전북 전주가 지역구다. "한국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중소기업의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두도록 하는 규정을 삭제하고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곳에 본점을 둘 수 있도록…."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은 등의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한 규정을 아예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부산 연제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번엔 산은 등의 본점을 부산으로 옮겨야한다는 법안이다. 제3금융중심지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다. 지역 간 대결구도가 되면서 이번엔 불길이 정치권으로 옮겨붙었다. 현재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곳은 서울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다. 지난 2009년 1월에 지정됐다. 10년이 지났지만 성과는 저조하다.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하락세며, 외국계 금융회사는 최근 몇 년새 철수하거나 영업을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부산 금융중심지 지정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외형적·물적 인프라 대비 내실 있는 성장은 일궈내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조한 성과가 반대로 국책은행 본점 이전에 매달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다른 파급효과가 없으니 국책금융기관이라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중심지 추진전략 수립 및 추가지정 타당성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은 지난달 말에 마무리됐다. 금융위서 이를 토대로 내부 검토에 들어갔으며, 상반기 중으로 추진위를 열고 향후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책은행들의 본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보다 금융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먼저다.

2019-02-27 15:14:25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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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저금리시대 단상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경제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이 금리를 3~4차례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적어도 2020년에는 경제 호황기 금리 수준인 3.5%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그만큼 금리를 올려놔야 향후 글로벌 경제가 하방사이클에 접어들 때 서너번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증시가 하락한 여러 요인 가운데 하나는 바로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미국이 3% 수준까지 금리를 올리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경제는 '금리역전' 리스크에 직면하게 돼서다. 무엇보다 외국인 자금은 금리가 높으면서도 안전한 미국으로 쏠릴 것이 자명했다. 과거 2006년 5~7월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1%포인트까지 확대되자 그해 5~8월 사이 코스피에서만 외국인이 총 9조8000억원을 엑소더스(Exodus)한 전례가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한국 증시는 상승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나서면서다. 게다가 미·중 무역협상이 합의점을 찾아가면서 외국인은 올해 1월, 주식시장에서 2년 6개월여만에 최대 순매수(3조7000억원)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좀 더 신중하게 금리 인상시기를 검토할 시간을 벌게됐다. 채권 전문가들은 2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그만큼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 심지어 연내 한 번이라도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10명 중 2명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한국 증시는 안도했지만 거시적 경제 상황으로 보면 불안감은 더 커졌다. 2%에도 못미치는 금리 수준으로는 큰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금리 인하 카드는 쓸 수 없는 셈이다. 최근 경제 침체 시그널이 지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기준금리는 퇴로가 없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사실상 지금의 금리가 경제 호황기 정상 수준으로 봐야한다고 말한다. 금리 비정상의 정상화다. 저금리는 비약적인 부동산 가격 인상, 가계부채 확대를 야기했다. 저금리의 정상화가 불어넣은 풍선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

2019-02-25 14:01:27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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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계 정상들 감탄시킨 롯데타워의 그림자

우리나라 최초 100층 빌딩인 '마천루' 롯데월드타워가 세계 정상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정상들마다 롯데월드타워와 관련된 인상 깊은 행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월드타워에서는 지난 21일 첫 국빈 유치가 마련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곳에서 서울 야경을 즐긴 것. 문 대통령과 세계 정상들의 만남은 대부분 청와대에서 이뤄진다. 외부에서 진행되는 만남은 그만큼 특별하단 얘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지난 2017년 11월 국회 연설 때 "서울엔 롯데월드타워가 하늘을 수놓고 있다"며 "(이 건물은) 여러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터"라고 칭찬했다. 반면 롯데월드타워를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은 사뭇 다르다. 롯데월드타워 소유주 '롯데그룹'을 둘러싼 뒷말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지낸 전병헌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국회의원 시절 '사업 재승인 인가'를 앞둔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 가량 후원금'을 받았단 의혹을 직면했었다. 결국 그는 법원으로부터 지난 21일 1심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았다. 롯데홈쇼핑의 3억원을 '제3자 뇌물수수죄'에 해당한 것으로 법원이 판단한 것. 그뿐인가.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롯데그룹 협력업체들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그룹의 갑질을 폭로했다. 최근 전 정권 국정농단과 연루돼 8개월간 수감생활을 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다.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지난 20일 신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안건을 통과시킨 것. 이를 통해 신 회장은 지난해 선포한 '뉴롯데(5년간 50조원 투자 및 7만명 고용) 비전' 완성에 한 걸음 다가섰다. 하지만 국내의 냉랭한 시선을 되돌리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마침 70년대 인기드라마 '수사반장'에서 차가운 시선을 따뜻하게 바꿔줄 조언을 발견했다. "빌딩이 높아지면 그림자도 길어진다"던 드라마 주인공 발언을 신 회장이 되짚어보면 어떨까. 국내 여론의 시선도 세계 정상들의 시선처럼 바뀌지 않을까.

2019-02-22 13:19:46 우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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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출과 무지(無知)

우리는 쉬움과 어려움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까.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쉽고 어려움을 판단하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는데 방해물이 있냐 없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하다. 마치 '35+5'라는 계산식이 '354+509'보다 계산과정을 덜 거쳐 쉬운 것처럼 말이다. 청년들이 빚더미에 오르고 있다. 평범하던 그들이 빚더미에 오른 이유는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아서다. 쉽게 발급받은 신용카드를 주변 ATM에 넣어 카드론(단기소액대출)을 하거나, TV·인터넷으로 쉽게 접했던 대부업체 대출을 신용조회 한 번 만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들은 대다수 예·적금을 하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사회에 나오기 전 그들은 은행을 예·적금을 하는 곳이지 대출하는 곳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출금리가 시중은행-저축은행-대부업-사금융 순으로 높아지는지도, 시중은행보다 저축은행, 대부업 등을 이용했을 때 신용점수가 더 떨어지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단지 돈을 얻는데 방해물(대출가능기준 등)이 있냐 없냐만 판단해 쉬운 길을 택할 뿐이다. 지난해부터 금융당국이 서민금융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저신용·저소득자를 위해 10%대 대출을 제공하고, 빚더미에 오른 채무자의 채무를 조정해 준다는 것이다. 특화된 대출상품으로 저신용·저소득자의 자금 융통 기회를 늘리고 , 채무조정으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게끔 해주겠다는 거다. 그러나 어떤 사안에 대해 원인과 결과, 현상과 당위를 혼동해선 안 된다. 저신용 저소득자들이 증가하고 빚더미에 오른 채무자가 많아진 것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원방안을 두고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도 안된다. 무지의 정의는 '의심하지 않기'다. 쉬운 대출상품을 의심하지 않는 것. 그것은 무지일 뿐이다. 사회에 나오기 전 손 쉽게 받을 수 있는 대출에는 그에 맞는 높은 금리와 신용점수 하락 위험이 존재한다는 교육이 필요할 때다. 쉬운 길은 왜 쉽게 만들어 졌는지 알려줘야 한다.

2019-02-21 16:17:56 나유리 기자
[기자수첩] 이주열 총재의 '제조업 위기론'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의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뜻 보면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가 할 법한 발언이지만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반도체,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기계,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체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보통 경제동향간담회는 한은 총재가 경제단체장, 민간경제연구소장, 대학교수 등과 함께 경제 현안에 대해 진단하고 논의하는 자리다. 종종 제조업체 관계자가 참석한 적은 있으나 이번 간담회 처럼 참석 인원 전원이 제조업 종사자인 경우는 2002년 5월 경제동향간담회가 생긴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제조업이 위기라는 얘기다. 국내 경기와 물가, 경제성장률 등을 기반으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에게 한국경제의 엔진인 제조업이 흔들리는 것은 큰 고민일 것이다. 같은 날 한은이 발표한 1월 수출물가지수(82.95)는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3개월 연속 내렸다. 지난 2016년 10월 80.68을 기록한 이후로는 27개월 만에 최저치다. 현장에서 제조업체들이 느끼는 상황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7로 전월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6년 2월(63)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치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조업 업황 BSI의 장기평균이 79였던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문제는 제조업 전망은 더욱 어둡다는 것이다. 1월 제조업 전망BSI는 65로 2009년 4월(59)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제조업 위기론이 등장하고 저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 총재가 제조업 경쟁력 회복 없이는 거시경제 안정도 힘들다고 직접 거론한 만큼 규제 완화 등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2019-02-20 15:21:02 김희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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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동상 없는 광화문광장

기자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구령대를 중심으로 양옆에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세워져 있었다. 학생들이 이 위인들처럼 훌륭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어른들의 기대와는 달리 아이들은 '밤 12시가 되면 세종대왕이 깨어나 책장을 넘기고, 이순신 장군이 그 목을 벤다'는 해괴망측한 괴담을 퍼뜨리며 킬킬거렸다. 지난달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터 잡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존치 문제로 들썩였다. 시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새 광화문광장 설계안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 동상은 세종문화회관 옆으로, 세종대왕 동상은 정부서울청사 앞으로 옮겨진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이순신 장군은 1968년부터 반세기 넘게 광화문을 지킨 역사적 상징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옮기지 말아야 한다', '두 위인 모두 현 위치에 그대로 두어야 한다' 등 동상 이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오갔다. 그런데 '동상을 모두 철거하자'는 주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제 우크라이나 정부 관할 지역에는 더 이상 레닌 기념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비아트로비치 우크라이나 국가기념물 연구소장의 이 말은 동상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동상은 우상화의 수단이자 이념의 상징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국가 전역에 세워진 볼셰비키 혁명 지도자 레닌의 동상 1320개를 모두 철거하며 구 소련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미술사학자 조은정은 "철저히 발주자의 의도와 취향에 맞춘 동상이 사회에 유통되고 있다"며 "동상이 근대에 생산된 관념적 이미지에 지배받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세종로에 설치됐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충무공 동상은 호국 안보를 제1의 가치로 삼는 '군사주의의 표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세종대왕 동상 건립에도 불구하고 세종의 정치철학의 핵심인 소통과 위민 정신은 가시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이 훌륭한 인물이라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이미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위인은 마음에 새기자. 시민을 위한 민주주의의 공간 광장에 동상이 있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 동상을 철거하고 광장을 비워 시민에게 돌려주자.

2019-02-19 15:48:15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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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타이어 추락 어디까지

'영원한 1등은 없다.' 국내 최대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의 모습을 보면 이 같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해외 시장의 부진과 국내 시장에서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과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신차 구매시 한국타이어 제품을 탑재한 차량을 받으면 뽑기를 잘했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타이어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인기 차량에서 신차용 타이어(OE)를 납품하지 못하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도 악화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지만 반등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가 국내서 하락하는 이유는 신차용 타이어 납품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는 한국타이어가 지난 2014년 제네시스에 적용한 제품에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한국타이어의 갈등이 촉발된 시점이라고 이야기한다. 한국타이어는 "현대차와 갈등은 없다"고 주장하지만 현대차는 지난해 출시한 제네시스 G90 신차용 타이어에 미쉐린과 콘티넨탈을 적용했다. 또한 친환경 모델인 아이오닉과 니로의 신차용 타이어에도 한국타이어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국내 시장서 출시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팰리세이드도 국내와 북미 모델에 신차용 타이어로 브리지스톤을 적용한다. 운전자들이 타이어 교체시 기존 타이어와 같은 모델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한국타이어의 판매량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도 녹록지 않다. 중국은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자동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조현범 한국타이어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연봉을 두배 가까이 올린 것으로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여기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골목상권까지 눈독들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카라이프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올해부터 자동차 정비 서비스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국내 1위 타이어 업체로 전국 510여개의 티스테이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 공업사들은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승계자금 확보를 위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되는 올 6월부터 정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보다 오너의 만족을 위해 회사가 움직인다면 국내 최대 타이어업체 타이틀이 사라지는건 시간 문제다. 영원한 기업으로 남기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2019-02-18 09:31:58 양성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