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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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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케어 '안락사 논란'의 쟁점

국내 대표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케어'의 박소연 대표가 유기견을 구조하고 안락사를 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인 공분이 일고 있다. 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의 이같은 행동에 후원자들은 물론 유기견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적잖이 놀란 분위기다. 후원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안락사 문제에 이어 '마취 안하고 약물을 주입했다', '사체를 수의대 해부용으로 기증했다' 등의 의혹 또한 제기되고 있어 충격을 더한다. 오랫동안 유기견에 관심을 가져온 기자는 대학생 시절 박소연 대표를 서울의 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보호소에 있던 몇 마리의 유기견을 보여주면서 "셀 수도 없는 수 많은 유기견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보호소에 있는 유기견부터 빠른 시일 안에 적극적으로 입양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이후로도 기자는 케어의 유기견 구조와 입양을 준비하는 과정 등을 SNS에서 지켜봐왔다. 동물학대에 있어서 누구보다 앞장서고 험한 일도 서슴치 않는 그가 늘 고마웠다. 그래서일까. 이번 논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기자는 박 대표의 가장 큰 실수가 안락사 사실을 후원자들에게 감쪽같이 숨겼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케어 외에 대한민국의 수 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은 많지 않은 후원금으로 매일같이 유기견과 투기견, 유기묘를 구조하고 사료를 먹이며 그들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힘쓰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비영리단체의 손길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유기견이 매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호단체의 모든 것을 총괄하는 박 대표 입장에서는 좀 더 건강하고 어리고 입양확률이 높은 유기견들에게 더 손길을 주고 반대로 병이들고 노쇠한 유기견들에게는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할 수 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정말 잔인하게 도축돼서 식용으로 팔려가는 유기견들의 삶을 아는 박 대표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안락사 논란은 한 동물보호단체의 실수만이 아닌 대한민국 동물보호실태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단편적인 이번 사례로 후원의 손길을 끊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매해 급증하는 유기동물이 더 양산되지 않도록 고민하는게 먼저다.

2019-01-16 23:06:02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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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을'들의 눈물

[기자수첩]'을'들의 눈물 을 중의 을이다. 어쩌면 그조차 되지 않는 처지일지도 모른다. 콜센터 상담원들의 이야기다. 최근 콜센터 업체의 업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콜센터 업체는 해마다 급격히 늘어가는데, 상담원들의 처우는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콜센터 업체는 지난 2006년 581개에서 2017년 913개로 늘었다. 종사자는 3만2662명에서 7만5430명으로 증가했다. 10여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사람은 늘었는데 급여는 10년 전 그대로다. 수화기 너머의 폭언을 견디고, 생리현상을 참아가며 받는 돈이 고작 10여년 전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생면부지 고객의 '갑질'에 냉가슴을 앓아도, 곧바로 다음 콜을 받아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고용불안 역시 상담원들을 옥죄는 고충 중 하나다. 모 업체의 현직 상담원은 자신들의 처지를 두고 '언제든 잘릴 수 있는 파리 목숨'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직장 내 부당행위를 제보받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2017년 11월 출범 이래 지난해 말까지 신원이 확인된 콜센터 관련 제보는 80건 정도다. 이 가운데 괴롭힘·폭언이 25건(31.3%)으로 가장 많았고, 고용불안 17건(21.2%), 임금 14건(17.5%) 등이 뒤를 이었다. 지금껏 콜센터 상담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있었지만 제대로 된 개선 방안이 도출된 적은 없었다. 누군가는 '해묵은 이슈'로 여길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문제인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부터 상담사를 보호하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은 여전히 참담하다. 여전히 상담사들은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상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기에, 이의 시정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상담원들은 여전히 갑질에 신음하고 있다. 심지어 퇴보하는 모양새다. 언제, 어디서나 연결 가능한 사회에 진입하면서 상담원들은 찰나의 자유조차 빼앗기고 있다. 감정노동자는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이들을 위한 보호법안이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지 않도록 현장의 적극적인 변화 및 사회적 인식 개선이 촉구되는 바다.

2019-01-14 15:27:49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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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택의 시점

'프로이트냐 슈가퍼프냐', '동업을 수락할 것인가 거절할 것인가', '내가 뛰어내릴 것인가 상대가 뛰어내릴 것인가'.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의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콘텐츠 '블랙미러: 밴더스내치'는 아침 식사에서부터 동업 여부, 생존의 문제까지 주인공의 운명을 관객들이 버튼 하나를 선택해 고를 수 있다. 선택에 따라 주인공의 행동과 스토리가 바뀌어 시청자마다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한 순간의 선택이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도 현재 선택의 시점에 직면해 있다. SK텔레콤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사 서비스인 '옥수수'와 지상파가 운영하는 '푹'을 합치기로 했다. 글로벌 동영상 사업자인 '넷플릭스'와 '유튜브'에 대응하는 토종 미디어 연합군을 구축한 셈이다. 그간 국내 OTT 사업자는 이동통신 3사의 '옥수수', '올레tv 모바일', 'LTE 비디오 포털'과 카카오 '카카오TV', 네이버 '네이버캐스트', 아프리카 '아프리카TV', 프로그램스의 '왓차플레이' 등이 있었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의 파급력에 맞수가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시도를 할 여력이 부족하고 콘텐츠 제작비를 마련하기도 녹록치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제는 OTT에 관한 정부의 규제나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법률상으로 보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업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규제 적용을 받는 방송사업자가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다. 만약 지상파와 방송사와 손잡는 SK텔레콤의 옥수수가 실시간 방송이 있다는 이유로 방송사업자로 적용되면, 까다로운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3%)을 넘길 수 없도록 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가 재도입되면 국내 유료방송 시장이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글로벌 사업자들의 앞마당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히려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만 제한되는 역차별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디어 시장은 전형적인 'TV' 시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도입 등 디지털 미디어로 기술과 콘텐츠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와 같은 시청자가 참여하는 획기적인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동안 국내 사업자들은 규제와 맞서야 하는 상황이다. 조만간 관련 법안 심사가 다가온다. 선택의 시간이다. 한순간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이 파국을 맞게 될 수도, 해피엔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2019-01-13 15:27:39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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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립서비스가 된 대학 자율

연초부터 올해 대학가의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8월 시행되는 고등교육법 일부법률개정안(일명 강사법)을 앞두고 대학들의 시간강사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시간강사들이 일자리를 잃는 문제도 있지만, 학문 후속세대인 이들의 어려움이 대학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지난 연말 영남권 한 대학의 시간강사들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문자 내용을 요약하면 '강사법 시행에 앞서 강사 당 6학점을 일률 배정했고, 이로 인해 다수의 강사가 강의 배정에 배제됐다'는 것. 이 대학에서 해고된 강사만 200여명에 달하고, 수도권을 포함한 다수 대학의 시간강사 해고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취지의 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들의 일자리를 빼았고 있는 형국이다. 시간강사들은 대학을 비난하고 있지만, 이런 혼란을 미리 예견해 대안을 제시했어야 할 교육 당국의 무대응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대학들의 시간강사 강의비율을 보면 적게는 30% 내외에서 많게는 50% 이상에 달하는 등 대학 강의 상당수를 시간강사가 맡고 있다. 이들을 모두 정규직처럼 고용해야 하는 대학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토로한다. 강사 해고 대란은 미리 예견된 인재로 봐야한다. 올해부터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게 한 대학혁신지원사업이 시행되면서, 대학의 재정 자율성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올해 시간강사를 해고할 경우 내년에 불이익을 받아 대학이 자율적으로 시간강사 규모를 정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일부 대학은 시간강사 규모를 줄여 얻는 재정적 이익과 정부 지원금을 저울질하고 있어, 정부지원금 대신 시간강사 해고를 선택하는 대학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학이나 대학원 등록금 동결은 대학별로 지난 2009년부터 동결 또는 인하돼 왔고, 입학금도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올해 등록금 동결만 11년째로 접어들면서 대학 재정 위기는 한계에 달했다는 대학들의 호소가 이어진다. 최근 3년간 물가인상률의 1.5배 이내에서 인상이 가능하지만, 인상할 경우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행·재정적 불이익을 받는다. 등록금도 대학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해 기존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대학 역량 진단으로 바꾸면서, 대학들의 평가해 줄을 세우지 않겠다고 했으나, 대학들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느낀다. 올해 도입되는 일반재정지원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쓰도록 했으나, 내년부터는 성과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를 고용하거나 등록금을 정하는 것은 물론, 대학 재정 자율성 확대를 위해 도입한 일반재정지원조차도 성과 평가에 따라 줄세우기를 시도하면서 대학 자율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2019-01-09 15:15:10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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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손님, 이건 견본주택이에요"

인터넷상에서 번진 재밌는 신조어가 있다. '손이고'. 미용실에 연예인 등의 사진을 가져와 똑같이 해달라고 하는 고객에게 헤어 디자이너가 "손님 이건 고데기에요"라고 대답한 것을 줄여 만든 단어다. 다른 기술(고데기)을 추가하지 않는 이상 기본적인 조건만으로는 사진에 나온 대로 연출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이 단어가 견본주택에 딱 들어맞는다. 화려해 보이는 견본주택 내 유니트, 단지 모형도 등에 판매업자의 '기술'이 들어가 있다. 견본주택은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등 분양판매업자가 판매 물건의 건축을 완성하기 전 물건의 이미지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하는 건물이다. 본보기집, 모델하우스 등도 같은 말이다. 이는 따지고 보면 분양 회사의 홍보 수단이기도 하다. 건설사들은 수요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견본주택을 교묘하게 꾸며 더 넓고 고급스러워 보이게 만든다. 대표적인 게 유니트 내 가구 사이즈다. 한 분양대행 관계자는 "견본주택에서 쓰는 침대는 싱글보다도 훨씬 작아서 통상적인 크기의 침대를 넣으면 문이 안 닫힐 정도로 작은 방도 많다"며 "책장이나 책상 등도 최대한 작은 사이즈로 전시해 놓는데, 견본주택에 처음 와 본 사람이나 조금 둔한 사람들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발코니 확장도 소비자의 객관적 판단을 흐리는 항목이다. 대부분의 단지가 발코니 확장을 유상 옵션으로 제시하면서도 견본주택엔 확장형만 전시하기 때문이다. 바닥에 점선으로 발코니 확장 공간을 표시하긴 하지만 확장 전 인테리어와 비교하기 힘들다. 곳곳에 건설사의 판촉 장치들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견본주택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다. 이미 공개된 집 내부를 왜 찍으면 안 되는지에 대해 건설사 측에 질문하면 "원래 그렇다", "사진을 이상한 구도로 찍어서 악의적으로 편집해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등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럼에도 인기 단지에는 견본주택에 구름 인파가 몰린다. 내 집이 될 지도 모르는 수 억원~수 십억원에 달하는 단지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다. 건설사들은 '눈속임'을 통해 이런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뻥튀기 된 견본주택 전시에 대한 제재 수단이 필요해 보인다.

2019-01-07 15:58:21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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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춘추전국시대 항공업계, 무한경쟁이 답인가

올해 항공업계 전망을 살펴보면 '각자도생(各自圖生)'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각자가 제 살 길을 찾는다는 뜻으로 과거 대기근이나 전쟁 등 어려운 상황일 때 백성들이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유래된 말이다. 기존 항공사들이 저유가 기조를 틈타 몸집 불리기 경쟁에 돌입한 가운데 올해는 신규 LCC(저비용항공사)의 등장으로 이미 빗장이 풀린 항공업계 내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야흐로 항공업계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북미노선에서의 사업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 확대를 통해 실적개선을 노리고 있다. 제주항공을 포함한 LCC들은 보잉 맥스8 기종 도입을 추진하는 등 '몸집불리기'에 힘쓰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에 면허 발급 신청서를 제출한 곳은 모두 4곳(플라이강원·에어프레미아·에어로케이·에어필립)이다. 면허가 승인되면 올해 하반기 혹은 2020년 상반기부터 비행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신규 LCC들이 항공시장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우위에 있을 만한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생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인간은 공동체를 만들어 협동하며 살지만 그 안에서는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이 펼쳐진다. 사회이론가인 데이비드 하비는 자본주의 체제 하의 '탈취에 의한 축적'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더 극대화돼 공동체의 붕괴,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 환경적 위험의 증대 등과 같은 사회적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 시장 내에서 경쟁은 필수조건이지만 지나친 경쟁은 타인의 불행을 성공의 기회로 삼게 만든다. 무한경쟁 시대에는 신뢰, 협력, 상부상조하는 인간관계 등 무형의 사회자본이 절실하게 마련이다. 시장 내 경쟁구도를 통해 상승효과를 꾀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안에서 상생 협력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2019-01-06 13:41:11 정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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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투표율 '이변' 필요한 변협선거

들뜬 새해 인사 뒤에 고개를 들면 눈앞에 과제가 서 있다. 기본권 수호의 최전선인 법조계 역시 못다한 숙제들이 눈처럼 쌓였다. 검찰과 법원은 해를 넘겨 이어지는 '사법농단' 수사와 재판에 묶여있다. 지난해 '#미투'의 정점이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 선고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법원은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인권보호와 직역수호 과제를 안은 변호사도 고민이 깊다. 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과 95대 서울지방변호사회장 투표는 각각 이달 21일과 28일 열린다. 서울변회장은 적게는 3명, 많게는 4명이 출마 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찬희 전 서울변회장이 단독 출마한 대한변협 선거다. 회칙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당선되려면 총 유효 투표수의 1/3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초유의 사태를 좋게 해석하면 이 회장에게 적수가 없는 상황이지만, 그의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서초동에서 만난 변호사는 "이 회장에 대적할 만한 인물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면서도 "업계 특성상 유권자들이 투표에 무관심해 재투표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도 "과거 변호사 투표율을 높이려는 방책으로 마련된 기념품 가방을 받은 적이 있는데, 변호사가 기념품 때문에 투표하겠느냐"며 낮은 투표율을 내다봤다. 현직인 김현 변협 회장은 2017년 선거 당시 유권자 1만8528명 중 6917표(59.22%)를 얻어 당선됐다. 유효 투표수는 1만160표였다. 전임 하창우 회장은 유효투표수 8989표 중 3216표(35.77%)를 받았다. 투표율이 낮더라도 결선에서 다수 득표자가 당선하는 구조에선 2명 이상이 출마해야 유리한 구조다. 이 전 회장은 '허수아비 후보' 없이 정당하게 득표해 당선되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협회장은 법조삼륜의 한 축이다. 법원행정처장, 법무부장관과 동등한 법조윤리협의회 구성권을 가진다. 대법관과 검찰총장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으로 이들의 임명에 관여할 수도 있다. 특검 후보도 추천할 수 있다. 높은 투표·득표율로 출범한 집행부는 그만큼의 정당성과 목소리를 갖게 된다. 특정 직업의 사익을 추구하면서도 기본권에 영향력을 미치는 이 자리에 국민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1일이면 전국 변호사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다음날이면 이 결과에 대한 국민의 판단 역시 이어질 것이다.

2019-01-02 15:36:02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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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2019년 기해년, 자동차·조선업 등 국내 산업계 믿음갖고 미래 준비해야

자동차, 조선해양, 중공업 등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제조업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5년 세계 5위에서 불과 3년 만에 8위로 추락했으며 조선업은 호황의 정점을 찍던 2012년 이후 6년여동안 중국의 물량 공습에 밀려 내리막길을 걸었다. 최근 글로벌 LNG선 수주 회복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은 노동집약적인 산업이라는 점에서 한번 무너지면 재건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경쟁 업체에 밀려 자칫 잘못되면 산업을 재건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그동안 제조업의 양대 축인 조선업과 자동차 산업의 모습을 보면 눈앞의 이익을 좇으며 그저 닥치는 대로 대응했다. 결국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의 시기를 놓친것이다. 결국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감소와 수주 절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했다. 최근에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발빠른 대응으로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그 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한 국내 조선업은 최근 LNG선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업체들보다 우위를 점하며 상승 기류를 타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와 현지화 전략을 통해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추는데 집중하며 러시아,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에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에 심취해 안주하기보다 노사간 화합을 통해 더욱 촘촘한 그물망을 완성해야 한다. 조선업은 최근 시황이 개선됐다지만 수주 산업의 특성상 수주실적은 1~2년 후에 매출로 반영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수주한 영업이익이 반영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의 추격을 완벽하게 따돌리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 집중에 사활을 걸어야한다. 올해 잇단 수주 낭보로 숨통이 트인 조선업계에게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내년까지 수주 절벽으로 악화된 실적을 잘 견디고 올해와 지난해 하반기 수주 실적을 통해 어두운 터널을 벗어나야 한다. 자동차 역시 노조 파업과 미·중 무역갈등 등의 여파로 브랜드 이미지 하락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결국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기보다 올해는 뚝심 있게 준비하고 느리지만 믿음을 갖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가져야할 때다.

2019-01-02 06:27:24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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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의도에 번진 '외환위기 악몽'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유아인(윤정학 역)은 국가 위기를 실물 경제로 직감한다. 그때까지도 종금사는 돈을 뿌려대고 있었고, 정부와 매스컴은 연일 경제 성장에 대한 '축포'를 터트렸다. 하지만 서민들의 분위기는 달랐다. 라디오에는 집안의 가장이 직장에서 해고되고,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없어 월세를 내지 못한다는 사연들로 가득했다. 자꾸 1997년 외환위기의 악몽이 떠오른다. 지금도 경제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흑자',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을 외치며 과도한 우려를 불식하려 하지만 정작 서민들은 '힘들어 죽겠다'고 말한다. 오르는 최저임금, 오르는 월세에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서민들이 돈을 벌 곳도 마땅찮다. 부동산 불패 신화는 균열이 시작됐고,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하기 쉽지 않다. 올해 국내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가 대부분 손실을 봤다. 예·적금 금리는 오른다고 오른 게 3% 수준이다. 월급은 물가상승률 정도만 올라도 '감사'하다. '내집마련의 꿈'은 그야말로 아득한 '꿈' 처럼 느껴진다. 심지어 가장 활발하게 돈이 돌아가야 하는 여의도도 심근경색에 빠진 모양새다. 올 3분기 자산운용사 10곳 중 7곳은 실적이 뒷걸음질 쳤다. 주식거래량 감소, 신용융자 감소 등으로 증권사의 4분기 실적 전망치도 낙관하기 어렵다. 인사 '칼바람'도 불고 있다. 최근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설(說)로만 돌던 '희망퇴직'을 기정사실화했다. 다른 증권사들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처음이 어렵지 한 곳이 스타트를 끊고나면 마치 유행 처럼, 아무렇지 않은 것 처럼 희망퇴직이 번져나갈 까봐 증권맨들은 긴장하고 있다. 물론 부장급 이상은 3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100세 시대,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을 또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3억원이란 돈의 크기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 외환위기 악몽이 한 세대를 거쳐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018-12-26 14:27:28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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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낮은금리보다 필요한 것

그들은 금융을 모른다. "그냥 그렸지 뭐. 뉴스에선 경기가 최악이다. 그런데 뭐가 최악인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우리는 그때뿐만 아니라 매일이 힘들었는데…." 대한민국 경제붕괴 직전이던 1997년 금융위기 상황을 묻자, 하루하루 돈이 궁했다던 어머니는 다림질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남의 잘못도 그들의 탓으로 잘 돌린다. "제가 잘못한 거잖아요. 굳이 말해서 뭐해요. 말해봤자 해결될 것도 아닌데. 지금은 그냥 더 대출되는 곳 알아보고 있어요." 내구제 대출로 휴대폰 4대를 개통해 연체대금이 300만원 가량 되던 청년은 휴대폰으로 또 다른 대출을 찾아보며 말했다. 지난주 정부가 그들을 위한 서민금융 지원체계를 발표했다. 신용등급 4~6등급에 치우쳤던 정책금융상품을 더 어려운 저신용자(7~10등급)에 쏟겠다는 방안이다. 눈뜬자들끼리 싸우는 금융시장에서 눈먼 금융문맹을 위한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늘리고 저신용자가 조속히 신용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잊은 것이 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쁜 그들에게 정책금융상품은 그저 길고 긴 서류싸움일 뿐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그들의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그들의 아픔을 드러내야 한다. 가난과 아픔을 확인받고 싶지 않은 그들은 그래서 정책금융상품에 대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앞서 제공한 금리가 낮은 정책금융상품에 중(4~6등급)신용자가 모이고, 저신용자들이 묻고 따지지도 않는 고금리 대부업에 먼저 향하는 이유도 그렇다. 그들에겐 낮은 금리보다 간소화된 절차와 잡을 수 있는 가까운 손이 먼저 필요하다. 저신용자들의 44%는 대부업과 사금융을 이용하고 있다. 수면아래에 있는 그들은 그저 숨죽이며 세상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웬만해선 드러나지 않는 그들을 수면위로 꺼내기 위한 손내밈이 필요한 때다.

2018-12-23 15:38:06 나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