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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형돈의 복귀, 비난 받을 일인가

개그맨 정형돈의 방송 복귀가 연예계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공백기를 가진 정형돈은 다음달 초 방송 예정인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로 약 1년여 만에 대중 앞에 다시 나설 예정이다. 정형돈의 방송 하차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소식이었다. 당시 정형돈은 간판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을 비롯해 MBC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JTBC '냉장고를 부탁해'의 MC로 활약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한때 '웃기는 것 빼고 다 잘한다'는 말을 들었던 그는 물에 오른 유머 감각과 능숙한 진행 솜씨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사대천왕'이라는 별명이 그의 뒤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점점 높아지는 인기와 달리 정형돈의 마음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는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연예인으로 느끼는 불안을 털어놓은 바 있다. 불안 장애가 더욱 심해지면서 더 이상의 방송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한 그는 활동 중단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팬들로서는 아쉬운 선택이다. 그럼에도 건강이 우선인 만큼 그의 결정을 존중하며 복귀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정형돈이 겪은 심리적 불안은 사실 현대인이 느끼는 정신적 고통의 하나다.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연예인에게 점점 더 커져가는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은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각자가 맡은 위치에서 이뤄야 할 목표와 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끼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언제라도 정신적인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형돈의 방송 활동 중단은 연예인 또한 현대인과 같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음을 잘 보여준 사례였다. 정신적인 고통을 견뎌내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더더욱 정형돈의 복귀 소식은 반가웠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 정형돈의 복귀에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 그가 복귀 프로그램으로 '무한도전'이 아닌 '주간 아이돌'을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무한도전'에는 복귀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한중 합작 웹영화 작가로 데뷔한다는 소식과 '형돈이와 대준이'로 가수 활동도 재개한다는 소식이 이어지자 정형돈의 복귀에 대한 볼멘소리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어떤 사람은 '연예인은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기에 대중의 비난을 받는 것도 감내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연예인을 대중의 뜻대로 조종할 수 있는 수동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듯 하다. '무한도전'으로 사랑을 받은 정형돈이 '무한도전'으로 복귀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의 결정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받을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정형돈이 마침내 대중 앞에 다시 설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예전 같은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다.

2016-09-21 13:43:45 장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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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염경보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달 들어 진도 2.0 이상의 지진이 132차례 발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9월 지진은 지난 12일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 처음이다. 12일 진도 5.1과 5.8, 4.3 짜리 지진이 연달아 생겨 많은 국민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서울에서도 흔들림이 느낄 정도였지만,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 때문에 일선 학교에서는 "가만히 있으라"며 학생들을 건물 안에 가두려 했고 학생들은 이를 거부해 충돌이 일기도 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연출됐다. 당시 세월호 탑승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을 따랐다가 참사를 당했다. 사고 후 해경의 구조 작업 역시 많은 허점이 발생해 피해를 키웠다는 평가다.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고자 정부는 2014년 안전행정부의 안전·재난 기능을 분리해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이 기관은 육상과 해상의 재난관리시스템을 총괄하며 자연·사회·특수 재난 관리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 12일 지진 발생 당시 국민안전처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았다. 날이 조금이라도 더우면 폭염경보가 발령됐다며 전 국민의 휴대폰을 울려대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도 3시간 가량 먹통이 됐고 국민들은 재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기 힘들었다. 18일 정부통합전산센터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처리용량을 최대 80배까지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12일 발생한 트래픽 폭주를 대비한 조치였지만, 19일 지진 발생 직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다시 다운됐다. 긴급재난문자는 일부 지역에 한해서만 발송했고 그나마도 지진 발생 시점부터 15분가량 늦었다. 재난 상황에서는 예상치 못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그 때문에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떠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전국에서 발생하는 재난에 신속하게 대처해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국민안전처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국민안전처, 나아가 정부는 5000만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자신들의 책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여름철 발송한 폭염경보 메시지보다 중요한 업무가 있음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2016-09-21 07:01:01 오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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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추석 민심이 천심이다

오랜만에 온 가족이 둘러앉은 밥상에서 연실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화의 물꼬는 서울 사는 작은 아버지네가 텄다. 주제는 경주에서 시작된 지진이었다. 불과 몇 초간이었지만 생생하게 느낀 여진에 공포를 느낀 모양이다. 얘기를 듣던 사촌 언니 부부네가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에 사는 부부는 고층 아파트가 수 초간 크게 흔들렸지만 휴대전화는 먹통이고 뉴스에서도 지진 발생 얘기만 나올 뿐 어떻게 대처하라는 등의 말이 없어 혼란을 겪었다고 했다. 다들 한마디씩 거드는 와중에 결론은 각자도생으로 끝이 났다. 묵묵히 대화를 듣던 고모는 혀를 끌끌 찼다. 읍내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던 고모네는 최근 가게를 정리했다. 건강 악화도 문제였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월세가 근본 원인이었다. 가게 자리에는 프랜차이즈 카페가 곧 들어선다고 했다. 큰 아버지네도 어려움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올 여름 폭염으로 양계장이 직격탄을 맞은 차였다. 폭염 얘기가 누진제로 이어졌다. 어린 아이가 있는 사촌네는 에어컨을 24시간 돌리는 바람에 전기세 폭탄을 맞았다고 했다. TV에서 연일 북한 핵실험 얘기가 나왔지만 바닥을 친 민생 경제 때문인지 이 주제는 관심 밖이었다. 당장 먹고 살 일이 시급한 가족들에게 북한은 그저 먼 나라 얘기였다. 취업 준비생인 사촌은 이번 추석에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화살은 최근 결혼한 또 다른 사촌네로 향했다. 이들은 딩크(자녀가 없는 맞벌이 부부)족이다. 앞으로도 아기는 갖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내 집 마련도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 키울 자신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밥상머리 모든 대화의 끝은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라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이번 명절에도 하나같이 다들 어렵다는 얘기만 늘어놨다. 추석 명절이 끝나자 여야가 추석 민심을 놓고 엇갈린 해석을 내왔다. 정부 여당은 추석 민심을 두고 "국민의 엄한 목소리이자 숭고한 명령이었다"고 틀에 박힌 논평을 내놨다. 야당은 이번에도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을 탓했다. 매년 명절마다 반복된 모습이다. 추석 민심은 정치권을 향해 질타를 보내지만 이들은 그럴 듯한 말로 포장하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지역 민심'이 과목별 성적이라면 '추석 민심'은 종합 성적이다. 물론 정치권 성적은 낙제에 가깝다. 하지만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무엇이 부족한지 일단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법을 찾는 것이다. 낮은 성적 탓을 외부로 돌리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다.

2016-09-19 06:25:42 연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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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감염병 공화국' 오명 떨치려면 원인규명이 먼저

15년 만에 경남 거제 지역을 중심으로 콜레라 환자가 발생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수산업 종사자들은 망연자실 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해수 오염에 따른 수산물 오염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만 하고 있다. 역학조사를 진행했지만 콜레라 감염경로를 밝혀내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거제와 인접한 통영에서 활어회 시식행사가 진행됐다. 지역 수산물이 안전하단 걸 강조하려는 행사인데 콜레라 감염경로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콜레라가 어패류에서도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들어 C형 간염, 콜레라까지 감염병이 계속 발병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감염병의 확산을 최소화 하고 빠른 원인규명을 해야하지만 사상 유례없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감염병이 확산될 수 있었을 것이란 변명만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를 겪고도 국가방역에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초동대응의 미흡과 의료기관 간 정보공개 문제는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C형 간염이다. 서울의 한 의원에서 지난 2월 주사기 재사용 신고가 접수됐지만 보건당국은 3월에야 조사에 들어갔다. 일반적으로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상온에서 약 5일 가량 생존한다. 한 달 이상 시간히 흘렀다면 바이러스가 검출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결국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하지 못했고 뒤늦은 대응으로 인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또한 어려워진게 사실이다. 여기에 정부가 3년전부터 전수조사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묵살된 정황도 드러나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전국에서 학교급식 집단식중독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개학철만 되면 학교급식에 위생과 감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식중독 사고는 발생하고 있다. 올해 식중독이 발생한 14개 학교 중 서울 동명여고, 정보산업고 등 10곳이 점검을 받았지만 별다른 지적사항이 없었다. 식중독 예방의 중요한 요소인 식기류 소독 검사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학교급식 식중독 대란은 결국 인재(人災)로 판명됐다"며 "관리당국은 형식적인 검사와 보여주기식 대책 대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연이어 터지는 감염병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정확한 감염 경로와 원인을 철저히 밝혀야 할 것이다.

2016-09-07 14:56:54 박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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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진해운 사태, 용단이 필요하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단기적인 결과물에 집착할 때 주로 사용하는 경제용어로 '모르핀 효과'를 떠올리곤 한다. 마약의 일종으로 취급되는 모르핀은 강한 마취와 진통 등의 작용이 있지만 습관성 중독이란 부작용이 뒤따르기 때문에 조심히 다뤄야 한다. 잘만 다룬다면 모르핀은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엔 보통 전쟁터에서 주로 사용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통을 일시적으로 덜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효의 지속성은 기대하기 어렵고 내성이 생길 수 있어 지속적인 효과를 위해선 남용하게 되는 위험부담이 공존한다. 최근 한진해운 사태를 두고 떠올린 게 '모르핀 효과'다.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 기업과 이하 임직원, 그리고 국내외 경제에 미칠 여파는 시간이 갈수록 모두가 짊어질 고통으로 되돌아올 것은 자명하다. 정부와 채권단, 한진 오너가가 나서 입장을 조율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해법이 없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현재로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우선 끄거나,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실타래를 풀어나가듯이 하나씩 살펴보는 게 방법이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모르핀 효과에 해당된다.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끈다면 제대로 수습이 되기도 전에 내성이 생겨 더 많은 혈세가 투입돼 국민의 원성은 자자해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원인을 찾아서 하나씩 풀어나가자니 시간이 촉박해 후폭풍은 더욱 매서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수출기업의 물류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관련 업계와 협·단체들의 공동대응도 시작됐다. 그 사이 수만명의 현장 종사자들의 속은 이미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도 시간은 흐르고 있다는 점을 부담으로 떠안고 가야 한다. 한진해운 사태는 이미 매스미디어를 통해 후폭풍을 가늠할 수 있게 됐다. 기업과 채권단의 일명 '밀당'이 계속돼온 점은 아쉽지만, 이를 뒤로 한 정부의 용단이 필요한 때다.

2016-09-06 17:38:27 나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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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김재수 장관은 왜 울분을 터뜨렸나

이번에도 반복됐다. 인사 후보자의 약점을 찾아 청와대의 인사 무능력을 비판하려는 구태 정치. 익숙한 청문회의 한 장면이 이번에도 재현됐다.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하고, 야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해임 건의안을 논의키로 한 것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자극적인 사생활 공개는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전문성과 정책 능력을 따져봐야 할 인사청문회가 장관후보자의 개인사를 들춰내는 삼류 드라마로 전락했다. 사태는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펼쳐진 여야 대치국면에서 시작됐다. 여야 대치가 장관 청문회로 불똥이 튄 것. 추가경정 예산안과 '국회의장 개회사 논란' 등으로 야당 단독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이어졌다. 청문회의 익숙한 주제인 부동산 전입과 가족 문제가 도마에 올랐고 청와대의 부실 인사 검증으로 야당은 결론내렸지만, 이를 바로잡을 여당의원은 이미 청문회장을 뛰쳐나갔다. 청문회에서는 밝히고 싶지 않던 가족사도 만천하에 공개됐다. 팔순 노모가 차상위계층으로 등록돼 의료비를 수급했다는 사실이 폭로된 것. 이를 해명하기 위해 그는 부모가 어릴 적 이혼했다는 아픈 가족사를 밝혀야 했다. 급기야 황제전세와 부동산투기 등의 음해성 공격과 의혹을 받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개인 SNS에 청문회 당시의 울분을 토해냈다. 김장관은 "저에 관해 일부 언론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야당의원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보도해 너무 억울하다"며 입장을 밝혔다. 오죽했으면 농협은행이 야당의원이 제기한 이른바 '특혜 대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자료까지 냈을까. 청문회의 당초 취지는 주요 공직인사 후보자의 적임성을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해당 분야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는 지 따져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문회는 언제부턴가 의혹과 해명은 난무한데 결론은 없는 반쪽짜리로 진행되고 있다. 해당 이슈가 지나가면 정치권은 뒷짐을 지고, 당사자 역시 좋을 게 없다는 판단으로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는다. 검증이 아닌 낙마에 초점을 맞춘 청문회인 셈이다. 게다가 이번 청문회는 '우병우 부실검증'에 목적이 있다는 말이 돌았다. 청와대의 인사 검증 업무를 맡은 우병우 수석의 능력 부실을 증명하기 위한 야권의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다. 그런 의도가 맞다면 우수석을 공격하려던 야권은 '제 꾀에 제가 속아 넘어간 꼴'이다. 청와대의 부실검증을 증명하려다가 부실 의혹을 제기한 셈이니 말이다. 야권이 지금 해야할 일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이 아니다. 여소야대 정국의 책임있는 정당으로써 사실과 다른 점을 시정하고 이를 바로 잡는 일이다.

2016-09-05 19:49:45 연미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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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가계부채 대책과 청약열기

지난달 정부가 꺼내든 가계부채 대책이 되려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가계 부채를 줄이겠다며 꺼내 든 공공택지 공급물량 감축 카드가 오히려 분양시장을 더욱 뜨겁게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우선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줄이겠다고 한다. 올해 LH의 공공주택용지를 지난해의 58%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고 주택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LH의 공동주택용지 공급 면적은 2014년부터 이미 내림세로 돌아섰다. LH가 2014 년 공급한 공공주택용지는 7.82㎦(약 14만4900가구)에서 지난해 6.95㎦(12만9000가구)로 줄었다.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 공급시장 관리 방안이 담긴 것은 처음이다. 결국 공급을 줄여서 신규 대출을 억제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정책이 무색하게 대책발표 후 주말마다 각 견본주택에는 수요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공급이 줄기 전에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실수요자와 함께 공급이 줄어들 경우 집값이 오를 것을 예상한 투기 수요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신규 택지공급 제한으로 인한 공급 감소 효과는 기존 주택들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집이 필요한 서민들과 새출발을 하는 젊은층의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집이 없는 사람들은 오히려 내 집 마련이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4건을 받을 수 있던 중도금 대출 보증건수를 2건으로 줄이기로 하면서 분양시장이 더 분주해졌다. 대책 시행 전까지 한 건이라도 더 청약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수요자들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분양시장 과열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비해 부처 간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대비 태세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김경환 국토부 1차관도 "시장이 과열된다고 판단되면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심 끝에 내놓은 가계빚 대책이 분양권 전매 기간 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 등 벌써 추가대책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진정 가계부채 감소를 위해 부동산시장을 손 보기 위해선 공급물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청약요건 강화 등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16-09-04 17:19:28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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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간편결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기자의 초중고 시절 지겹도록 들어왔던 말이 있다. "누가 그랬냐"다. 교내 학우의 돈을 도둑 맞았을 때, 학교의 기물이 파손됐을 때, 수업 중 소음이 들렸을 때 등 모든 사건에서 '범인'을 찾는다.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서다. 정말로 돈을 도둑 맞았는지, 학교 기물이 학생들의 안전에 위협되는 위치에 있진 않았는지, 학생에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는 고려하기 보다는 우선 책임자를 찾는다. 그리고 누구도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싫어한다. 이 같은 정서는 정부와 기업의 정책에도 적용된다. 지난 2014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을 통한 인터넷 결제 간소화를 요청했다. 정부는 대통령의 요구에 발 빠르게 규제개혁에 나섰지만 이상하게 기업들이 이를 적용하기 두려워한다. 이유는 간편결제에 대한 모든 책임을 기업이 지라는 정부의 입장 때문이다. 매번 금융사고 등이 터졌을 때 해당 은행은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다. 분명 잘못은 해당 은행을 해킹한 사람이 했지만 누구도 범인을 찾거나 사건을 해결하는데 관심 없다. 일단 책임자를 찾아 비난하는데 중점을 둔다. 해킹으로 인해 손실된 돈은 회복할 수 있지만 한번 떨어진 은행의 평판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요구는 대통령이 했지만 책임은 기업이 져야한다. 은행들은 소비자가 편하고 쉽게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가 책임을 같이 져달라고 한다. 일종의 게런티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책임회피만 할 뿐 자신이 할 일은 다했다는 입장이다. 최근 삼성이 세계최초로 휴대폰에 홍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국내의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최고 수준이며 핀테크 기술 역시 선진국과 견줄만하다. 뛰어난 IT, 보안 기술을 가졌음에도 고객들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한다. 김재율 약탈경제반대행동 운영위원장은 "소비자 입장에선 리스크가 없으면서 쓰기 편한 걸 원한다. 정부가 금융기관 사고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며 "소비자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2016-08-31 18:18:21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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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가 받은 호봉엔 성과가 없었을까요?"

지난주 A시중은행 한 영업점에서 간단한 은행 업무를 본 뒤 일어서려는 때였다. 행원이 멤버십 가입을 권유하며 재빨리 도너츠 할인 쿠폰을 건넸다. 어떻게 가입하면 되냐고 묻자 "스마트폰으로 앱 다운로드 받은 다음에 '이 숫자'를 입력하시면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원이 가리킨 '이 숫자'는 사번(사원번호)이었다. 올 상반기로 기억을 더듬어봤다. 취재 중 만난 B시중은행 한 영업점의 30대 과장은 점심 먹을 시간이 없어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으로 한 끼를 때우면서도 할당량 걱정을 했다. C시중은행 영업점의 한 부지점장은 50대 나이에 최신 IT기기를 배우기도 했다. 아웃바운드 영업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기기를 만지는 그의 손놀림이 투박했다. 일명 '영업전쟁'에 대해 그는 장난스레 말했다. "남북통일도 은행원에게 맡기면 이뤄질 거라는 소리가 있어요." 웃으며 하기엔 슬픈 얘기였다. 하지만 현실이 그랬다. 지난 26일 국내 시중은행은 모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했다. '시급한 현안'인 성과연봉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금융노조가 아닌 개별 노조와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에서다. 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와 산별교섭을 하는 은행권의 교섭 대표다. 27개 기관 중 22개 기관이 탈퇴하면서 협의회는 기능을 잃었고, 앞으로의 갈등은 불 보듯 뻔했다. 성과연봉제의 골자는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연봉의 격차를 확대하는 것이다. 사측은 예대마진 축소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고임금·저효율 임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현실을 반영한' 결정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올 상반기 기준 은행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은 4200만원으로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업체의 연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과연봉제에 대해 은행원들은 '현실을 모르는' 결정이라고 말한다. 현재도 성과평가지표(KPI)에 따른 영업경쟁·스트레스가 과도할 뿐만 아니라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같은 직급끼리도 경쟁을 하게 되면 불완전 판매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결국 성과연봉제는 저성과자 해고를 위한 제도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제가 20년 넘게 호봉을 받았는데, 전혀 성과 없이 단지 연차 때문에 연봉을 받아왔을까요? 기자님이 보기엔 성과연봉제가 어떤 것 같으세요?" 구체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그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두둑한 은행장의 지갑이 떠올랐다.

2016-08-28 16:45:25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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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트루스'가 던지는 메시지

더위는 끝나지 않았지만 극장가 최고 성수기인 여름 시장은 서서히 끝나가고 있다. 한 주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대작들 사이에서 좀처럼 개봉 시기를 잡기 힘들었던 작은 영화들이 이번 주 대거 개봉한다. 겉은 화려하지 않지만 속은 꽉 찬 영화들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케이트 블란쳇, 로버트 레드포드 등이 출연하는 영화 '트루스'도 그 중 하나다. '조디악'과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각본을 담당했던 제임스 벤더빌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메리 메이프스의 회고록 '진실과 의무: 언론, 대통령, 그리고 권력의 특권'을 원작으로 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 과정에서 불거진 병역 비리 의혹을 다룬다. 당시 CBS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 '60분'의 프로듀서였던 메리 메이프스는 자신의 팀과 함께 부시 대통령의 병역 비리 문제를 취재하고 있었다. 취재 과정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가진 증인을 만난 메리는 CBS의 간판 앵커 댄 래더와 함께 부시 대통령에 대한 병역 비리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한다. 기자 입장에서 '트루스'는 시작부터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담당 분야는 다르지만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발로 뛰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심장이 절로 뛰는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자료를 밤새도록 뒤지고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낱낱이 파헤치면서 진실에 접근하는 기자들의 모습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스포트라이트'를 연상케 할 정도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러나 '트루스'는 '스포트라이트'처럼 진실을 밝히는데 성공하지 못한다. 부시 대통령의 병역 비리를 폭로하는 방송 이후 기세등등했던 메리는 그러나 방송을 통해 제시한 증거 자료가 조작됐다는 반응을 얻으면서 위기에 처한다. 설상가상으로 결정적 단서를 가졌던 증인마저 말을 바꾸면서 메리와 '60분' 팀은 방송국 내부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게 된다. 결국 부시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고 메리와 댄을 비롯한 팀원들은 방송국에서 해고되고 만다. 씁쓸한 이야기다. 그러나 영화는 메리의 취재를 완전한 실패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비록 진실을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지만 메리는 부시 대통령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서는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무엇을 해야 걸까 새삼 다시 고민하게 됐다. 영화가 말하는 것처럼 세상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세상의 진실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것.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을 우리는 어쩌면 너무 쉽게 잊고 지내고 있는 건 아닐까.

2016-08-26 07:00:00 장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