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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금리의 역습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8월(기준금리 2.0%) 이후 지난해까지 저금리 시대가 이어졌다. 초저금리가 1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저금리 시대 재테크가 개인과 기업의 관심사였다. 은행에 돈을 예치하는 대신 다른 투자처를 찾았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 관심이 쏠린 이유다. '동학개미'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주식시장에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이 매수 주체로 맹활약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20~30대는 돈을 빌려 집을 사기 바빴다. 이번엔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심리가 강했다. 집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수도권 집값이 50~80%나 급등한 이유다. 하지만 시장은 일순간에 바뀌었다. 작년 10월께 정부의 대출 규제는 시작에 불과했다. 올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 물가가 치솟기 시작하면서 금리의 역습이 시작됐다. 가파르게 오른 금리는 미국 4.0%, 한국 3.0%까지 도달했다. 멈출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고금리 시대의 시작이다. 미국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기존 3.0~3.25%에서 3.75~4.0%로 0.75%포인트(p) 인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대신에 '더 오래, 더 높이' 올릴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은 2008년 1월 이후 14년 만에 4%대에 진입했지만 더 올릴 기세다. 시장에선 미국의 금리 5% 시대를 예상한다. 우리나라의 금리도 오를 일만 남았다. 지난 2014년 8월 2.0% 이후 2020년 12월 0.5%를 나타냈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 5월, 7월, 8월에 이어 10월까지 여덟 차례 인상을 통해 2.5%p 올랐다. 현재 연 3.0%. 문제는 오는 24일 금통위에서도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격차는 1%p다. 과거 1.5%p까지 벌어진 적이 있지만 물가상승과 원화값, 외국인 투자 등을 감안하면 인상할 수밖에 없다. 베이비스텝(0.25%p)이든 빅스텝(0.5%p)이든 인상이 유력하다. 금리의 역습은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를 억누른다.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투자 활동이 위축되고, 고용이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취업도 감소하고 소득이 떨어진다. 개인 소비가 위축되는 이유다. 경제가 악순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금리 상승이 두려운 이유다. 이미 곳곳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곡소리가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금리가 줄줄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7~8%까지 급등해 이자 부담이 1년 전에 비해 두 배 안팎 커졌다. 부동산 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배경이다. 주식시장의 3분기 하루 거래대금(13조8000억원)은 1년 전에 비해 47%나 급감했다. 금리 유목민은 높은 금리를 찾아 은행 예적금에 몰리고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 뒤에는 반드시 경기침체가 온다는 통설이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오르면 경기침체 현실화가 불가피하다. 침체가 시작되면 적어도 2년은 버텨야 한다. 금리인상 속도와 폭에 따라 그 기간은 더 길어질수도 있다. 금리는 오르고, 소득은 정체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의 샐러리맨과 중소기업은 190m 지하에서 211시간 만에 생환한 '봉화의 기적' 처럼 버틸 수 있을까. 금리의 역습이 멈출 때까지 희망을 품고 견디는 방법밖에 없다. 바람과 소나기를 피할 순 없다. 금융당국과 은행은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기술력과 경쟁력에도 당장 자금이 없어 문을 닫는 기업이 없도록 '커피믹스' 역할을 해야 한다. /금융·부동산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11-10 07:00:10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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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학군이 뭐길래

'경기고 영동 이전 놓고 진통', '경쟁시험을 치르고 입학한 현 재학생만이라도 현재의 교사에서 졸업하게 해 달라', '영동의 수세식 화장실보다 화동의 재래식 화장실을 계속 쓰겠다.' 1975년 경기고등학교 강남 이전 당시의 언론 보도다. 서울 부동산을 설명하는 핵심은 언제나 학군(學群)이었다. 학군은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통학 가능 거리에 따라 일정 범위 내의 학교들을 묶어놓은 교육 행정단위이다. 보통 2~3개의 자치구를 합쳐놓은 각각의 학군은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서 하나씩 담당한다. 동대문구와 중랑구로 이루어진 제1학군부터 강북구와 성북구가 합쳐진 11번째 학군까지 있고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강남구와 서초구의 8학군이다. 학군의 개념이 되는 통학 거리는 곧 학교 배정의 범위를 뜻한다, 그래서 학군은 1970년대 고교 평준화와 함께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8학군이 주목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위에 소개된 내용과도 같이 처음 경기고, 서울고 등이 이전하는 과정에는 잡음이 많았고 이후에도 강남지역에는 입학생이 부족하여 한동안 다른 지역 학생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뒤부터 8학군은 강남 부동산의 시대를 열었다. 눈 뜨면 완성되는 대단지 아파트에 학교가 부족해져서 새로 지었고, 아파트 분양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강북의 학교들을 이전하기도 했다. 80년대 분양한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에는 8학군에 입학하기 위한 학생들의 위장전입이 횡행했다. 이후 30년의 세월이 지나 학령인구가 많이 줄었음에도 학군은 여전히 부동산을 지배하고 있다. 얼마 전 고위공직자 청문회에서도 확인되었듯이, 낡은 은마아파트에 책상도 없이 2층 침대만 빼곡히 집어넣고 학생 머릿수마다 월세를 백만원씩을 받는 이른바 테트리스 월세방도 여전하다. 2019년에 4억이었던 서울 외곽의 한 아파트는 2년만에 13억이 되었다가 다시 1년만에 5억원대가 되었다. 8학군에 위치한 같은 평형대의 어느 아파트는 그 기간에 17억에서 38억, 다시 35억원으로 변했다. 전국적인 부동산 하락장에서도 8학군은 여전히 강남을 떠받치며 양극화의 격차를 벌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대책은 향후 5년 동안 270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여기에 1기 신도시 재건축 공급량은 포함되지 않았다. 1기 신도시 재건축 플랜은 정부가 2024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그때 가서 첫 삽을 뜨는 것이 아니라 마스터 플랜을 세운다는 것이다. 대선 공약내용과는 얘기가 다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대도시를 손보기 위해선 교통·전력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주민들 간 이해관계는 물론 30년 묵은 관련법도 뜯어고쳐야 한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다. 재건축 조합들은 학교를 지어야만 한다. 분당, 일산, 평촌 등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바람대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용적률을 500%까지 늘린다면 도시 계획법에 따라 반드시 학교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인구 구조상 학교를 늘릴 생각이 없다. 지금 있는 학교들도 통폐합하는 마당에 재건축조합으로부터 학교부지를 기부채납 받더라도 이를 운영할 방도가 없다. 설령 특별법을 만들어서 지구단위계획상 학교 등 기반시설을 축소한다고 해도 학교 없는 아파트는 분양계획 자체를 세울 수가 없다.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들로 아파트를 채우지 못하면 그 단지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양극화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도 교육도 결국 미래를 위한 것이고, 결코 떼어놓을 수가 없다. 지난 반세기 부동산 시장을 좌우해온 '학군'은 재건축의 시대에도 여전히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2-11-09 09:37:1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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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도예가의 공간은

내 주변에 도자기를 굽는 동문선배가 있다. 그는 집이 없다. 그러나 드넓은 공간을 가졌다. 작업장과 전시장 살림집, 옛스런 정자, 텃밭 그리고 별도의 야외쉼터까지 있다. 그가 그만한 공간을 갖는데는 작업 공간 욕구, 세상의 변화, 주변 사람들의 우정 등이 어울러져 만들어졌다. 그는 내가 이곳으로 이사오기전 여주에 정착했다. 그의 아내 역시 화가다. 그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서울에 머물렀으나 작업할 공간이 만만치 않았다. 돈이 많지 않은 그들에게 여주의 빈집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도시생활을 접었다.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그는 도자기를 구으며 예술가의 길을 걷기에 적당한 곳이었다. 집은 'ㄱ'자 모양으로 지상권만 수백만원에 구입했다. 집 뒤에는 감나무도 몇그루 있고, 상추와 쑥갓, 고추 등 채소를 기를 수 있는 땅도 조금 딸려 있어 자급하기에 제격이었다. 무엇보다도 도시에는 구할 수 없는 작업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더할 나위없이 행운이었다. 집은 100여년된 한옥. 서까래와 마루 등이 온전했다. 거기에 욕실과 부엌을 들였고 거실창을 달고 벽난로도 놨다. 그러자 집은 그럴싸하게 앤틱하고도 아늑했다. 천장서까래와 옛날 마루바닥으로 된 거실의 운치라니. 도시에서는 맛보기 어려웠다. 그리고 비여 있는 한쪽면에는 도예작업장과 가마를 지었다. 내아들 녀석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무렵 경기도 주최 광주도예박물관 백일장에서 "여주 사는 털보아저씨는 아빠 친구다. 그 집에 가면 아저씨가 흙덩이를 주고 동물도 만들게 해주고, 그릇도 만들게 해 주신다"고 자기 경험담을 수필로 써 도시상품권 10장을 탄 적도 있다. 당시 종종 그곳에 들러 밤을 보낸 적이 있다. 어느날 밤에는 주변에 사는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종합예술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택견 전승가, 전통춤을 추는 무용가, 소리꾼, 그리고 화가 및 도예가 등이 정자에 모여들어 술을 나누는가 싶더니 하나둘씩 자기들의 장기를 내놓자 한밤내 공연예술장으로 변했다. 춤을 추고 노래하고 택견을 펼쳐 보이고 나무통을 가져다 두들기며 장단을 맞추자 흥겨운 여름밤이 되었다. 예술창작자들이라서인지 서로를 교감하는 것이 나와는 전혀 달랐다. 얼마 후 살림집에 있던 도자기 전시공간이 이전, 어엿한 전시판매실을 갖게 된 일화는 특별하다. 한번은 그의 작업장 옆으로 소설가 한분에 들어왔다. 물론 지상권만 있는 집이었지만 작업실로 개조해 일년을 머물렀다. 소설가는 작품을 마치고 돌아갈때 거의 함께 살다시피 한 선배에게 그집을 주고 떠났다. 나중에 소설가에게 들으니 그 집은 팔릴 것 같지도 않아 차라리 주고 갔다고 했다. 선배는 살림집을 옆으로 옮기고 이전 살림집 전체를 전시실로 바꿔 더 넓은 공간을 갖게 된 것이다. 애초에 선배 집 주변으로 두어 가구의 시골집이 있었다. 지금은 그만이 주변의 야산과 여러뛔기의 텃밭, 인근 계곡의 주인이 됐다. 그는 전승도예가로 이름이 높다. 그 중에서도 달항아리는 국제적으로도 널리 명성이 자자하다. 내가 사는 주변에는 화가 마을, 도예촌 등 예술인마을이 여럿이다. 내 선배 처럼 도시에서 공간을 찾기 어려운 이들이 찾아와서다. 말하자면 구로 고척동의 철공소가 비워지자 예술인들이 모여들어 서울 한복판에 예술인마을이 생겨난 것과 같다. 대학로나 홍대거리 등도 마찬가지다. 여주, 이천, 광주의 도예촌 처럼 비워가는 시골마을에 새로운 창작자들이 더 많이 찾아들 듯 싶다. /peace@metroseoul.co.kr

2022-11-08 09:00:06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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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칼럼] 소상공인, 자기주도적 실행력이 매출이다

엔데믹(풍토화)을 맞으면서 정부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정책을 쏟아냈지만 소상공인의 사업 운영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시민의 애환이 서려있는 자영업자는 여전히 매년 인상되는 인건비에 국제적으로 크게 오른 원부재료 가격과 기본 경상비의 인상 여파까지 홀로 견디고 있다. 비용절감을 위해 종업원들의 휴식시간이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다. 지금과 같은 시기 매장 활성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매출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답은 종업원의 성과몰입(work engagement) 운영전략이다. 성과몰입이란 종업원들이 점포의 이익과 경영합리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자기주도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한 조사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전체직원의 29%만이 점포의 수익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고, 55%는 수동적으로 자신의 주어진 역할만을 주어진 시간만큼만 한다. 사장으로서는 분통터질 노릇이다. '30일 효과'는 종업원의 성과몰입이 매장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마케팅 용어다. 30일이란 직접적 동기부여와 노력을 통해 매출의 변화가 현실로 나타나는 기간을 의미한다. 자영업자들은 평균 2.5명의 종업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점주를 포함한 4.5명의 역할과 기능 그리고 고객만족 극대화를 위한 노력이 곧 매장의 수익성이다. 매장운영시간을 늘리기도, 내점 고객수를 늘리기도, 판매단가를 올리기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결국 주어진 환경에서 고객의 재 방문률을 높이고 충성고객지수를 상승시키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선 매장 종사자들에게 동기부여와 역할분담, 최선의 실천환경을 조성 해줘야 한다. 즉 성과몰입형 운영이 필요하다. 최근 즉석에서 만든 샌드위치와 커피를 판매하는 한 점포에서는 종업원들에게 제품 판매시 평균 객단가 이상의 매출 수익에 대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적극적인 권유판매와 친절한 제품설명, 고객회원제 활용 등을 통해 상당한 매출증가와 함께 충성고객지수도 향상된 결과를 얻었다. 종업원의 자발적 행동과 성과몰입경영을 통한 매출 상승의 결과를 이룬 사례다. 고객은 다양한 서비스를 원한다. 따라서 그 서비스를 행하는 주체는 역시 사람일 수밖에 없다. 위기일수록 종업원에 대한 통제보다는 동기부여를 통해 맡은 바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가장 기본적인 이슈 점검과 실행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때다.

2022-11-07 15:25:39 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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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파산자의 재산분할심판청구권, 변제재원이 될 수 있을까?

채무자가 파산을 하게 되면 채권자들은 파산선고 당시 채무자의 재산(전문적인 용어로 '파산재단'이라고 한다)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채권원리금에 현저히 못미치는 금원을 배당받게 된다. 이에 배당금을 조금이라도 늘리고자 채권자들과 파산관재인은 파산자가 은닉해 둔 재산이 없는지 적극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특히나 파산 직전 채무자가 자신의 배우자와 협의이혼을 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채무자가 이혼한 배우자에게 가지는 재산분할심판청구권도 파산재단에 포함되어 파산관재인이 이에 대한 권리 행사를 함으로써 채권자들의 변제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파산관재인이 채무자를 대위하여 재산분할심판청구를 진행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파산관재인의 재산분할심판청구를 각하했다(대법원 2022. 7. 28.자 2022스613 결정). 구체적으로, 대법원은 위 결정에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을 한 당사자의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로서 청구인의 재산에 영향을 미치지만, 순전한 재산법적 행위와 같이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해 배우자와 자녀 등과의 관계, 이혼 후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산 분할이 진행된다는 점을 판시했다. 즉 재산분할심판청구는 채무자의 재산으로서의 경제적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족법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파산관재인이 이를 일방적으로 대위 행사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또한 대법원은, 재산분할청구권은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해 그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그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어 채무자의 책임재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채무자의 재산분할청구권 불행사가 그의 기대를 저버리는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채무자의 재산을 현재의 상태보다 악화시키지는 않는다. 또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행사 여부가 청구인의 인격적 이익을 위해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진 권리로서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므로 채권자대위권의 목적이 될 수 없고 파산재단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채무자가 파산선고 직전에 이혼을 했다면, 법원은 파산 절차 내에서 채무자에게 이혼한 배우자와 관련된 재산상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의 제출을 명하여 혹 채무자가 재산 은닉을 목적으로 위장이혼을 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확인한다. 만일 법원이 이를 간과한 채 파산선고를 내리더라도 그 이후 채무자가 위장이혼을 통해 배우자에게 자신의 재산을 은닉하고자 한 정황이 확인되면 채무자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650조에 따라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을 은닉한 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재산분할심판청구권 자체는 채무자의 인격적 이익과 관련된 것으로서 재산적 가치 그 이상의 의미가 있고, 재산분할심판 과정 역시 재정적인 부분 이외에 이혼에 이르기까지의 혼인 내용, 자녀들과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살피게 되는바,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를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파산관재인 또는 채권자의 입장에서 채무자의 재산은닉 목적 위장이혼이 의심되는 경우, 파산선고 전이라면 법원에 이와 관련된 의견을 개진해 더 이상의 파산선고 및 면책결정의 진행을 막아야 하며 파산선고 후라면 사기파산죄에 대한 형사 고소 등을 통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채무자의 사기파산죄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채권자의 신청 또는 법원의 직권으로 파산선고로 인한 면책결정이 취소되기 때문이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9조 제1항).

2022-11-06 13:36:30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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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20대 청년의 세번째 생존기

경기도 안양에서 유치원에 다니던 99년 6월의 일이다. 나와 60여 명의 친구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경기 화성의 한 수련원으로 1박2일 수련회를 갔다. 수련원엔 우리 말고도 서울, 부천, 화성 등에서 온 또래의 친구들이 많았다. 500명은 족히 넘어보였다. 어린 우리에겐 다소 힘든 극기훈련을 한 탓인지 나와 친구들은 저녁을 먹자마자 모두 곯아떨어졌다. 그런데 새벽에 선생님이 다급하게 깨웠다. 우리가 있던 2층의 방과 복도는 연기로 가득찼고 숨쉬기가 무척 힘들었다. 눈앞도 잘 보이질 않았다. 나는 잠옷을 입은채로 선생님을 따라 친구들과 미친듯이 뛰었다. 수련원에 큰 불이났다는 것은 밖에 나와서야 알았다. 눈앞에서 건물은 순식간에 불에 탔다. 그 사고로 3층에 있던 서울의 유치원 친구들 19명을 포함해 23명이 안타깝게 희생됐다는 소식은 나중에 들었다. 나는 그 사고로 처음 죽음이란 걸 알았다. 대학 2학년때인 2014년 4월의 어느 봄날이었다. 1학기를 휴학하고 나는 함께 입대할 예정이었던 친구 3명과 제주도 가는 멋진 계획을 세웠다. 형편이 넉넉치 못했던 우린 비행기 대신 배를 택했다.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배였다. 태어나서 그런 큰 배는 처음 봤다. 군대 갈 생각은 잠시 잊고 나는 친구들과 선실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며 신나게 놀았다. 서해바다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맥주맛도 일품이었다. 새벽에 배에서 맞은 일출도 장관이었다. 아침 8시가 좀 넘었을까. 바다위를 미끄러지듯 순항하던 배가 갑자기 큰 소리가 나고 덜컹거리며 멈추더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갑판위에 있던 우리는 살기위해 난간을 잡고 버텼다. 그때까지도 그 큰 배가 침몰하리라곤 전혀 생각질 못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운이 좋았는지 나와 친구들은 주변에서 몰려온 어선에 간신히 올라타 목숨을 건졌다. 우린 살았지만 선실에 있던 수 많은 사람들이 걱정됐다. 15년전 화성의 수련원에서 불에 타고 있는 건물을 멍하니 바라보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이날 배 침몰사고로 결국 304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나는 군 시절 내내 트라우마로 괴로워했다. 군 제대후 대학을 졸업하고 운좋게도 원하던 직장에 취직했다. 생사의 고비를 두번이나 넘긴 나에게 탄탄대로가 열리나 싶었다. 갑자기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왔다. 코로나가 직장 초년병의 발목을 잡았다. 올핸 코로나도 잠잠해지는 분위기여서 8년전 그 배에서 살아나왔던 친구들과 핼러윈데이 전날 이태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두 곳의 술집을 거쳐 밖으로 나온 우리는 아수라장을 경험했다. 좁은 골목길엔 이미 수 많은 인파로 북새통이었다. 숨도 쉬기 힘들어 큰 사고라도 날것만 같았다.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살기위해 나는 친구들과 어떤 가게문을 무작정 밀치고 들어갔다. 그날 내가 있던 자리에서 어처구니없는 참사로 또래 젊은이 156명이 안타깝게 희생됐다. 197명은 다쳤다. 상상하기 힘든 숫자다. 1999년, 2014년, 그리고 2022년…. 서른도 안된 나이에 세번째 생사의 갈림길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나에겐 이제 더 이상 요행을 바랄 목숨이 남아 있질 않은 것 같다. 이 세가지 생존기가 실제 내 이야기일지는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긴다.

2022-11-06 11:00:29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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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1>샴페인 한 병에 33억원?…올해 가장 비싼 술은

재화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좋은 품질은 기본이다. 그리고 여기에 걸맞는 디자인. 한정판 또는 몇 개 없다는 희소성이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그래도 역시 무엇보다 초고가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마케팅. 비싼 것을 더 비싸게 만드는 기술 말이다. 탁월한 마케팅 만으로도 몸값이 훌쩍 뛸 수 있으니까. 와인부터 보드카, 맥주까지 올해 가장 높은 몸값을 받았다고 꼽힌 술들은 이 모든 요소들의 조합이었다. 먼저 와인. 예상했던 대로 '로마네 콩티(1945 Domaine de la Romanee-Conti, Romanee-Conti Grand Cru)'다. 2000만원 이하 가격으로는 찾아볼 수도, 원한다고 살 수도 없는 와인인데 이번엔 수십년 전 빈티지다. 부르고뉴 네고시앙의 전설로 불리는 로버트 드루앵의 지하 저장실에 고이 잠자고 있던 1945년 로마네 콩티다. 소더비 경매에서 약 7억원에 낙찰되며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낙찰자는 아시아에서 온 개인 수집가로만 알려졌다. 샴페인은 예상 밖의 인물이다. 2017 샴페인 애비뉴 포흐(2017 Champagne Avenue Foch). 와인 애호가들조차 잘 들어보지 못했을 샴페인이다. 등급도 최고인 그랑크뤼가 아닌 프리미어 크뤼에 빈티지 2017년도 그닥 특별할게 없는데 34억원이라니. 비밀은 샴페인 병에 있었다. 병에는 인기 NFT(대체불가능토큰) 컬렉션인 '보어드 에이프 요트 클럽(BAYC)'의 이미지 5개가 인쇄되어 있으며, 경매 낙찰자는 샴페인 뿐만 아니라 해당 NFT의 소유권도 이전받는다. 구매자는 이탈리아 사업가 형제다. 암호화폐 투자자로 이 샴페인 역시 투자용도로 사들였다고 한다. 물론 이들은 샴페인을 오픈할 계획은 없다고. 보드카는 한정판이라는 '코어스 보드카 24K 조지 5세(Kors Vodka 24k George V)'로 가격이 4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전 세계에 단 250병만 있다. 차르 니콜라스 2세가 그의 사촌 조지 5세에게 보내던 것과 같은 제조법으로 증류했다고 한다. 4000만원은 마케팅에 희소성을 가미해 끌어낸 가격인 셈이다. 럼은 1300만원 짜리 '헤어우드 럼(Harewood Rum) 1780'이다. 18세기에 만들어진 이 술은 헤어우드 하우스에서 먼지와 거미줄에 뒤덮힌 채 발견됐고, 공히 기네스북까지 오른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럼이다. 이 럼 한 방울은 캡슐에 들어가 금으로 된 법정 통화 코인에도 담겨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맥주는 한 병에 약 18만원의 '리포지드 20주년 기념 에일(Reforged 20th Anniversary Ale)'이다. 맥주 애호가라면 알만한 미국 에일스미스 브루잉 컴퍼니가 내놓았다. 임페리얼 스타우트를 만든 그 양조장이다. 와인 한 병 크기로 750㎖로 나왔지만 현지에선 생맥주 파인트잔으로 13만원에도 마실 수 있다고 한다. 한 모금에 만원씩 넘어가는 느낌일까. 코냑은 루이13세 마투세람(1억3000만원), 위스키는 파인 앤 레어 1926 맥캘란(24억원) 등이 최고가로 꼽혔다.

2022-11-03 14:11:1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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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너무 늦은 사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상상조차 힘든 참사가 발생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상상할 수 없는 발언들이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의 고위 공직자들 입에서 쏟아지고 있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발생 직후부터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등 누구보다 이번 참사에 대해 책임을 느꼈어야 할 고위 공직자들의 발언과 태도는 실망 그 자체였다. 처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브리핑을 접했을 때, 눈과 귀를 의심했다. '저게 한 나라의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할 소리인가'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상민 장관은 지난달 30일 가진 긴급 브리핑에서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보다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고도 했다. 그러다 비난 여론이 일자 31일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섣부른 예측이나 추측,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해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태도도 '나몰라라'였다. 그는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주최 측이 없어 '축제'가 아니라 '현상'으로 봐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주최 측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12 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며 이태원파출소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가 일선 경찰들의 반발을 샀다. 국가적 비극에 누구보다 신중해야 할 한덕수 국무총리는 외신과의 기자회견에서 실없는 농담을 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상민 장관은 참사 발생 사흘 만인 1일 공식 사과를 했지만, 이 역시 진정성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당시의 112 신고 녹취록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이었던 10월 29일 오후 6시34분부터 이미 현장에 있던 시민들로부터 '사고가 우려된다'는 112 신고가 적어도 11건이나 접수됐다는 게 밝혀졌다. 결국 이번 이태원 참사는 정부가 조금 더 신중했다면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장관의 정서적 공감능력에 문제제기를 한다. 참사의 경위가 어떻든, 수많은 인명이 어처구니 없이 희생됐다. 그나마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전 국민은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 더군다나 행정안전부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게 핵심 역할이다. 누구보다 더 책임을 통감해야 할 위치에 있는 공직자의 발언으로는 적절치 않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국가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방침과도 맞지 않는다. 당분간은 이번 참사를 수습하고, 이와 유사한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그걸 핑계로 공직자로서의 적절치 않은 발언과 태도를 적당히 넘겨서는 안 된다. 말이란 것은 하는 사람의 인성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2-11-02 16:18:4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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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인공지능과 시각예술

지난 8월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Jason M. Allen)은 인공지능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Space Opera Theater)'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전에 출품해 디지털예술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그림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로 변환시켜주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공식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창작물을 둘러싼 순수성 논쟁을 야기했다. 지난 11일 영국 의회 청문회에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로봇 작가 에이다(Ai-Da)가 출석해 자신의 예술 활동상을 증언했다. 에이다는 2019년 완성된 이래 여러 미술관과 화랑에 그림을 전시해왔다. 그를 소개하는 홈페이지는 에이다를 '현대미술 작가'로 적시하고 있다. 실제 에이다는 2019년 2월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현재까지 작품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회화, 조각 등 다루는 시각예술 분야도 다양하다. AI를 이용한 작품과 (자칭)작가의 활동이 가시화되면서 인간 시각 예술가들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작사·작곡을 하고 간략한 기사를 작성한 사례를 넘어 (미술시장을 포함한) 시각예술계로까지 진입하자 예술과 기술, 창의의 정의를 되묻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일단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인, 기초 데생력을 바탕으로 한 직업군은 AI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텍스트 설명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달리(Dall-E)를 비롯해 앞서도 언급한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의 인공지능 기반 몇몇 프로그램은 이미지 생성도구로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프로그램을 이용해본 결과 AI는 인간의 창의성과 영감 등을 돕는 하나의 수단일 수는 있어도, 인간의 감성과 정신의 영역에서 생성되는 순수예술을 위협할 수준은 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마디로 그림을 업으로 삼는 작가는 AI로 인한 일자리, 역할 상실 등의 염려를 내려놔도 된다는 것이다. 이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인간이 쌓아 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이미지를 한데 모아 짜깁기하거나 덩어리로 묶는 것에 가깝다. 작품을 '만든다'는 개념보다는 창작된 기존의 수많은 작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추출하거나 섞는 조합에 불과하다. 사실상 창작이라기보단 정보처리 차원으로 봐도 무방하다. 인간에겐 감성과 감정, 의식이 있다. AI가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자신이 만든 작품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며 해석, 가치구분도 불가능하다. 작품이냐, 아니냐의 판단도 인간이 한다. 미드저니만 해도 억 단위의 이미지소스(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며, 결과물의 결정적 행위인 정확한 지시문구(프롬프트)를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에이다 역시 결국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작품을 마무리할 수 없다. 먼 훗날 인간 시각예술가의 작품과 구별되지 않고, 미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관람객과 작품 컬렉터들이 인공지능의 작품을 예술로 여기게 된다면 아마 '화가로서 인간'이 설 자리는 보다 위축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19세기 초 사진이 등장했을 때 재현의 축이었던 화가는 일자리를 잃고 쇠퇴한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도 인간의 다층적 감정을 공진시키는 회화는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혁신적이었던 사진은 현대미술의 한 분야로만 남았다. 물론 설치미술을 포함한 영상·미디어 작품에 주로 활용되는 컴퓨터 테크놀로지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작의 보조수단일 뿐 전부로 치부되진 않는다. 예술 창작에 있어 기술의 도움은 중요하다. 인간의 예술창작에 자극을 주고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기술은 예술 영역을 개척하는 도구가 되며, 이전과 다른 형식의 예술 흐름을 촉발한다. 마찬가지로 AI 작품이 하나의 장르가 될 수는 있다. 표현의 대중적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며, 조형방식의 풍요로움은 예상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인간화될수록 오히려 인간만의 창의성과 무한한 가능성은 더욱 값진 가치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11-01 13:16:4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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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이태원 참사는 우리 모두의 책임

일요일 새벽 단톡방에 '이태원 압사사고 사망자 149명...' 기사 링크를 누군가 올렸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엔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찍었다는 사람들이 누워있는 끔찍한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었다. 상상할 수 없는 참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밤 캠핑장 사이트마다 호박이나 마법사, 뿔 달린 기괴한 괴물 형태의 핼로윈 코스튬으로 분장한 아이들이 깔깔거리던 모습이 오버랩됐다. 이태원 사고 현장의 응급조치를 하는 사람들과 저마다 핼러윈 복장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교차하며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듯 했다. 핼러윈 축제를 앞두고 일어난 이번 사고를 보면서 한쪽에선 남의 나라 귀신놀이에 빠진 안전 불감증을 탓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희생자들은 우리들에게 경고를 하고 하늘로 떠나간 천사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우리 가족 누군가 사고 현장에 있었다면 똑같은 사고를 당했을 것이다. 그들은 축제를, 삶을 즐기려던 우리 아이들이나 친구 또는 우리들 자신이었다. 어느 시점에 누군가가 희생됐을지 모를 사고가 핼로윈을 이틀 앞둔 지난 주말에 이태원에서 일어났을 뿐이다. 사고를 보며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이 장관은 사고 이후 가진 참사 관련 정부 대응을 설명하는 브리핑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는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됐을 문제가 아니다. 인파는 예년 수준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손써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사고라는 점을 강조한 얘기지만, 정부 안전을 책임지는 수장의 말로는 들리지 않았다. 그의 말이 맞다면, 지난해나 올해 어느때나 이런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 또 그렇다면 왜 그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았는지 답해야 한다. 사고 직후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사고 지점의 인파는 7시 즈음부터 붐비기 시작했고, 사고 당시 누군가 넘어지기 시작한 순간과 다를바 없이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 이후에도 현장에 투입된 경찰들은 소극적인 수준의 통행 통제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참사 당일 이태원을 찾은 인파가 10만명으로 추정되지만 동원된 경찰은 고작 137명에 불과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 증언도 '경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통제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당일 광화문과 용산 등에서의 집회에 집중하느라 경찰 배치가 어려웠다고 했다. 사고 현장에선 시민들과 경찰, 소방대원 밤새워 심폐소생술(CPR)과 수습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주최가 없는 행사라는 것이 정부에 면죄부가 되진 않는다. 주최측이 없는 행사 아닌 행사라면 국가가 안전한 행사의 책임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물론, 서울시와 용산구, 경찰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려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많은 인파가 경사가 가파른 좁은 골목길에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 불감증도 빼놓을 수 없다. 누군가 희생자가 있었지만, 사고 이후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2022-10-31 15:28:07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