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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알기 쉬운 재건축 법률] 채무불이행 인정 안 되면 도급계약 해제된다고 볼 수 없어

Q. 건축물설계업 등에 관한 업무를 하는 甲건축사무소는 乙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과 정비계획수립, 정비구역지정 및 설계에 관한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용역이 수행되던 중 乙조합은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통보했다. 이에 甲은 甲의 채무불이행이 없었으므로, 乙의 해제통보가 부적법하다면서, 乙을 상대로 계약이 존속함을 전제로 하는 용역대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甲의 채무불이행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乙의 해제가 부적법하다면, 민법 제673조에 따라 용역계약이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A. 위 사건은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도급인의 해제의사에 임의해제 의사가 포함되었는 지 여부가 문제가 된 사안이다. 위임계약은 당사자 간의 특별한 대인적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므로,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민법 제689조 제1항). 뿐만 아니라,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했으나 채무불이행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위 해지의 의사표시에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임의해지 의사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도급인도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이라면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임의해제권이 있다(민법 제673조). 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판단될 것이나, 대체로 구체적인 결과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도급계약'으로, 단순히 행위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위임계약'으로 볼 수 있는데, 위 사건에서 甲과 乙이 체결한 용역계약은 '도급계약'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도급계약도 위임계약과 마찬가지로,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도급인의 해제 의사표시에 민법 제673조에 의한 임의해제 의사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최근 대법원은 위와 유사한 사건에서,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도급인의 해제의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73조 임의해제 의사가 포함돼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46757 판결). 따라서 乙조합이 甲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통보를 했으나 甲의 채무불이행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 그렇다고 해 민법 제673조에 기해 용역계약이 해제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90조). 그러나 도급인이 민법 제673조에 따라 도급계약을 임의해제하는 경우에는, 거꾸로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73조). 따라서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했음에도, 민법 제673조에 따라 도급계약이 해제된 것이라고 해 버리면, 도급인으로서는 자신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 거꾸로 자신이 손해배상을 해줘야 하는 처지가 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법원은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도급인의 해제 의사표시에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 의사가 포함돼 있다고 보는 것은, 도급인의 의사 및 의사표시의 일반적인 해석원칙에도 반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수급인의 입장에서도 자신은 채무불이행을 하지 않았으므로 도급계약이 적법하다고 믿고 일을 계속했음에도, 갑자기 민법 제673조에 의한 해제가 인정돼 버리면, 그 사이에 도급계약과 무관한 일을 진행한 결과가 돼,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위임계약은 당사자 사이에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으로, 위임인이 수임인의 채무불이행을 주장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신뢰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러한 상태에서 수임인이 계속하여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그러나 도급계약은 이와 달리, 위임계약에서의 정도로 당사자 사이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주장한다거나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해제 의사표시에 임의해제의 의사가 포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위 사건에서는 乙조합이 소송에서 자신의 해제통보에 민법 제673조에 의한 해제의 의사도 포함돼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가 전혀 없었다. 이와 달리, 만약 乙조합이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고, 실제로도 乙의 해제통보에 민법 제673조 해제의사가 포함돼 있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었다면, 위 대법원 판결과 달리 판단될 수도 있다.

2022-12-04 14:09:42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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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5>'슈퍼 파워' 부르고뉴 전성시대

<175>2022 리벡스 파워 100 와인하면 뭐니뭐니 해도 보르도였다. 레스토랑에 와인 리스트가 마련되기 시작하던 20년 전은 물론 10년전, 아니 팬데믹 속에서 와인과 사랑에 빠진 이들도 내 와인잔 안에는 칠레 와인이 있을지라도 마음만은 프랑스 보르도였다. 와인 행사라도 하면 보르도부터 찾아챙겼고, 연말 인센티브로 챙길 스스로를 위한 선물은 소위 '5대 샤또'로 불리는 보르도 1등급 그랑 크뤼 와인의 시음회였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와인잔을 처음 들기 시작하는 세대는 와인하면 부르고뉴를 떠올리게 됐다. 묵직했던 보르도 레드와인의 자리는 여리여리하고 우아한 부르고뉴가 차지했고, 찾는 이들이 많아지자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취향에 맞든, 아니면 향후 가격 상승을 노린 재테크든 이제 와인의 대명사는 부르고뉴다. 런던 국제 와인거래소(Liv-ex·리벡스)가 와인전문잡지 드링크비즈니스와 함께 발표한 '2022 리벡스 파워 100' 리스트의 상위 목록은 부르고뉴와 상파뉴가 모두 휩쓸었다. 톱10 안에 보르도 와인은 단 하나도 없었다. 리벡스 파워 100은 매년 와인 시장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브랜드의 순위다. 가격 상승률은 물론 거래량과 함께 와이너리별로 거래되는 와인의 종류나 빈티지의 다양성까지 모두 합산한 결과다. 올해의 주인공은 단연 부르고뉴다. 1위는 물론 지역별로도 톱 10, 톱100 모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생산량이 많지 않기로 유명한 부르고뉴임에도 거래량이 늘고, 가격은 크게 뛴게 이유다. 2018~2019년 사이에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던 부르고뉴 와인은 팬데믹 기간 동안 다시 한 번 급등했다. 2018년에는 거래된 부르고뉴 와인이 829개에 불과했다면 2022년에는 1859개로 크게 늘었다. 르로이(Leroy)는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위 아르노 라쇼(Arnoux-Lachaux) ▲3위 르플레브(Leflaive) ▲4위 아르망 루소(Armand Rousseau) ▲5위 프리에르 로크(Prieure Roch) 등도 모두 부르고뉴 와인이다. 특히 아르노 라쇼는 이전에도 떠오르는 스타였지만 최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평균 가격 상승률은 487.2%지만 일부 와인은 무려 1000%나 가격이 급등했다. 보르도는 부르고뉴와 명암이 엇갈렸다. 샤또 라피트 로칠드와 샤또 무통 로칠드, 샤또 마고 등 1등급 5대 샤또라는 곳들도 모두 밀려났다. 2017년엔 보르도만 53곳으로 리벡스 파워 100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것이 이제 25곳으로 반토막이 났고, 사상 처음으로 톱10 안에 이름을 올린 곳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샤토 라피트 로칠드는 여전히 거래액이나 거래량 기준으로는 상위에 올랐다. 돔페리뇽과 루이 로드레, 크룩 등 샴페인의 인기도 두드러졌다. 팬데믹 기간 동안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게 바로 샴페인으로 부르고뉴의 후발주자를 꼽으라면 단연 샹파뉴다. 리벡스는 "상위 100위 안에 든 고급와인들의 가격은 올해 모두 올랐다"며 " 부르고뉴 와인의 상승세는 인상적이지만 하늘 높이 날수록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처럼 가격이 오를수록 구매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2022-12-01 14:25:52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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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두 얼굴의 마법사②

사람들은 감사하면서 지켜야 할 무엇들을 하찮게 여기고 엉뚱한 무엇에 매달리다가 돌이키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야 후회하기도 한다. 그들은 소중한 인생을 제 스스로 망쳐버리고 나서도 자신이 아닌 세상을 탓하며 원망의 굴레를 벗어버리지 못한다. 욕심에 눈이 어둡다보니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혼동하고 엉뚱한 것에 매달리기 때문일 게다. 바른대로 말해, 수치심을 모르는 인간들이 제 목숨보다 더 애지중지하는 재물과 권세는 탐욕과 공포로 얼룩진 오물덩어리에 다름없다. 어떤 누구는 근면검소한 자세로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사회에 봉사하면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간다. 어려운 이웃에게 훈훈하게 대하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다 보니 점점 더 여유로운 모습이 얼굴에 나타났다. 감사한 마음으로 아침에 일어나 매사에 감사하면서 일을 하다가 감사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고 하였다. 목마른 사람에게 시원한 물을,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고 싶어 하는 그 자신이 어찌 아니 행복하겠는가? 반대로 다른 누구는 어쩌다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자신을 위해서 있다는 듯이 거들먹거렸다. 살기가 넉넉지 않을 때는 그래도 인간다운 면모가 조금은 있었는데 쌓아올리는 돈의 높이가 높아가면서 오만과 편견에 물들어 갔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쓸데없는 심술을 부리며 의기양양해 한다. 겉으로는 오기를 부리며 으스댔지만 속내는 조급증에 빠져들어 초조하게 허우적거리고 있었음을 나중에야 엿볼 수 있었다. 영문 모를 돈을 움켜쥐고부터는 남들이 열심히 사는 꼴을 못 보고 뒤에서 얼토당토않은 귓속말을 늘어놓았다. 돈을 언제 어떻게 모았는지 모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말을 하여 몇 사람을 감동시켰다. 말과는 다르게 점점 더 돈에 대한 탐욕이 커다는 그의 행동거지를 보면서, 그가 가진 돈은 떳떳치 못한 돈이라는 짐작이 갔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고 하지만, 그런 돈으로 자선사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갔다. 나중에야, 그 분야에서 '뇌물 네고시에이터'라는 입소문이 났는데, 그 동료가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가 되어 그를 교화 받게 만들었다. 풀려나서도 부끄러움을 느끼기는커녕 더욱 돈에 걸신이 들려 일그러진 행색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가 피해가지 못하는 하고 많은 불행은 대부분 스스로 짊어진 탐욕과 원망의 보따리에서 비롯되기 쉽다. 옛말에 "부귀공명이 사라지는 길을 직접 따라가서, 그 결말을 지켜보면, 탐욕이 저절로 가벼워진다.(功名富貴 直從滅處, 觀究竟 則貪戀自輕.)" 또 "횡역(橫逆, 도리에 어긋나는 행실)과 곤궁함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직접 따라가서 유래를 따져보면 원망하는 마음이 사라진다.(橫逆困窮 直從起處, 究由來 則怨尤自息. 채근담)"하였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탐욕에서 벗어나 인간의 도리에 충실해야 진정한 행복이 기다린다는 말이다.

2022-12-01 09:54:03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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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BNK와 타이타닉호

얼음 바다가 삼켜버린 배 '타이타닉호'. 1912년 4월 타이타닉호는 영국의 한 도시를 출항했다. 선장과 승무원, 승객을 합쳐서 약 2200여명이 배에 탔다. 프랑스의 쉘부르와 아일랜드의 퀸스타운을 거쳐 미국 뉴욕으로 향하다가 4월 14일 밤 갑자기 빙산에 충돌해 침몰한다. 타이타닉호 침몰 희생자 수 집계는 다양하지만 영국 상무성의 발표에 따르면 1500여명에 달한다. 구명보트 등으로 탈출한 생존자가 700여명에 불과한 역사상 최대의 해난 사고였다. 최근 BNK금융도 마치 타이타닉호 같다. 지방금융지주 1등으로 더 큰 꿈을 향해 항해하고 있었지만 선장이 중도에 하차했다. 임기 5개월을 앞둔 시점이었다. 가족의 의혹에 대해 도덕적 책임을 진 것이다. 그러면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시기가 앞당겨졌다. 차기 회장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내외부에서 수 많은 도전자가 뛰고 있다는 후문이다. 후보군은 자회사 대표 9명 외에 자문기관 2곳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외부 후보가 대상이다. 외부 후보는 '정치'와 '관치'란 동앗줄을 붙잡으려고 애쓰고 있다는 후문이다. BNK는 지방금융지주 1등이다. 정치적 인연이 있는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 언감생심 욕심을 내다간 탈이 난다. 하마평에 오르는 사람 중에는 아예 '염치'가 없는 사람도 있다. 과거 구설수에서 자유롭지 않다면 포기하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BNK를 얕잡아 봤다간 큰 코 다친다. BNK금융의 총자산은 지난 3분기 기준 159조9000억원 규모다. 김지완 전 회장이 '투자전문금융그룹'으로 키우면서 재임 기간 동안에만 자산이 52조원이나 불어났다. 은행, 증권, 캐피탈 등 포트폴리오도 탄탄해진 BNK다.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고 회장 자리를 차지할 곳이 아니라는 의미다. 내부 출신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려던 BNK가 항해 중에 빙산을 만난 건 반대편에 선 누군가의 욕심 때문이다. 차기 회장 승계 과정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더 높은 곳을 봤다. 만족할줄 몰랐다. 최고경영자가 내편이 아닌 사람도 안고 가야 한다며 끌어 안았음을 몰랐던 것일까. 내부문제에 '정치'를 빌렸다는 의혹도 있다. 내가 안되면 같이 침몰하자고 맘 먹은 것일까. 지금과 같은 태풍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하수다. 알고도 그랬다면 조직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는 이기적 행동이다. 오로지 자신의 욕심과 안위를 위해 조직은 나몰라라 한 셈이다. 당초 예상된 차기 회장 승계 구도에서 '반란'을 꿈꿨던 사람들의 결말은 쓸쓸한 퇴장으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타이타닉호는 그 당시 초호화선으로 불렸지만 한밤중에 빙산을 만나 일순간에 침몰한다. 부와 명예는 물론 사랑도 검은 바다에서 슬픈 운명을 맞는다. BNK의 운명도 지금 바람 앞에 등불이다. 내부로부터 시작된 '불장난'이 '큰 불'로 번졌다. 누가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BNK가 달라진다. 다시 외풍이 불기 시작했다. 영화 '최종병기 활'의 마지막 장면 대사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고. BNK금융 직원들도 누가 차기 회장이 될지 계산하지 말고 그냥 극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차기 회장은 내부는 물론 외부 인사까지 도전한다. 차기 회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BNK호의 키를 쥐고 있다.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순리와 명분, 능력에 따라 차기 회장을 가려내야 한다.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태풍을 만난 BNK호가 침몰하지 않는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2-12-01 07:54:0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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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치유보감] 가을전어가 사라진 이유

전어는 예로부터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알려져 왔다. 지구 온난화로 한반도 일대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난류성 어종에 속하는 전어 어장이 일찍 형성되었다. 전어는 가을철에 살이 오르고, 맛이 좋기 때문에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이라는 뜻으로 '가을전어'로 알려져 왔다. "가을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말"이라는 속설을 증명하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전어 성분을 분석한 결과, 전어의 다른 영양분은 계절에 따라 별 차이가 없으나, 가을전어에는 지방성분이 최고 3배 정도 높아지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가을 전어는 회감으로도 좋지만 구울 때 생선기름(fish oil)에서 기인하는 고소한 냄새 때문으로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까지 생기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말조차 무색하게 되었다. 유류비, 인건비가 크게 상승하고 가을전어의 어획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전어는 전체 생선 중에서 멸치와 함께 맛이 좋고 가격이 저렴해 고(高)물가 시대에 서민들이 즐기기에 걸맞은 어종이었지만, 조업자 입장에서는 효율성이 높지 않다고 한다. 한번 출항시 많은 양을 잡아 오는데, 선도유지가 중요해서 미리 유통업체와 판매 계약을 해 놓지 않으면 폐기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 햇전어를 판매하는 대형 유통업체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어 조업을 포기하는 중소 수산업 종사자는 늘어만 가고 설상가상으로 유류비, 인건비마저 증가하여 전어 대신 다른 어종으로 어획을 대체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재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남도지역은 다른 곳과 달리, 가을이 아닌 한여름부터 전어 시즌이 시작된다. 8월이 되면 여수 소호동 바닷가에 즐비한 횟집 유리문에 '하모 유비끼(갯장어 샤브샤브) 개시'와 함께 '전어회, 전어구이, 전어무침 합니다'란 형형색색의 광고문으로 나붙는다. 사실, 전어는 십수년 전만 해도 어촌 마을 선창가에 가면 배에서 한 바가지 가득 줄 정도로 싼 생선이었다. 그러나 그건 다른 고급 어종이 많이 어획되었던 때의 인심이고, TV 방송 매체 등에서 먹거리 기행에 전어가 소개된 이후로 일반인들은 정식 횟감이 아닌 잡어를 싼 맛에, 특별한 맛에 먹기 시작했으니 이젠 한 철의 대표적인 횟감 생선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였다. 전어는 가을이 지나면 뼈가 단단해 지기 때문에 비늘만 벗기고 뼈 채 두툼하게 썰어낸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에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하여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이 모두 좋아하였으며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쓰여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발간한 어류도감에 따르면 "전어는 태평양 서부(한국, 일본, 중국, 동중국해, 대만, 홍콩)지역에 분포하고 서식지역은 내만성이 강한 어종이 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어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을 구성하는 성분인 DHA 및 EPA가 뇌세포 활성화를 도와주고, 뇌혈관 개선에도 큰 도움을 주어 뇌를 건강하게 하는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전어에 함유된 불포화지방산은 혈관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고, 혈압을 조절해주고 DHA성분은 인지능력 및 기억력, 집중력 등 뇌기능 향상에 도움을 준다. 칼륨은 혈관 내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시켜 혈관건강에 효과적이다. 한편 비타민E는 항산화작용을 함으로서 신진대사 및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세포재생에 도움을 줌으로써 노화를 예방한다. 이러한 전어의 고소한 풍미와 치유효과를 만끽하려면 이제는 가을까지 기다리기보다 훨씬 부지런해야 할 것이다. /연윤열 (재)전남바이오산업진흥원 식품산업연구센터장

2022-11-30 10:01:2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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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환경운동가들의 '명화 테러'

세계 각국 미술관에 전시 중인 명화들이 일부 환경운동 활동가들에 의한 무차별 공격의 목표물이 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태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명화 훼손 시위'로, 테러 수준의 과격함으로 인한 논란 또한 증폭하고 있다. 올해 5월 30일 프랑스 파리 루브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가 일부 환경단체 활동가들에 의해 케이크 범벅이 됐다. 지난달 14일엔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걸려 있던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작품이 토마토 수프를 뒤집어쓰는 봉변을 당했다. 이 뿐 아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지난 11월 3일 이탈리아 로마의 보나파르트 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씨 뿌리는 사람'에 야채수프를 뿌렸다. 같은 달 15일엔 오스트리아 레오폴드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클림트의 작품 '죽음과 삶'에 페인트로 추정되는 검은색 액체를 끼얹었다. 이들은 호주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통조림' 등에 자신들의 손을 순간접착제로 붙이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환경운동가들이 식료품 및 물감을 쏟아 붓거나 자신들의 몸을 접착제로 붙이는 등의 격렬한 행위의 대상으로 삼은 명화는 이밖에도 더 있다. 네덜란드가 국보로 삼는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비롯해, 모네의 '건초더미', 존 컨스터블의 '건초마차', 피카소의 '한국에서의 학살',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봄)', 클림트의 '죽음과 생명', 뭉크의 '절규'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명작들이다. 유명 미술품만 골라 파손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언론과 대중으로부터 단시간 내 많은 관심을 끌어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훼손된 작품 중에는 모네의 '건초더미'처럼 자연의 법칙과 조화를 강조한 작품들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환경운동가들의 '명화 테러'는 주목받는 게 목적일 뿐 작품에 대한 이해도는 낮음을 알 수 있다.) 지구 온난화를 초래하는 화석 연료 사용 반대, 석유·가스 시추 활동 중단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지만 일반적인 집회·시위로는 이목을 끌기 어려워지자 미술작품의 명성에 기댄 전략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기후위기와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목적으로 한 환경운동가들의 시위 방식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공격은 분명 나쁜 전술이지만 '명화 테러'를 통해 자신의 발언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의도대로 언론의 얄팍한 스펙터클 논리와 직결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사실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인류의 종말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환경운동가들의 목소리자체는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다. 인간과 자연은 하나요, 기후가 무너지면 예술작품은 고사하고 인간 존재 역시 가능하지 않다. 기후위기 시대에서 우리 역시 뭔가를 해야 한다. 대규모 영농에 의한 토양손실, 개발을 앞세운 무분별한 벌목,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 온실가스에 의한 오존층 파괴 등, 인간 사회와 복잡하게 얽힌 결과가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다양한 경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환경운동가들에게만 주어진 몫이라 보기 어렵다. 생물종 다양성 감소와 지구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발생하는 '인위적 멸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미술작품에 대한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극단적인 타격 방식에 공감을 표하긴 쉽지 않다. 제 아무리 뜻이 좋아도 인류 역사와 문화적 지반을 파괴하는 것까지 용납될 순 없을뿐더러, 세계 뮤지엄 92곳의 관장들이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적했듯 소장된 작품들이 대체 불가능하고 훼손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시위 형식은 옳지 않다. 물론 예술작품을 볼모로 삼아 테러를 가하는 그들의 거친 행동이 보편적 설득력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기후변화와 생태위기 상황의 심각함을 알리려는 것이라지만, 현재로선 공익에 반하는 폭력, 반달리즘(vandalism)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운동가들은 그동안 평화 시위, 청원, 인식 캠페인 등 덜 분열적인 다른 모든 전략을 통해 인식의 환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나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폭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만약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을 고민한다면 미술작품에 테러를 가할 것이 아니라 정책 결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2-11-29 09:44:23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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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반복되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해법은?

[한용수의 돌직구] 반복되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해법은? 화물연대 파업이 5일째 이어지며 시멘트 등 물류 공급 대란이 벌이지고 있다. 지난 4일간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반입량은 평소 대비 30%가 채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레미콘회사들의 시멘트 재고량은 1~2일치로 이처럼 시멘트 공급이 막히면 레미콘 공장 가동은 곧 멈출 수밖에 없고, 올 겨울 성수기를 앞둔 건설 현장도 함께 올스톱하게 된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파업 첫날이던 지난 24일 출하 예정 시멘트 약 20만 톤 중 19만 톤이 실제 출하되지 못했고, 파업 이튿날에도 약 5%만 출하됐다. 강원도 강릉, 동해, 삼척, 영월과 충북 제천 등 6개 시군에 있는 주요 시멘트 공장과 철도역 등 전국 교통 요지에 있는 유통기지엔 시멘트가 쌓여가고 있다. 정부도 산업계 위기감이 고조되자 이날 화물연대 파업 위기경보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건설과 시멘트·레미콘 등 관련업계도 잇따라 공동 성명서를 내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를 촉구하고 나서면서 협력업계간 갈등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번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의 도화선은 2020년 첫 시행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다. 화물운송 종사자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로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의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제도 도입시 시장 혼란 최소화를 위해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 한해 올해까지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의 영구 제도화와 적용 차종 등 범위 확대를 요구하면서 불거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6월에 이어 최근 1년 사이 세 차례 총파업을 벌이면서 집단운송거부를 반복하고 있다. 6월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5차례 실무대화를 통해 안전운임제 연장 시행 방안 등에 합의하며 파업을 중단했으나 이후 글로벌 복합 위기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화주·운송사 등 업계에선 안전운임제의 도입 취지는 실효성이 없는 반면, 그에 따른 비용 증가로 물류비만 상승시키므로 안전운임제 폐지가 마땅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반복되는 총파업은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우리 산업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공장과 건설현장이 물류 대란을 겪으면서 셧다운 위기에 처하면서 우리 산업현장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하청 일용직 노동자들부터 생계 위협에 처한 상황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엄정 대응 원칙을 천명하고 강경 대응하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거론하며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경찰도 24시간 대응 체계를 유지하며 정상적인 물류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선 엄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은 필요하지만, 경유가격 인상 등으로 비용이 증가한 화물차주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와 산업계 약한 고리를 염두에 둔 고통분담 방안을 마련해 모두가 글로벌 복합위기에 처한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리더십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한 시기다.

2022-11-28 15:03:50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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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딥페이크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

기술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느냐에 따라 세상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세상에 새로운 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딥페이크(deepfake)'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 기술인 '딥러닝(deep learning)'과 가짜를 뜻하는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활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을 말한다. 이러한 딥페이크 기술은 주로 영상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미 작고한 배우가 등장하는 영상, 배우의 과거와 미래를 구현하는 영상 등으로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활용되어 대중에게도 조금씩 익숙한 기술이 돼 가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은 이러한 영상 콘텐츠 제작은 물론 의료영상 제작, 가상 인간에의 활용 등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 특히 영상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는 CG 작업에 필요한 시간 등을 대폭 단축시킬 수 있어서 제작기간 단축 및 제작비용 절감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딥페이크 기술은 많은 사회적 문제도 발생시키고 있다. 타인인 것처럼 조작할 때에 과거에는 합성 사진이 사용됐었다면 이제는 딥페이크 기술을 통한 합성 영상이 사용된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허위사실 유포(가짜 뉴스 등)나 음란물 제작이 문제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가 등이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하는 동영상 등이 실제로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허위 영상인 것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연예인 등을 피해자로 하는 딥페이크 음란물 영상의 경우에도 당사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발생시키고 있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합성 영상은 본인의 동의 없이 타인의 얼굴 등을 사용하는 것이므로 필연적으로 초상권 침해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 유명인의 얼굴 등을 사용한 경우에는 퍼블리시티권 침해 등도 문제될 수 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타인의 성명 등 인격식별표지의 무단 사용 행위를 새로운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타목). 합성된 영상의 내용 등에 따라서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같은 법 제70조)도 성립할 수 있다. 딥페이크 음란물의 경우에는 성폭력처벌법에 강력한 처벌 규정이 존재한다. 성폭력처벌법은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반포 등의 목적으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하거나 이를 반포한 자 등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같은 법 제14조의1 제1항 내지 제4항). 이는 성폭력범죄로서 신상정보 등록 등 성폭력처벌법에 따른 다양한 제재도 받게 될 수 있다.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딥페이크 기술도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된다면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뛰어넘어 콘텐츠 제작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잘못된 사용이 계속된다면 다양한 규제가 생기게 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해당 기술의 추가적인 발전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우리가 딥페이크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2-11-27 12:52:40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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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74>하루 90잔?…와인을 향한 열정

<174>2022년 와인 톱100 와인스펙테이터 ②제임스 서클링 지난 열두 달 동안 시음한 와인만 총 3만2000개. 역대 최대치다. 팬데믹으로 멈춰있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작년보다 7000개가 늘었다. 그럼 어디 계산을 해보자. 일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년 내내 매진했다고 가정해도 하루 평균 90잔에 달하는 와인을 맛보고 평가해야 한다. 물론 제임스 서클링 혼자가 아닌 시음팀이 있었겠지만 이를 감안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수치다. 와인스펙테이터(WS)는 점수로 평가한 품질 외에도 가격과 접근성 등까지 고려해 100대 와인의 순위를 매긴다. WS에서 올해 1위를 차지한 와인의 점수가 94점으로 10위 와인 98점보다 낮을 수 있었던 이유다. 반면 제임스 서클링(JS)은 천문학적인 가격의 소수 와인을 제외하고는 품질이 우선이다. 올해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와인은 모두 99점 이상이다. WS는 WS대로, 또 JS는 JS대로 100대 리스트를 챙겨볼 묘미와 핑계가 있는 셈. 와인을 살 때보면 병에 점수와 함께 'WS' 혹은 'JS'라고 표기되어 있는게 바로 이들을 말하는거다. 무려 3만 종류가 넘게 맛을 본 제임스 서클링이 꼽은 올해 최고의 와인은 보리우 빈야드의 '죠르주 드 라뚜르 프라이빗 리저브 2019'다. WS와 마찬가지로 미국 나파밸리 와인이 1위 자리에 올랐다. 2019년은 전 세계적으로 '굿빈(좋은 빈티지)'이지만 특히 미국 나파밸리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죠르주 드 라뚜르는 100점을 받았다. 전설로 남았던 1974년 빈티지를 떠올릴 정도로 평가됐다. 최고의 나파밸리 레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타닌은 섬세하고, 아로마와 풍미는 복합적이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5~6년 뒤가 더 기대되는 와인이다. 리슬링 전도사답게 2위는 독일 리슬링 와인인 '쿤스틀러 리슬링 라인가우 홀 GG 202'가 차지했고, 4위는 100대 와인에 자주 이름을 올렸던 '샤또 스미스 오 라피트 페삭 레오냥 2019'다. 예상치 못한 조합도 이번 리스트에서 꼭 챙겨봐야할 부분이다. 알자스의 피노누아, 워싱턴의 그루나슈같이 말이다. 3위는 프랑스 알자스에서 피노누아로 만든 '알베르만 피노누아 알자스 그랑아쉬 2020'이다. 알자스에서 화이트 와인이 아닌 레드와인의 품질이 이렇게 상위권에 오를 정도일 줄은 몰랐다. 5위는 미국 워싱턴에서 그르나슈로만 만든 '케이빈트너스 그르나슈 더 보이 2019'다. 특히 가격이 50달러 안팎으로 매력적이다. 화이트 와인에 대한 애정이 깊기로 유명한 제임스 서클링이지만 올해 목록은 레드가 우세하다. 제임스 서클링은 "프랑스 보르도에서 훌륭했던 2019년 빈티지의 레드와인이 12개나 포함됐고, 2019년이 유독 뛰어났던 나파밸리 와인 역시 17개로 두드러진다"며 "반면 이탈리아와 남미 지역의 와인은 더운 날씨로 품질이 기대 이하라 선택을 많이 받지 못했다"고 했다. 연말 와인 장보기를 위한 힌트는 다 나왔다. 비단 100대 리스트에 없는 와인이라도 보르도나 나파밸리 2019 빈티지가 보인다면 일단 쟁이고, 가성비가 좋아도 이탈리아와 남미 와인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것.

2022-11-24 08:39:1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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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 수첩] 한 발 늦은 종부세, 한 발 늦는 개정안

어김없이 종합부동산세 납부시기가 돌아왔다. 종부세는 더 이상 부유층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전국 주택 보유자의 약 8%. 숫자로 따지면 약 130만명이 된다. 처음 도입되었을 때 부유세로써 종부세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서울만 놓고 봐도 약 60만명이 종부세를 내게 되었으니 주택 소유자 약 4명 중 1명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이 된 것이다. 종부세를 내는 1가구 1주택자도 작년 15만3000명에서 올해 23만명으로 약 50%가 늘어났다. 지난 대선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1주택자의 종부세만큼은 완화하자고 약속했으나, 막상 8월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열린 1주택자 종부세 공제 심사에서는 일부 위원들이 태도를 바꾸어 '부자감세'를 이유로 법안 처리를 거부했다. 살고 있는 집 한 채 가진 것도 '가진 자'라고 한다면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공시가격이 약 15억원인 성수동 84㎡ 아파트 한 채의 종부세는 2020년 54만원에서 지난해 88만원으로 올랐고, 올해 다시 120만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9월 정부가 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100%에서 60%로 내렸음에도 연초에 대폭 오른 공시지가를 꺾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지난해의 집값 상승을 고려하여 공시가격을 올렸다고는 하지만, 1년에 한번 정하는 공시가격을 부동산 최고조기에 맞추어 올린 탓에, 하락기인 요즘 실거래가보다도 더 높아진 경우도 많다. 세제의 도입취지나 계층 간 형평성은 차치하더라도, 자산가치가 내려갔는데도 오히려 세금을 더 내라는 듯한 기현상을 일반 납세자들은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인상에 따른 지나친 세부담을 조정하기위해 추가 공청회를 여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차 공청회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1년 정도 유예하자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은 뒤, 불과 한달이 안 되어 다시 공시가격을 하향조정하는 등 이를 뛰어넘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로써 집값 등락을 떠나 일단 내년에는 세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납세자 입장에서도 부담을 줄일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종부세는 인별 과세이기 때문에 공동명의로 주택을 소유할 경우 각각 집을 소유한 셈이 된다. 즉 남편 1주택, 부인 1주택으로 인당 6억원씩 총 12억원 공제가 가능한 것이다. 즉 단독명의 1세대 1주택, 공동명의 1세대 1주택 중 본인에게 유리한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단독명의일 경우 총 공제 금액은 11억원으로 1억원 줄어들지만 그 대신 세액공제 혜택이 있으므로, 본인의 나이(연령공제), 보유기간 공제를 고려하여야 한다. 한편 내년 부동산 시장의 낙폭은 올해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우선 거래량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인상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내년 하반기는 물론 2024년 상반기까지도 영향을 받는다. 결국 이자부담이 주택마련의 걸림돌이 되고 상업용 부동산도 체감 임대수익률이 낮아지는 것이다. 통상, 부동산 정책은 발표한 뒤에도 1년 가량의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가 현실을 파악하고 정책을 발의하고 다툼 끝에 법안이 통과된 뒤에도 사람들 인식이 변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이 움직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길 수도 있다. 고점에 집값을 잡기 위해 만들었던 세법이 1년만에 필요가 없어지고 나서 뒤늦게 그 효과를 발휘한다. 그래서 부동산만큼은 다른 분야보다도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정책도 결국은 한발 늦게 될까? 예측만 할 수 있다면 늦는 것은 상관없다. 어쨌든 돌고 돌아야 할 돈은 이자 명목으로 은행에 들어가고, 부동산 구입을 미뤄서 굳은 돈도 은행에 쌓이고 있다. 지금은 기다려야 할 때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2022-11-23 10:11:59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