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기사사진
[박상진 트렌드읽기] Ageless

실버폰이란 게 있다. 일명 효도폰이란 이름으로 판매점에 진열되는데, 일반 핸드폰에 비해 화면과 글자 크기가 조금 더 크고, 기능은 단순화된 것이다. 제품 가격은 물론이고 요금과 기타 부대 조건 역시 큰 부담이 없다. '알뜰폰' 역시 다르지 않다. 소비 능력이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저가 단말기에 통화나 문자 등의 사용에 대한 제한을 설정해 제공한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실버폰, 알뜰폰을 쓰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노년층도 학생층도 그들을 위한 제품을 원하지 않는다. 핸드폰 구입 기준은 삼성, LG, 애플과 같은 제조사에 대한 기호뿐이다. 여성복은 여성캐주얼, 캐릭터캐주얼, 어덜트캐주얼, 유니섹스캐주얼, 마담 등과 같은 형태로 구분돼 왔다. 제조사 입장과 유통사 정책에 따라 시장이 세분화된 것이다. 아웃도어 의류는 반대의 경우다. 기능성이 중요시 되는 탓에 등산, 골프, 스포츠 등으로 구분돼 왔는데 어느 새 차별화 영역을 잃어버렸다. 원단과 디자인의 다양화에 따라 종목 간의 구분도 애매해졌고, 아웃도어용 의류와 일상생활용 의류의 구분도 의미가 없어졌다. 여기에는 SPA 브랜드의 팽창도 한몫을 했다. 소비자는 결혼식이나 모임에 갈 때조차 형식적 착장을 피하는 추세다. 문화 체험도 다르지 않다. 10대를 위한 영화에 30대, 40대가 몰린다. 예전처럼 영화관에 자녀만 들여보내고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는 없다. 영화의 내용도, 영상도 흥미롭다. 오래된 영화에 대한 소비도 장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20~30대 젊은 소비자들은 옛날 영화를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모던(Modern)으로 바라본다. 그들의 손목에는 유물 취급 받는 카시오 손목시계가 두 개씩 채워져 있다. 디너쇼가 효도선물에서 벗어났고, 국악공연이나 사물놀이 역시 다양한 세대가 어울리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바야흐로 '늙지 않는(Ageless)'가 트렌드의 중심으로 와 있다. 과거 젊어 보이려 애썼던 세대와 달리 자연스럽게 젊게 사는, 아니 젊은 시절의 사상이나 행동을 오래도록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이 현상은 부모자식, 선후배, 스승과제자 등의 관계에서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는다. 모든 면에서 격차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2013년이란 시간이 끝나 가지만 당신은 여전히 오늘의 사람이다. 2014년은 당신 안의 수 많은 당신 간의 격차를 줄이면 젊음은 더 오래 지속될지도 모른다 .

2013-12-30 16:07:00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빅뉴스 넘쳐난 2013 야구계

2013년 야구계의 가장 큰 사건을 꼽자면 메이저리거 류현진의 성공적인 데뷔와 추신수의 FA 계약이었다. 한국프로야구 선수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류현진은 LA 다저스의 든든한 3선발 투수로 14승, 방어율 3.00의 성적을 올렸다. 류현진이 등판하는 경기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였다. 추신수도 FA 자격을 얻어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1379억 원)에 계약했다.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고액이자 한국야구의 힘이었다. 그러나 두 메이저리거에게 관심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진 한국야구는 흥행이 주춤했다. 일본에서는 이대호와 오승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대호는 오릭스를 떠나 소프트뱅크에 20억 엔에 가까운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삼성의 5번 우승을 이끈 소방수 오승환은 2년 9억 엔의 특급대우를 받고 한신 수호신으로 변신했다. 일본에서도 한국야구의 힘이 커졌다. 국내에서 삼성은 사상 첫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삼성은 90년대 말부터 육성시스템에 투자를 통해 체질을 바꾸는데 성공해 최강의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최강을 자부했던 SK와 전통의 KIA 몰락도 눈에 띄었다. 신생 NC는 7위에 올라서는 등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이끈 김경문 감독의 지도력도 조명 받았다. 10구단 kt의 탄생도 중요한 변화였다. 10구단을 놓고 굴지의 통신그룹 kt와 부영건설이 경쟁을 벌였고 kt가 10번째 심장의 주인공이 됐다. 10구단의 출범은 향후 한국프로야구 발전의 토대를 다질 것으로 기대 받았다. 그러나 선수 부족과 경기력 저하로 인한 흥행 악화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수로는 2년 연속 홈런왕과 MVP를 거머쥔 박병호가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박병호를 제외하고는 대형타자 기근에 허덕였고 15승 에이스 토종투수도 없었다.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FA 수요 폭발 덕택에 롯데 강민호, 한화 이용규와 정근우는 대박을 터트렸다. 2014년 한국야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해외파 바람속에서 흥행에 불을 지펴야 한다. 외국인 타자 도입으로 공격야구가 주목 받고 있다. 삼성은 통합 4연패에 도전한다. 광주에는 KIA 챔피언스 필드 시대가 열리면서 인프라도 달라진다. 과연 2014 한국야구는 어떤 빅뉴스를 전해줄까. /OSEN 야구전문기자

2013-12-30 10:50:11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저물어가는 시간과의 대화

그동안 꽁꽁 가두어 두었던 한파였나 보다. 병마개가 열리는 순간 빠져나온 '지니'처럼, 겨울의 입김은 호리병 안으로 되돌아가게 할 수 없는 냉기를 뿜어낸다. 기세가 자못 강렬해 조금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금세 눈발이 날릴 듯한 기색이다. 맑았던 하늘이 짙은 회색을 머금자 마을의 불빛이 하나 둘 반짝이기 시작한다. 시간은 계절의 온도에 따라 녹기도 하고 얼어붙기도 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시간의 속도는 때에 따라 달라지지 않으며, 자신이 다녀갔다는 자국을 남긴 채 이내 떠난다. 그 예정된 결별에서 미련이나 아쉬움은 늘 우리 편에서 만이다. 스스로의 궤도에 이토록 지치지 않고 냉정할 정도로 성실한 존재는 우주를 온통 뒤져봐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은 우리보다 한 발 앞서서 달리거나 뒤늦게 도착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아직'과 '드디어' 사이의 거리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에 그런 착시가 생겨나기 마련이지만, 바라는 바가 이뤄지는 찰나는 언제나 더디고 지나간 세월은 아무리 빠르게 뒤쫓아가도 다시 잡을 수 없다. 열성을 다해 구애해도 좀체 속을 보여주지 않는, 애태우게 하는 연인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힘겹게 고개를 넘고 나면 목표가 보일 지에 대한 불안감, 망망한 벌판에 홀로 서 있다는 두려움, 늪으로 빠져드는 듯한 위기, 또는 발밑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긴장을 겪는다. 이 모든 것은 다 명료하게 포착할 수 없는 시간의 정체에서 비롯된다. 시간을 앞지를 수 있다면 보일 내일이, 우리에게는 무엇으로도 미리 열 수 없는 철문이다. 열쇠는 단 하나, '기다림'이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내게 찾아와주었던 시간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고, 나를 떠난 시간들이 남긴 자취를 깊이 어루만져보는 마음을 키우는 연습을 쌓아가는 거다. 그러면 다시 나를 찾아와줄 새로운 시간에 대한 자세가 저절로 만들어져나간다. 아직 닥치지 않은 내일에 대해 상상력이 가세한 염려가 지나쳐 초조해지거나 또는 지나간 일에 대한 피곤한 후회로 영혼이 마모되지는 않을 것이다. 날카로운 바람이 우리를 습격하고 우울한 날들이 회색 하늘처럼 지붕을 덮을지라도, 우리의 삶에 따뜻한 등불 하나씩 켜져 나가는 즐거움은 그렇게 해서 태어난다. 저무는 것은 시간의 그림자일 뿐이며, 결국 시간은 우리의 존재 안에 그대로 담겨져 있다.

2013-12-29 19:14:54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유병필의 청론탁설] 특단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등 3대 국정목표를 내걸고 출범한 '박근혜 정부'가 첫 1년을 보내게 됐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대체로 저성장의 그늘 아래 소모적인 정쟁으로 힘겨운 나날이 이어졌다. 국정원 댓글 등 대선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극단적인 대립을 보이면서 대치 정국으로 치달았다. 이 바람에 경제민주화를 비롯해 부동산, 경기회복 등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물론 미국, 중국에 이어 EU(유럽연합) 국가들과 정상외교를 알차게 벌였고 대북 대응도 원칙을 살려가며 새로운 관계를 찾고 있다. 덕분에 외교안보부문에서는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신뢰를 얻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안정선을 유지했고 새누리당의 지지율도 민주당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줄곧 지켰다. 그러나 지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나 기대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내려가고 있다. 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코레일만 해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실험하는 중이다. 그 대신 아직 창당도 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이 예상을 깨고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민주당에서 돌아서는 점도 있으나 부동층이 상당수 가세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가운데 새누리당의 분위기는 너무 한가하다. 집권 2년째를 맞는 박근혜 정부는 다가오는 갑오년 새해에 특단의 리더십을 펴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들이 힘겨워하는 것은 경제적인 고통도 있지만 정치적 혐오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역할과 대통령의 역량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장외 집회 등 어느 부문에서는 야당의 행태를 배우려는 기미도 엿보인다. 이제 대다수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정치역량을 갈망하고 있다. 우리와 정치문화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영국의 마거릿 대처 총리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비교하려는 국민 정서가 강하다. 지금과 같은 정치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불통 대통령'이 고착화될 수도 있다. 마침 얼마 전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새해의 각오를 밝히면서 "120년 전 갑오개혁은 실패했지만 이제는 성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년 초 연두 기자회견에서는 새로운 국정방향 제시도 중요하지만 특히 정치발전, 노사정관계, 서민경제 대책 등 당면한 문제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2013-12-29 19:07:31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뉴스룸에서] 희비 교차한 박근혜와 아베

외교는 국제사회에서 교섭을 통해 국가간에 맺는 일체의 대외관계로 자국의 이익을 기반으로 한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는 '독도 문제' '위안부 할머니 문제' '집단 자위권' 등 일본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며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저지른 범죄행위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과를 하지 않는 이상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렵다는 뜻을 자주 비쳤다. 반대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며 줄곧 대화를 하자는 입장을 견지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등 다자회의가 집중됐던 지난 10월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화 거부로 한·일 정상회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일본과 대화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처럼 비춰진 '박근혜식 대일 외교'는 국내 자본가와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려는 미국, 더 많은 이득을 원하는 유럽 열강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면서 박근혜식 대일 외교는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다는 명분을 얻는 계기가 됐다. 반면 아베는 미국 정부마저 "실망했다"는 성명을 이례적으로 발표하자 당황해하고 있다. 동맹관계 강화를 모색해온 미국으로부터 지지를 받기는커녕 불신을 자초한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자 사설에서 중국이 최근 동중국해에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해 한·미·일 3국이 안보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특히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일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야스쿠니 참배가 이런 분위기를 망쳤다고 지적했다. 또 일본 오키나와현의 미군 후텐마 공군기지 이전 승인으로 미·일간 군사동맹이 한층 강해질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참배로 상황이 복잡해졌다고 강조했다. 독일 언론 역시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의도적인 '도발'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각국의 일본 대사관을 통해 이번 참배가 '부전(不戰)' 맹세에 주안점을 둔 참배라는 입장을 각국에 끈질기게 전달할 방침이지만, 물밑에서 아베 정권에 야스쿠니 참배 자제를 요청해 왔던 미국을 비롯해 각 국의 이해를 얻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아베의 도발이 한·일 양국의 외교에 어떤 득실을 가져다 줄지 궁금하다. /김민준 정치사회부장

2013-12-29 13:44:19 김민준 기자
기사사진
[모놀로그] 올해 마지막 주말에 생긴 일

바빴던 연말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2013년의 마지막 주말, 남편과 아이를 서울에 놔두고 혼자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금요일에 도착해서 원래는 다음날 저녁 느지막히 올라오려고 했지만 여러 고민 끝에 이른 서울행 기차를 탔다. 시청광장에서 열리는 국민집회에 참가하기 위함이다. 열여덟살 이래 처음으로 참가하는 집회였다. 평소 깃털처럼 가볍고 즐겁게 사는 것을 원했던 나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녔음에도 운동권학생이 아니었다.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마르크스 사상을 비웃었던, 한 마디로 '종북'이나 '혁명'과는 거리가 먼 이기적이고 속물적인 사람이고 지금도 여전히 그러하다. 그럼에도 근 삼십 년만에 자발적으로 집회에 나가고 싶어졌던 것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본능적인 '표현욕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이런 것들이 못마땅해요'라는. 국정원의 전략적 대선개입문제는 여태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주요 공중파 방송국의 뉴스는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만 대변하는 것 같다. 얼마 전, 경향신문 건물로 공권력을 과다투입한 일도 스트레스를 주었다. 철도나 의료 등 국민의 공공재를 민영화하려는 움직임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주기보다 자신의 완고한 생각만을 원칙이라고 확신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물대포나 최루액 얘기가 돌아 처음에는 많이 겁먹었다. 일부 시위자들의 과격한 행동은 공권력의 과잉진압 만큼이나 원치 않았다. 그러나 우려와는 다르게 나처럼 비슷한 보편적인 고민을 안고 자발적으로 참석한'일반인 초보'들이 상상보다 많음을 보고 안도했다. 뿐만 아니라 혼자 혹은 둘이서 담담하고 의연한 표정으로 참가한 젊은 여성들도 많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집회에 참가할 때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저마다의 이유라는 것도 분명 존재한다. 내 경우 민주주의나 자유의 공기가 점점 희박해지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중집회가 헌법에 보장된 시민의 권리라는 어쩌면 거창하거나 비장한 것이 아닌 당연한 명제를 그저 직접 몸소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다. 글/임경선(칼럼니스트)

2013-12-29 11:31:20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권기봉의 도시산책] <62>'수원 팔경'의 그늘

여행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은 작가들이 직접 가본 곳만을 다루는 데다 정부나 기업의 후원도 받지 않기에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간과해서는 안 될 점도 물론 있다. 호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론리 플래닛의 작가 대부분이 영미권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즉 영어를 주언어로 쓰는 이들의 시각에 기반해 그들이 궁금해 하고 또 가볼만하다고 생각하는 곳들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비슷한 경우는 한국에도 있다. 지역마다 '단양팔경'이니 '관동팔경'이니 멋진 풍광을 콕 찝어 가리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외부인의 시각에 의해 정해졌다는 것이다. '수원 팔경'이 대표적이다. 수원 팔경은 화성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가리키고 있다. 겨울철 광교산에 쌓인 흰 눈을 의미하는 '광교적설'과 팔달산 솔숲 사이로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의 '팔달청풍', 수원천 제방에 주욱 늘어 서있는 수양버들을 가리키는 '남제장류' 등이다. 헌데 그것들은 애당초 지난 1913년 일본 대중가요 작사가인 후지노가 '일본인을 위한 조선 철도여행 안내지'에 싣기 위해 선정한 것이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조선의 정조임금이 화성을 축조한 뒤 김홍도로 하여금 화성 주변의 여덟 가지 빼어난 풍광을 그려 바치게 한 것과는 단 한 가지만 일치할 뿐이다. 김홍도의 그림이 화성 축조와 관련이 있던 만큼 주로 백성의 삶이나 군사 부분에 관련돼 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의 수원 팔경은 그저 유희의 공간으로서의 팔경일 뿐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수원 팔경을 두고 '식민지배자가 식민지를 대하는 시각이 투영되어 있는 증거'라고 비판해도 항변할 여지가 없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된지 25년이 다 되어 가지만 지금도 일본 책들을 가져다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베껴쓴 가이드북이 횡행하는 한국의 현실…. 그런 책들의 한계를 말하기에 앞서 이땅의 풍광을 바라보는 시각을 먼저 되돌아봐야 하는 현실이 못내 씁쓸하기만 하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3-12-26 14:51:34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윤덕노의 푸드스토리] 귤껍질이 최고급 향신료?

옛날 서양에서 후추는 값비싼 향신료였다. 통후추 한 알 값이 같은 크기의 금값과 맞먹을 정도였으니 부자 아니면 감히 맛볼 엄두조차 못 내는 양념이었다. 동양에서는 귤껍질이 그랬다. 귤 수확을 기념해 과거시험까지 치를 정도였으니 귤껍질 역시 함부로 버리기는커녕 최고급 양념으로 쓰였다. 조선시대에 일본을 비롯해 인접국과 교류한 기록을 적은 책이 '증정교린지'다. 여기에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 일행이 현지에서 귤껍질 세 포대를 선물로 받았다고 나온다. 지금 같으면 쓰레기 세 봉지를 받은 꼴이지만 당시에는 귀한 선물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귤껍질을 향신료로 이용했다. 6세기 중국 농업서인 '제민요술'에도 고기와 생선은 귤껍질을 사용해 요리한다는 기록이 보인다. 맛있는 요리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금제옥회라고 하는데 '옥회'는 생선회로 썰어놓은 생선살이 옥처럼 희다는 뜻이고 '금제'는 회와 함께 먹는 양념장이다. 금빛 향신료를 버무려놓았다는 뜻으로 귤껍질을 잘게 다져서 겨자와 함께 무친 것인데, 노란 귤껍질이 황금처럼 빛나서 금제라고 했다. 귤껍질이 이렇게 귀했으니 귤껍질차 역시 먹고 남은 귤의 껍질을 재활용하는 차원이 아니었다. 왕과 양반 부자만이 마시는 고급 차였고 약이었다. 한겨울에 영조가 감기에 걸리자 약방에서 끓여 올린 것이 귤강차(橘薑茶)였다. 귤껍질과 생강으로 끓인 차로 '본초강목'에 귤껍질은 기침과 가래를 없애는 데 좋다고 했으니 최고급 감기약이었던 것이다. 귤이 한창 맛있을 때다. 옛날 고급 향신료로 감기도 예방하고 겨울의 운치도 맛보는 것은 어떨지…. /음식문화평론가

2013-12-25 15:39:31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박상진 트렌드 읽기] '우아한' 개인주의

'사가와후지'는 나무 소재를 이용한 핸드메이드(Handmade) 안경테를 만드는 아이웨어(Eyewear) 브랜드다. 소재의 특성을 살린 디자인은 물론이고 브랜드 정체성과 철학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성된 매장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시장과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하되 브랜드의 방향성은 철저하게 지키는 덕분이다. 최근에는 뉴욕의 대형 전시회 참가를 철회했는데, 이유인 즉 사가와후지가 추구하는 상품 소개 형식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참가하려 발버둥치는 브랜드들의 행보와는 확연히 다르다. '느와르 라르메스'는 얼마 전 홈페이지에 예상치 못했던 팝업 공지를 올렸다. 공지는 국내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며, 해외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김찬우 CD(Creative Director)는 국내 회원들의 사랑과 관심에 죄송한 마음을 전했고, 지금보다 더 가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당분간 해외 활동에 주력할 뜻을 밝혔다. 느와르 라르메스의 결정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배경이 있겠으나 중요한 건 국내 소지자와 시장의 요구를 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극장가에 재개봉 바람이 불고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러브 액츄얼리'와 같은 시즌 영화부터 '시네마천국', '연인', '러브레터'까지 추억을 되살리는 명작이 잇달라 등장했다. 이런 흐름은 내년에도 이어질 듯 하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생은 아름다워', '이터널 선샤인'과 같이 우리의 설렘을 채웠던 영화가 개봉 일을 앞두고 있다. 재개봉 작의 특징 중 하나는 '이야기'의 영화라는 점이다. 상상력이나 화려한 영상보다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재개봉은 극장이나 배급사 입장에서 결코 쉽지 않다. 극단적 요소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 관객의 주머니를 털기에 쉬우니까. 지금은 '격(格)'의 시대다. 영어를 빌리자면 'Elegance'다. 사람의 모양새든, 소비든, 상호관계든 우아함이란 정서가 유효하다. 예전에는 그 우아함이 잘난 척, 있는 척, 아는 척을 남의 눈에 거슬리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이젠 굳이 내가 가지지 않아도 되는 것, 갖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명확하게 거절(Refusal)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한 순간 의식하는 '척'을 버리고 더 먼 미래의 가치를 받아 들이는 개인주의적 수용 자세다. 내가 나를 솔직하게 마주볼 때 우아해진다. 2014년 생활 표어로 'Elegance is Refusal'을 삼는 것도 괜찮지 싶다.

2013-12-24 09:00:08 메트로신문 기자
기사사진
[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추신수 잭팟 잊어선 안될 이야기

추신수는 2009년 제2회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당시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유일한 메이저리그 선수로 대표팀에 참가했다. 그러나 일본 도쿄돔 아시아라운드를 앞두고 팔꿈치 통증을 일으켰다. 소속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아예 출전을 시키지 않겠다며 추신수의 구단복귀를 종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부상검토위원회가 팔꿈치 상태를 면밀히 살펴본 뒤에야 출전 허락이 떨어졌다. 그것도 수비는 못하고 지명타자로만 출전하라는 조건이었고 타격훈련도 제한을 두었다. 추신수 출전여부 때문에 대표팀 분위기가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국민들은 추신수가 제 몫을 할 것으로 믿었다. 당시 도쿄돔에서 훈련을 하면서도 주변의 눈치 때문에 곤혹스러워했던 추신수의 얼굴이 선하다. 추신수가 팔꿈치가 성치 않은데도 출전을 감행한 이유는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2년의 군 입대는 메이저리그 복귀가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회를 맞이한 추신수는 "대주자라도 나가겠다"는 근성과 화려한 타격을 보여주며 준우승에 일조했다. 그럼에도 병역혜택을 받지 못했다. WBC 대회가 특례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추신수는 준우승의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입성했고 차원이 다른 타격을 과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보상으로 추신수는 4주 군사훈련만 받고 군 문제를 해결했다. 그로부터 3년 후 추신수는 텍사스에 입단하면서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원)짜리 잭팟을 터트렸다. 메이저리그 역대 FA 7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때 자신의 앞길을 가로 막은 일본인 천재타자 스즈키 이치로(5년 9000만 달러)를 넘는 큰 돈이었다. 추신수는 성실하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했고 뚜렷한 실적을 올려 억만장자라는 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절대 얻을 수 없는 혜택이었다. 대부분의 야구스타들은 병역혜택을 발판 삼아 대박을 터트렸다. 바로 국민과 나라가 그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는 점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3-12-23 15:56:41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