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6시간 끝장 토론…"핑퐁업무 막고 일관성·규제 개혁·강화해야"
금융수장들이 금융혁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당국에 쓴소리를 내뱉는 등 6시간에 걸친 끝장토론을 벌였다. 3일 금융위원회는 예금보험공사 대강당에서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범금융 대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한국금융의 30년 나아갈 길을 설계한다는 목표 아래 이뤄졌으며,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금융연구원, 은행연합회 등 6개 협회와 금융지주·은행·증권사·카드사 CEO와 전문가 등 108명이 참석했다. 오후 3시부터 6시간 동안 이어진 대토론회는 1부 세미나와 토론·현장 의견청취와 2부 주요 사례 공유와 확산 등으로 나눠 진행됐다. 환영사를 맡은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담보위주 여신 관행과 이자수익에 대한 과도한 의존, 국내시장 내 우물안 영업, 불합리한 금융규제 등은 과거의 낡은 틀"이라며 "핀테크(Fintech) 육성과 기술금융 확산, 해외진출, 규제개혁 등이 금융에 대한 시대적 요구이자 독자적 성장을 위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인사말을 통해 "지금 전 세계는 금융과 다른 분야간 융합과 함께 혁신전쟁(Innovation War)을 하고 있다"며 " '개혁은 한국 금융·경제에 보약(補藥)'이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변화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 위원장은 또 "금융권 스스로 혁신전쟁에서 살아남아 성장하기 위해 '개혁의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는 '금융패러다임의 변화'라는 주제로 리처드 돕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장과 강임호 한양대 교수,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의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리처드 소장은 "금융사들이 스스로를 핀테크 공격수를 둬야 한다"며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을 규제 개혁과 현행 규제 바꾸는데 써야한다"고 제안했다. 강 교수는 세미나에서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거래 등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IT와 금융 융합의 새로운 트렌드가 변화되고 있다"며 "금융사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간의 유기적인 협조없이는 양쪽 모두 성공할 수 없다"며 "핀테크는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 모두가 이익을 만드는 윈-윈 비즈니스"라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이용자와 금융사가 현장에서 느낀 점을 토대로 금융권에 개선사항도 요청했다. 금융당국의 잘못된 관행을 작심하고 비판하는 한편 열린 토론을 통해 바꿔야할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박승민 소닉티어 대표는 "기술을 지원하는 선진금융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우 옐로페이 대표는 '모험투자 관련 기업 수요 현황'을 사례로 "정부의 모험투자 노력이 현장에서 체감되지 않고 엔젤투자를 만나기도 '하늘의 별따기'"라며 "경쟁관계가 아닌 상생·협력관계 중요하다"고 꼽았다. 금융회사에서는 ▲정책 일관성 유지 ▲실질적 수검부담 경감 ▲글로벌시장 진출 위한 감독기관 지원 ▲소통 강화 등을 금융검사와 감독 혁신 요청 사항으로 제시했다.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전자문서 검사 문제가 감독당국 입장에서 검토돼야 한다"며 "서민금융은 서민자체의 고금리를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등 독자적 생존능력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종룡 농협지주 회장은 "감독의 핵심은 일관성"이라며 "규제가 명문화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주진형 한화증권 대표는 "콜센터 기능 확대하는데 금융실명제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허락받느라고 모든 업무가 1년간 멈춘 일이 있었다"며 "금융실명제와 차명금지제도 등 기초가 안되는 상태에서 규제를 풀고 핀테크를 활성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침했다. 강호 보험연구원장 또한 "불확실성은 핀테크 관심도를 떨어트린다"며 "보험사의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선 가격 규제 완화와 개인정보 수집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고 제안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서로 업무를 떠미는 이른바 '업무 핑퐁'을 막아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금융인들이 혁신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도 격려하는 쪽으로 방향 제시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는 "금융사가 IT회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요청했고,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은행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2부에서는 신한은행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혁신 방안'과 하나은행의 '벤처캐피탈과의 협업', BS금융그룹의 '기술금융' 등 금융회사의 주요 성공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한편 참석자들은 이날 토론에서 '혁신전쟁(Innovation War)'에 대응해 금융 개혁을 실천해 나가기로 중지를 모았다. 또 보수적 금융 관행을 혁신하고 창의적인 금융인이 우대받는 문화를 조성하는 동시에 가계부채 구조개선과 금융이용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실물경제의 심장이자 혈맥인 금융의 기능 활성화를 위해 금융회사와 감독당국이 함께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금융회사가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감독당국도 감독·검사 관행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