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기업 간 자율적인 사업구조 논의 가능"
임 위원장 "기업 이해관계 따른 사업구조 논의 가능"…조선·해운 업계 자체 '빅딜' 가능성 시사 금융당국 수장이 조선·해운 업체 간 자체 '빅딜(Big Deal)' 가능성을 열어놨다. 기업 간 이해 관계에 따라 사업구조 논의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전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부와 채권단에서 구체적인 빅딜 추진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기업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빅딜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임 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민간 중심 자문 기구인 금융개혁추진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선·해운 업계의 자체 '빅딜(Big Deal)' 가능성을 시사했다. 임 위원장은 "정부 주도하의 인위적인 '빅딜'은 없을 것"이라며 "기업마다 상황이 달라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며, 이는 또한 기업 자율의 문제이기에 기업 스스로 사업구조를 논의해서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6일 구조조정 방향과 관련,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 3곳의 빅딜을 강제하진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위원장은 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구조조정 자금을 수혈하는 것과 관련해선 "산업은행의 경우 법 개정이 필요하고, 수출입은행은 한국은행이 대주주여서 (법 개정이)불필요한 상황"이라며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먼저 거친 뒤 정치권 설득에 나서겠다"고 기존 입장을 명확히 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올해 금융개혁의 핵심 키워드로 '자본시장'을 꼽았다. 임 위원장은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로는 저금리·고령화·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쉽지 않다"며 "혁신적 기술을 가진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재산증식을 원하는 국민에게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자본시장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자본시장 5대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자산운용사에 대한 성과보수를 확대하는 공모펀드 신뢰회복 방안과 BBB부터 A등급 회사채의 시장 회복 방안, 대형 투자은행(IB) 육성, 인수인의 자율성을 강화한 상장·공모제도 개편 등이 5대 개혁과제의 핵심이다. 임 위원장은 향후 2~3개월 내 해당 과제들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임을 밝혔다. 임 위원장은 "정부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금융상품을 디자인하는 한편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지원하고 기업이 필요한 금융을 제공하겠다"며 "금융투자회사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투자은행'이나 '특화된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또 금융개혁에 따른 규제 완화로 투자자 과보호 우려가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독당국은 금전·기관 제재를 강화하고 금융회사 스스로도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유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각 협회의 자율규제기능을 적극 활용, 금융투자상품의 불완전판매를 근절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 다음달 중 11개 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이어 기업구조조정 추진방향에 따른 회사채시장 침체에 대해서는 "중견기업은 회사채 유동화 보증 지원(P-CBO) 등을 통해 대응하는 한편 회사채시장 안정화 방안 등 다양한 시장 조치방안을 마련해 즉각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국책은행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여신을 대부분 보유했기 때문에 일반 금융회사는 크게 우려할 필요 없이 본연의 임무를 충실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장범식 금융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등이 참석,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 불합리한 자본시장 관행 개선 및 신뢰 확보 방안, 3대 보험 사기 예방 시스템 가동 계획,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비수도권 시행 방안 등이 논의됐다. 회의를 주재한 장범직 금융개혁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우리 자본시장은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갈 길이 멀다"며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자기자본 규모는 아시아 주요 투자은행에 비해서도 현저히 작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은 6조원 내외인 반면 일본 노무라증권 25조3000억원, 일본 다이와증권 13조2000억원, 중국 중신증권 17조9000억원 수준이다. 장 위원장은 "그나마 최근 증권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바람직한 변화"라며 "초대형 투자은행은 대규모 모험자본 공급과 기업금융에 집중하고 중소형 증권사는 위탁매매와 중소기업 대상 IB업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화·전문화를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