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 지하철 파업은 정치적" vs 노조 "인력감축 철회하라"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서울시의 인력 구조조정 계획에 반기를 들며 30일부터 총파업에 나선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를 '정치적인 파업'이라고 규정하고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파업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공사 노조 파업에 대비해 서울시가 퇴직자와 협력업체 직원을 총집결해 평시 인력 대비 83% 수준인 1만3000여명을 확보하는 등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하면서 이날 오전 출근길 대란은 피했다. 하지만 공사 노사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이 길어지면 출·퇴근길 교통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촛불집회 이후 저희 조합원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집회가 없었다. 함께 싸워 승리하자!" 30일 오전 10시50분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서울시청 서측에서 50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총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노동조건 개선! 안전인력 충원!'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몸띠을 메고, '인력감축 철회하고 노사정 합의 이행하라'는 글이 적힌 파란색 손 피켓을 든 공사 노조원들이 이날 오전 서울시청역 4번출구 앞에서부터 대한문 건너편 서울광장까지를 가득 메웠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은 화물 노동자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으로 전면 공격을 선포했다"면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는 절박한 노동자들의 외침에 저들은 그대로 살라고, 일하다 죽으라고, 안전 따위는 아무 상관 없다고 악다구니를 쓰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양 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는 인력을 충원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오세훈 시장은 그것을 뒤집었다. 이 정권은, 서울시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시민들의 안전은 뒷전인 채로 오로지 공공기관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공사는 지난 5월 승무인력 증원을 약속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재정 긴축을 강조하면서 공공부문에서 인건비 지출을 줄이라고 지시하자 오 시장이 이에 발맞춰 구조조정의 칼을 빼 들어 무산됐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안전이 보장됐다면 구의역 김군 사고도, 신당역 사고도, 이태원 참사도 막을 수 있었다. 누가 이 책임을 져야 하냐"면서 "대통령이, 서울시장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면 사과하고 노동자들의 인력을 충원하고 현장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데 자신들의 책임은 뒤로한 채로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서울 지하철 노동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교통공사 사용자 측이 재정 적자를 이유로 2026년까지 정원의 약 10%에 달하는 1539명을 줄이려 하는 것에 반발해 이번 총파업을 벌였다. 공사 노조는 서울시의 이 같은 인력 감축안을 2인 승무를 1인 승무로 전환하는 것은 물론 일부 업무를 자회사로 넘기거나 외주화하고, 근무제도를 개악해 노동강도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 노동자들을 혹독하게 쥐어짜 인건비 지출을 줄이려는 신자유주의 공격이라는 것이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과 오세훈 시장은 수차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서울교통공사 조합원들을 총파업으로 내몰았다"며 "신당역 참사, 이태원 참사, 오봉역 참사···. 언제까지 우리가, 시민이 이렇게 죽어가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현 위원장은 "우리의 투쟁은 시민의 안전과 나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이라면서 "이제 대한민국은 바뀌어야 한다. 서울시도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시민을, 노동자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미애 정의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은 "서울교통공사 노조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노동이 우리 자신을 위협하는 일이다"며 "나의 동료, 그리고 매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나의 이웃과 시민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그 고통까지 내포한 채로 이 파업에 나섰을 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 부위원장은 "오세훈 시장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냐. 한강 땅 밑만 보고 있다. 한강을 파서 대형 항만을 짓고 그것으로 관광 상품을 개발할 생각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한강 땅 밑을 볼게 아니라 우리의 발, 시민의 발이 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이 땅 밑에 있는 우리 인간을, 노동자를 봐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시청에서 열린 '촘촘한 주거안전망 확충 종합대책' 기자설명회에서 '공사 노조 파업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고 묻는 말에 "이번 파업의 경우 저는 정치적인 파업이라고 개념 정의를 하고 싶다"면서 "사실 표면적으로 내세운 파업의 이유는 구조조정 철회, 혁신안 철회 이런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지금 본격화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과 그 배경으로는 다 연결돼 있다는 것이 저희들의 판단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실제로 이번 (노사) 협상 결렬 과정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 여러 장면,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면서 "서울시민의 출퇴근길, 서울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아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노총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데 서울교통공사의 파업이 그 수단으로 이용된다면 서울시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부터 시작된 서울 지하철 파업과 관련해 시민들은 "누구나 노동자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고 그것을 위해 싸울 수 있다. 안 그래도 인력이 부족하다는데 인원을 더 감축시킨다는 건 노동자의 고혈을 빼먹으면서 비용 절감을 하겠다는 건데 말도 안 된다", "지하철 파업이래서 30분 일찍 나왔는데 바로 와서 당황했다", "지하철 파업한다고 만만한 게 직장인이지 이러는데 저기요. 그 파업하는 사람들도 거기가 직장이에요",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평소의 1.5배였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