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투자금 확보 완료한 SK하이닉스…적자 넘어 '업턴' 대비
반도체 '업턴'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여전히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터널 끝이 보인다는 기대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조2377억원 규모 해외 교환사채를 발행한다고 4일 공시했다. 교환 사채는 일정 기간 후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금융 상품이다. SK하이닉스는 올 초에도 사채를 발행해 4조7000억원 규모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이번 사채를 더해 7조원 가까운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원재료 구매 등 자사 운영자금으로 사용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재정난을 우려하며 이날 오전 주가를 4% 가까이 하락시켰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호재라는게 중론이다. 일단 SK하이닉스는 재정난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이번 사채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가 업황 개선을 확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정 위기가 실제한다면 투자 계획을 수정했겠지만, 반대로 미래 자금을 끌어오면서까지 자금을 융통하는 것은 미래 가능성을 높게 봤다는 것.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금융 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미리 저금리로 자금을 융통해 리스크를 방어한 것으로 추측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도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20조원을 단기 차입받았었다. 마찬가지로 경영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투자를 위한 자금 거래로 확인되면서 우려를 불식했다. 물론 시장 우려가 단순한 기우는 아니다.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대규모 적자를 발표한 상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1분기 3조원에서 4조원 규모 영업손실이 확실시되고 있다. 최근 무디스가 SK하이닉스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재고 정점도 아직은 묘연하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일 기준 DDR4 8Gb D램 가격은 1.6달러대다. 한동안 평균 1.8달러를 지속했지만, 지난달 말부터 다시 하락을 재개했다. 트렌드포스도 2분기 추가 하락을 예상했다. 대신 '업턴' 분위기도 무시하기 어렵다. 엔데믹에 따라 디아블로4를 비롯한 대작 게임 출시로 PC 부품 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고, 인텔 13세대 프로세서 보급이 본격화하면서 노트북 시장도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서버 업계는 다시 투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상용화가 본격화하면서 고성능 반도체는 물론, 딥러닝과 데이터 축적을 위한 스토리지 필요성도 크게 높아지면서다. 인텔 13세대 서버용 CPU도 5월부터 공급을 대폭 확대할 계획,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수요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를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둘지도 관심사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 조항으로 투자에 고민이 커지는 상황. 결과에 따라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