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후 첫 출장지는 '오일머니' 쏟아지는 UAE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행보를 본격적으로 재개한다. 승진 후 첫 출장지로 아랍에미리트(UAE)를 낙점, JY네트워크를 본격 가동하며 '제2의 중동붐'을 정조준하는 모습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UAE로 출장을 떠났다. 당초 취임 후 첫 출장지로 베트남이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결국 중동을 최종 선택한 것. 2023년도 정기 인사 내용을 최종 확인하고 급하게 비행기를 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UAE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모하메드 대통령이 매년 연말마다 글로벌 기업인들을 초청하는 비공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모하메드 대통령은 이른바 'JY 네트워크'의 핵심 인사 중 하나로 잘 알려져있다. 형인 할리파 빈 자이드 전 UAE 대통령이 2014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왕세제 신분으로 국정을 이끌어온 인물로, 2019년에는 UAE에 이 회장을 초청하고 직후 삼성전자 화성 사업장을 방문하는 등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 5월 할리파 전 대통령이 사망하고 나서는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당시 이 회장이 이례적으로 UAE 대사관을 찾아 조문을 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번 만남은 이 회장이 회장으로, 모하메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처음 만나는 자리다. 특히 최근 중동에서 '오일머니'를 활용한 미래 개발 사업이 확대되는 만큼, 이 회장이 모하메드 대통령과 새로운 사업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UAE는 최근 다양한 신규 건설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UAE는 내년부터 두바이섬과 초호화 주거지를 포함한 '2040 두바이 마스터 플랜'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두바이 마스터 플랜은 두바이 관광지와 주거 공간 등을 재정비하는 것뿐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도시를 목표로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비롯해 새로운 친환경 모빌리티 도로 등을 조성하는 내용을 담았다. UAE판 '네옴시티'인 셈이다. 마스다르시티 계획도 주요 사업 중 하나다. 6000㎡ 규모에 청정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해 기업과 연구기관을 모으겠다는 계획, 사업 비용만 25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삼성물산은 일찌감치 두바이에서 다양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부르즈칼리파 시공이 대표적, 삼성엔지니어링도 정유 플랜트 사업 등으로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 회장도 지난해 연말에도 중동을 찾는 등 현지 사업에 대한 관심을 이어왔다. 앞서 이 회장은 최근 국내 주요 기업 총수들과 함께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면담을 갖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현대건설과 함께 네옴시티에 약 7000억원 규모로 알려진 러닝터널 공사를 수주한 바 있으며, 추가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21년 기준 글로벌 건설사 중 13위에 올라있다. 상위 업체 중 8곳이 중국, 해외 매출 기준으로는 8위다.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시가 총액을 기준으로도 11위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중동과 아시아,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2020년보다 2021년 매출을 25%나 늘리기도 했다. 특히 최근 건설업계에 '스마트 건설' 역량이 중요한 지표로 주목받는 상황, 삼성전자를 계열사로 둔 삼성물산의 경쟁력도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편 인텔 팻 겔싱어 CEO가 이번주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이재용 회장과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될지도 관심사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중동 출장을 끝내고 국내로 돌아와 겔싱어 CEO를 만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지난 5월에도 국내에서 만난 바 있다. IDM 업계 1위를 다투는 기업 최고 경영자가 연달아 만나는 일이 이례적인 만큼 그 배경에도 이목이 쏠린다. 반도체 다운턴과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하는 상황, 협력 확대는 물론 Arm 인수 논의까지 추측이 난무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