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혹한기에 감산·구조조정 긴급 조치…초격차 K칩만 '확고부동'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본격적인 시장 침체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감산뿐 아니라 대대적인 구조조정까지 논의되는 가운데, 국내 업계는 일단 지켜보며 다음수를 준비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인텔은 수천명을 대상으로한 구조조정을 단행할 예정이다. 전체 임직원이 약 11만명, 10% 가까운 규모다. 반도체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된데 따른 조치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이어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이어지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치가 곤두박질치고 있고, 최소 1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고정비를 줄여야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 실제로 반도체 전망은 꾸준히 하향 조정 중이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올해 반도체 시장 전망치를, 국제반도체재료장비협회(SEMI)의 팹 장비 투자액을 더 줄여 발표했다. 국내외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관련주에 대한 투자를 유의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하락을 거듭하며 주요 업체 주가는 최고점보다 수십% 내려간 상황이다. 내년에는 더 낮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특히 메모리 분야는 심각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반기보다 20% 가량 떨어졌고, 4분기에도 추가로 떨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최근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그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애플은 증산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DDR5를 지원하는 인텔의 새 서버용 CPU 출시가 지연되면서 데이터센터 수요는 더 얼어붙었다. 미국의 중국 제재 강화는 불황에 기름을 끼얹었다. 반도체 장비 뿐 아니라 고성능 제품도 수출하지 못하게 하면서 TSMC를 비롯한 비메모리 업체들도 충격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마이크론이 하반기부터 투자를 줄이고 감산을 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엔비디아 등 비메모리 업계에서도 신작 생산을 최소화하며 재고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이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도 이같은 일환, 다른 업체들도 동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재고 관리를 중점 과제로 두면서도 감산 등 조치에는 미온적인 입장이다. 증권가 등에서 감산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인위적 감산은 없다'고 못을 박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수차례 메모리 다운 사이클 속에서도 감산에 동참하지 않아왔다. 2010년을 전후로 D램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지는 수준에 이르렀던 당시에도 생산량을 유지한 바 있다. 일단 감산에 따른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도체 산업은 장기적으로 생산 계획을 세우고 라인을 가동하는데, 이를 인위적으로 축소하면 입을 손해가 감산에 따른 가격 상승분보다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기술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업계가 상대적으로 높은 반도체 수율을 유지하는 덕분에 원가 경쟁력이 높아 '치킨게임'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는 것. 삼성전자는 오히려 내년에 5세대 10나노(1b) D램 양산을 시작하겠다며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인텔 옵테인 단종 이후 '뉴메모리' 개발 인력 일부를 D램과 낸드로 재배치하며 기술력 제고에 힘을 싣고 있다는 소문도 나온다. 새로운 슈퍼사이클을 위해서도 감산이나 구조조정은 독약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메모리 시장이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만큼, 내년 이후로 예상되는 호황기에 기회를 잡지 못하면 생존마저 불투명해진다는 게 지난 메모리 '치킨게임' 교훈이다. 중국 반도체가 강화된 제재로 다시 고개를 숙이면서 '열매'는 더 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진다. 적자 위기를 어떻게 견뎌낼지는 숙제다. 최소 1년간은 수익성 악화로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전망, 당장 투자 계획을 유보하며 겨울 나기를 준비하고 있지만, 고정 비용을 줄이기는 쉽지 않아 적자 전환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