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제품 직접 판다, 'D2C' 확대하는 산업계
산업계에 직영판매 바람이 불고 있다. 온라인을 비롯한 자체 유통 창구를 적극 활용하며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충족하고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기존 유통사들과의 상생은 숙제, 이를 위한 시도도 이어질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전 시장 온라인 판매 비중이 60%를 기록했다. 2019년 45%에서 순식간에 과반을 훌쩍 넘어섰다. 반면 오프라인 판매는 55%에서 39%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최대 가전 양판점인 롯데하이마트와 최대 직영판매점인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의 매출 차이도 거의 없어졌다. 지난해 하이마트가 3조8697억원, 삼성전자판매가 3조7892억원으로 805억원 차이에 불과하다. 2020년 7540억원이었던 격차가 10분의 1로 줄어든 것. 영업이익으로는 하이마트가 1068억원, 삼성전자판매가 -21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였지만, 하이마트가 상반기 79억원 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판매가 하이마트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또다른 가전 양판점인 전자랜드(에스와이에스리테일)가매출 8784억원에 영업손실 18억원으로 주춤한 가운데, LG전자 베스트샵을 운영하는 하이프라자는 매출 2조9540억원에 영업이익 62억원을 거두며 선전했다. 위니아의 직영점을 운영하는 위니아에이드도 지난해 매출 4865억원에 이어 상반기 매출 2116억원으로 소폭 성장했다. 일단 가장 큰 원인으로는 코로나19에 따른 소비 성향 변화가 꼽힌다. 비대면 선호가 늘어나면서 온라인 판매 채널을 적극 활용한 직영점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가전 시장이 크게 위축된 상황, 삼성전자판매가 비상장사로 중간 공시 의무가 없는 탓에 양사간 비교는 무리한 해석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양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전세계 가전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유명 양판 업체들도 위기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라며 "지난해 실적으로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막상 연간 실적이 발표되면 사정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가전사가 자체 판매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평가에도 이견은 없다. 각자 다양한 자체 프로모션을 이어가는 가운데, LG전자는 최근 첫 온라인 전용 'D2C' 제품으로 트롬 워시타워 컴팩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 구매 편의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데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고 온라인을 활용한 색다른 마케팅 활동도 병행할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를 비롯한 판매 행사도 이 일환이다. 자체 판매를 늘리겠다는 목적이 아닌 만큼, 양판점에 대한 큰폭의 프로모션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고 알려졌다. 프리미엄 인기도 한몫한다. 종전까지는 직영점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팽배했지만, 주력으로 판매하는 최신, 고급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직영점 방문객도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백화점 가전 판매 증가 역시 같은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판점은 매입 방식이라 구형이나 보급형 제품을 크게 할인해줄 수 있지만, 최신형 제품에서는 큰 혜택을 주기 쉽지 않다"며 "직영점은 주문 제작 방식으로 할인이 많지 않은 대신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하는 등으로 가격 차이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가전 업계 관계자는 "양판점이 다양한 제품을 확인하고 비교해볼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에 특정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서 직영점을 바로 방문하는 경우도 많다"며 "충성 고객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마케팅을 고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 뿐만 아니다. 자동차 업계도 오랜 기간 직영 판매를 고민해온 분야, 코로나19 이후 각자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이면서 직영 판매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BMW코리아가 대표적이다. BMW샵 온라인은 2019년 12월 처음 문을 열고 국내 수입차 시장에 첫 온라인 세일즈 시대를 열었다. 매달 온라인 전용 상품을 공개하고 있으며, 매번 순식간에 매진사례를 이어가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2020년에는 500대 수준이었던 판매량이 지난해에는 5000여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벤츠도 가세했다. 지난해 10월 공식 온라인샵을 오픈했다. 현대차그룹도 중고차 판매 진출을 계기로 온라인 판매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 자동차 업계도 온라인 판매 채널 확보를 고민 중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 역시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온라인 채널에 힘을 쏟고 있다. 온라인 구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데다가, 사전 계약이나 한정판 구매 등에서 일부러 판매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대신 오프라인 매장 필요성과 딜러사 기여가 높은 업계 특성상 협업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다르다. BMW는 온라인샵에서 한정판만을 판매하는데다가, 계약을 마친 이후에는 따로 딜러사를 배정해 상담과 출고를 맡기게 된다. 벤츠는 온라인샵 자체가 딜러사 11개와 함께 만든 마켓플레이스 형태다. 본사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할 뿐, 실제 매물은 딜러사가 각자 보유한 차량을 제공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는 딜러사를 배재할 수 없는 유통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한다해도 완전히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며 "앞으로도 온라인 판매 채널은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오프라인 매장과 딜러사들과 협력하는 방식을 유지하는 모델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