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사회에 기여하는 커피숍, 경명대로 오승현 대표
인천광역시 계양구 경명대로에 있는 커피숍 경명대로. 김경명 사장은 아침부터 몰려드는 주문을 처리하느라 바쁘다. 하루를 달콤한 음료와 쿠키로 시작하려는 단골 손님들 덕분이다. 배달 기사들까지도 경명대로 커피를 주문해 가져갈 정도다. 경명대로는 달콤한 맛으로 유명하다. 커피맛도 좋지만, 라떼류 음료와 쿠키가 대표 메뉴로 꼽힌다. 김 사장이 에티오피아로 유학을 가는 대신, 1년여에 걸쳐 전국 학원과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면서 맛을 배운 결과다. 재료도 공정무역 커피 원두, 고급 버터와 견과류만 쓴다. 아직도 연구를 거듭하며 신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좋은 재료만 써서 정성스럽게 만든다. 단가가 안맞아서 재료를 바꿨다가 맛이 달라져서 포기했다. 쑥라떼는 지역 재래시장에서 재료를 조달한다. 지역 주민들뿐 아니라 김포에서도 택시를 타고서도 많이 찾아오신다. 경명대로가 이름처럼 경명대로 지역 경제에도 이바지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경명대로가 맛으로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모던함과 클래식을 잘 버무린 예쁜 공간으로도 평가가 좋다. 특히 창가 자리는 연인들이 자주 들른다. 코로나19 속에서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은 물론, 입소문을 타고 지역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자리잡았다. 김 사장이 클래식 음악으로 입시를 준비했던 만큼 음악 선곡도 일품이다. "젊은이들과 아기 엄마들, 어르신들도 자주 찾으신다. 어느날에는 70대 노인분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시면서, 출퇴근길에 지켜보면서 한번쯤 공간을 즐겨보고 싶으셨다고 하셨을 때 뿌듯했다" 단골 손님들 평가처럼, 경명대로는 지역 사랑방 공간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경명대로 토박이인 김 사장이 고민을 거듭한 끝에 쉽게 오갈 수 있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커피숍을 선택했다. 음악 교사인 어머니께서 소장하던 소품까지 적극 활용했다. 올해 말에는 다른 지역에 경명대로를 이식한 직영점 OO대로를 추가로 열겠다는 계획이다. 새 매장 역시 상생을 목표로 지역 특성 메뉴와 공간을 조성하고 지역 취약 계층을 채용한다는 목표다. 사업 모델이 성공하면 전국에 OO대로를 열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있다. 노후화한 구도심을 활용한 시니어 대상 사업 계획도 세웠다. 맞다. 경명대로는 사실 평범한 커피숍이 아니다. 렛어스협동조합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실시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 모집 공고 2020-054호에 지원해 만든 첫 사업이다. 김경명 사장도 일종의 부캐, 본명은 오승현으로, 렛어스협동조합 대표이사다. "착한척을 하는 것 같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는게 목표다. 매장일을 하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회계와 홍보까지 도맡아서 하느라 힘들지만, 경명대로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 기여하고 싶다" 오 대표는 본래 사교육에 종사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 대형 입시 학원에서 근무하며 지점 부원장까지 올랐다. 수입도 적지 않았다. 오 사장은 "학생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드는"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오 대표는 결국 2016년 사표를 던지고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대형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치매 노인들이 그린 그림을 프린팅한 티셔츠를 펀딩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사교육에 종사할 당시 아이들을 기계로 만든다는 자책이 들어 다른 세상에 왔다. 일자리가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게 해주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오 대표는 사당에서 공간과 관련한 사회적 기업을 하면서 공간의 중요성을 느꼈단다. 학생이나 경제인들은 물론, 산재처리를 필요로하는 노동자 등 공간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을 보면서다. 전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된 것도 이 영향이었다. 한옥마을이 비싼 숙박비와 질낮은 프로그램 등으로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저렴하게 공간을 제공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 상생까지 추구하려는 시도였다. 비록 법적 문제와 지역민 견제 등에 오래 운영할 수는 없었지만,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인천 지역 사람들과 의기투합해 사회적기업 경명대로를 구상하게 됐다. 본래 계획은 소래포구에서 지역 상인과 주민 등을 대상으로한 공간이었지만, 코로나19 등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익숙한 경명대로로 첫 자리를 잡게 됐다. 처음 문을 열었던 지난해 10월은 코로나19 3차 팬데믹이 시작되던 때, 한동안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이제는 왠만큼 자리를 잡았단다. "올해부터는 쑥라떼 매출 2%를 계양구 주민에 기부할 예정이다다. 인천 이음카드를 쓰는 고객에는 자체적으로 3% 할인 혜택도 준다. 단가가 맞지 않아도 공정무역 커피를 사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많은 사람들이 공간도 유용하게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 5년 안에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는게 목표다" 단기 목표는 '쿠키왕', 오늘도 오 대표는 열심히 쿠키를 굽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좀처럼 하지 못하는 확실한 수익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다. 경명대로나 직영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무기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이 상품을 제대로 경쟁력있게 키우는 경우가 많지 않다. 경명대로는 쿠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제품 품질 뿐 아니라 패키지도 공을 들여 만들었다. 쿠키 덕분에 지난 코로나19 위기를 무사히 벗어날 수 있었던 만큼, 경명대로와 직영점들도 쿠키로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