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하반기 차세대 D램 양산 계획…'초격차' 유지에는 우려감 여전
반도체 업계가 초고속 컴퓨팅 수요에 대응할 신제품들을 잇따라 공개할 계획이다. 차세대 반도체를 위한 원천기술까지 개발하며 미래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초미세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4세대(1a) 10나노 D램을 양산할 예정이다. 당초 내년부터 양산을 예정했지만, 일정을 앞당겨 초고속 컴퓨팅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계획대로라면 차세대 제품 양산까지 기간을 15개월 이내로 축소하는 셈이 된다. 삼성전자는 2014년 3월 20나노에서 2016년 4월 10나노대로 진입하기까지는 23개월이 걸렸고, 1y D램 양산까지는 20개월, 1z D램 양산까지는 21개월이 소요됐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9월 3세대(1z) D램을 양산한 후 약 15개월 만에 한 단계 도약에 성공하게 된다. 차세대 규격인 DDR5 출시도 하반기로 예정했다. DDR5는 DDR4 대비 D램 대역폭을 2배 가량 늘려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일찌감치 LPDDR5 개발에는 성공했으며, 조만간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규격을 공개하면 다른 제품에도 DDR5를 적용하게 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초 세계 최초로 HBM2E를 양산한 바 있다. HBM2E는 D램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전송 속도를 극대화하는 후공정 기술이다. 기존 제품 대비 2배 가까운 처리속도를 통해 딥러닝 서버와 슈퍼 컴퓨터 등에서 채택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DDR5와 HBM2E 양산에 성공한 상태, 내년에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이용한 1a D램 양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업계가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는 이유는 시장 변화 때문이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초고속 컴퓨팅이 대폭 확대되면서 늘어나는 첨단 반도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인 옵테인 수요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옵테인은 차세대 메모리인 P램을 활용한 제품으로, 낸드플래시와 D램을 통합해 빠르면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인텔은 올해 중으로 144단 낸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일각에서는 셀당 5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PLC 규격을 도입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내놓고 있다. 인텔 관계자는 "고객사 요청에 따라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옵테인 메모리를 이용한 서버가 꾸준히 확대하는 중"이라며 "공식적으로 PLC 규격을 도입하지는 않았지만, 빠르고 용량이 큰 제품을 개발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P램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추이를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차세대 메모리인 M램을 임베디드 형태로 양산하고 있다. 단, 앞으로도 반도체 '초격차' 경쟁이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공정 난이도가 크게 높아진 탓이다. 실제로 10나노대에서 1x부터 1z까지는 세대별로 2~3나노 수준을 줄여왔지만, 1a부터는 세대별로 1나노 수준만 줄어든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이같은 문제가 시장 구조까지 재편했다. 7나노대에 들어서면서 파운드리 업체들이 잇따라 개발을 포기했고, 결국 삼성전자와 TSMC 2파전으로 축소된 것.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극자외선(EUV) 공정에 이어 게이트올어라운드(GAA)와 MBCFET 기술을 개발하면서 1나노 계획까지 수립한 상태지만, 여전히 양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해진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 소식에 주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어의 법칙'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새로운 원천 기술로 한계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특히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미래기술육성사업이 다양한 성과를 내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종합기술원은 최근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와 함께 비정질 질화붕소 소재를 합성한 '초저유전율 절연체'를 발견했다. 이 절연체는 '꿈의 반도체'라 불리는 그래핀을 한단계 발전시킨 것으로, 전기 간섭을 낮춰 반도체를 더 미세하게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원천 기술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을 받은 유니스트 이준희 교수 연구팀도 산화하프늄을 활용해 집적도를 수천배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냈다. 원자 단위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해주는 내용으로, 추후 실제 실험을 거쳐 삼성전자 반도체에 적용될 예정이다. 단, 이같은 첨단 반도체 기술이 당장 현장에 적용되기는 어렵다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원천 기술이라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다른 주변 기술도 함께 발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에 더욱 전폭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며 기술 개발을 당부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전폭적인 투자로 기술 선두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초미세 공정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이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전방위적인 투자와 개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