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퍼펙트스톰' 현실화…'4월 위기설' 정체, 신용등급↓
글로벌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한 '퍼펙트 스톰'에 본격적으로 휘말려들 조짐이다. 미국을 시작으로 신흥국들까지 폭풍이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에도 전운이 감도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3월 미국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1을 기록했다고 최근 밝혔다. 2월(50.1)보다 소폭 하락한 모습이다. 비록 예상치였던 44.5보다는 높지만, 아직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3월 실업률은 4.4%로 2017년 8월 이후 최대치,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 말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라 다음 지표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2009년 10월 실업률 10.2%는 물론이고, 최대 33%까지 높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유가 전쟁 역시 경제 위기를 부채질하는 요소다. 최근 2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가격이 감산 합의 기대로 다시 30달러 부근까지 올라섰지만, 결국은 경쟁 구도가 유지될 조짐에 잇딴 '셧다운'으로 수요도 급감하면서 다시 가격 하락이 점쳐지는 상태다. 이에 따른 미국 셰일 업계 줄도산 여부가 쟁점이다. 이달 초 미국 화이팅석유가 파산보호신청에 들어간 상황에서, 저유가가 지속되면 파산 선언이 줄지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은 금융 업계 부실로 번지고, 결국은 2008년과 같은 글로벌 금융 위기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깊은 걱정을 내보였다. 3일(현지시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과 공동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를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로 평가한 것. 85개국이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해왔다며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당장 신흥국들이 위기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멕시코 -8%, 브라질 -4.5%, 러시아 -2.7% 등 구체적인 성장률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국가부도까지 거론되는 중이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도 2%대, 베트남도 4% 대로 예년보다 절반 이상 저조한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 산업도 마찬가지다. 당장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이마트와 현대제철 등이 무디스로부터 신용 등급 하향 조정을 당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현대자동차그룹도 신용등급 하향 위기에 몰렸다. 신용 등급이 떨어지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이자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만큼,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에 더해 부담을 지게됐다. '4월 금융 위기설'도 여기에서 나왔다.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1998년 외환위기와 같은 연쇄 부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6일 공개서한으로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라 우려 목소리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이미 제조업 분야 일부 협력업체들 사이에서는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이 급감하면서 회사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 무기한 무급 휴직을 실시하거나, 생산 인력을 명예 퇴직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항공산업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다. 전세계 하늘길이 꽉 막힌 상황에서 화물 사업 급등에도 손실을 제대로 매꾸지 못하면서다. 그나마 제주항 노선을 늘리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지만, 그렇다할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위기다. 대신증권은 6일 '창사 이래로 가장 어렵다'는 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 목표주가를 종전보다 25%나 낮은 2만4000원으로 하향했다. 1분기 영업손실이 2485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전망도 덧붙였다. 자동차 업계 역시 된서리를 맞았다.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거점을 잇따라 폐쇄한데 이어, 국내 생산 감산까지도 거론되는 것. 일각에서는 가동을 멈춘 해외 생산 물량을 국내 공장에서 채울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있었지만, 북미 등 유통망이 완전히 차단되면서 판매량이 바닥으로 주저 앉으면서 피해도 급증했다. 반도체 업종도 그나마 선방할 것으로 기대됐던 것과 달리, 이제는 불확실하다는 평가로 전환됐다. PC와 서버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긴 하지만, 2분기부터 스마트폰 등 세트 업계가 사업계획을 축소하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재택근무로 인한 PC 수요는 스마트폰 감소를 상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TB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에 대해 "데이터 센터와 노트PC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스마트폰 수요 감소 영향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으로 판단"한다며 목표주가를 소폭 하향했다. 7일 발표되는 삼성전자 1분기 잠정실적 발표에도 주목이 쏠리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그나마 선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수준인 6조원을 넘지 못하면 시장 충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대표성은 코로나19 이후로 더 커진 상황"이라며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한다면 공포가 산업계 전체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