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FRS9 도입전에 투자지분 팔아 '실적 관리' 나설까?
시중은행들이 장기 보유 중인 상장주식을 팔 지 주목된다. 올해 안에 매도하면 장부상 당기 순이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이 새로 도입되면 매각 이익이 나더라도 당기순이익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자본만 늘어나게 된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회계상 당기순이익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지는 셈이다. KT&G, SK하이닉스 ,포스코, 비자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시중은행(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우리은행·기업은행 등)의 취득가 대비 평가손익은 2조3210억원(6월 말 기준)에 달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장의 가장 큰 관심은 하반기 기업은행의 KT&G 지분 매각 시점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2017년 말까지 전량을 매각할 예정이다.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매각 시기와 가격을 결정할 것"이라며 지분의 취득가 대비 평가손익이 8999억원에 달하는 KT&G 보유 지분 6.93%(951만485주)도 연내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자본건전성 측면에서 기업은행은 KT&G 지분을 팔아야 한다. 바젤Ⅲ가 2018년부터 도입되면 보통주의 위험 가중치는 기존 100%에서 300%로 3배 상향된다. 금융감독원이 기업은행에게 중장기 자본관리계획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1조원이 넘는 보통주를 지속적으로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투자증권 백두산 연구원은 "기업은행은 올해 KT&G 지분 전량 매각을 기본 시나리오로 하되, 올 연말 일부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올해 예상되는 주가상승 혜택을 이익으로 누릴 수 있고, 별도의 특별배당 없이 연말배당으로 일괄 처리가 가능하다는 분석에서다. 또 상충되는 가치인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배당확대와 내년 이후의 자본비율 제고 필요성을 절충할 수 있다. 다른 은행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별로 유가증권 매각에 대한 셈법이 복잡하다"며 "올해 이익을 극대화시켜야하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유가증권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일부 경영진 입장에서는 대규모 유가증권 매각 인식 이후 임기 후반 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과거 채권단으로 출자전환에 참여하면서 기업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해 왔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KB금융은 대한주택보증(이하 수량 4445만1000주, 취득가 대비 평가손익 4011억원)과 SK(175만주, 3151억원), 포스코(157만9000주, 1902억원), 금호타이어(657만9000주, 142억원), 대한전선(2672만2000주, -220억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신한지주가 보유한 지분증권은 비자카드(226만2000주, 2105억원), 포스코(23만1000주, 278억원), 대한전선(1732만8000주, -142억원), SK네트웍스 813만6000주, -85억원) 등이다.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2235만8000주, -77억원)와 대한전선(3280만6000주, -293억원), 포스코(87만2000주, 1050억원), 진흥기업(3705만주, 261억원)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나금융은 SK하이닉스(509만3000주, 2123억원), 금호타이어(242만7000주, 60억원)대한전선(4707만3000주, -503억원) 등의 지분이 있다. 기업은행은 KT&G(951만주, 8999억원)와 한국금융지주(125만주,447억원) 등을 보유중이다. 하나금융투자 한정태 연구원은 "최근 유가증권 매각이익이 일회성 이익으로 크게 나타나 보이는 데 이것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IFRS9이 도입되면 순이익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따라서 시행 전에 지분증권을 매각해 이익으로 보여줄 개연성이 크다. 또한 보통주자본비율을 올리기 위해 위험자산을 줄이는 노력에서 주식을 줄이려는 의도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