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집' 지주사가 달린다...재벌개혁+자산가치제고
종가집 지주사가 다시 뛰고 있다. 자회사의 질주에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지주사가 문재인정부의 재벌개혁 중심에 서면서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돼서다. 재벌 개혁은 경제력 집중 억제와 지배구조 개선에 있다. 이 중에서도 지배구조 개선은 스튜어드십 코드, 상법 개정안 등을 통해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자체 사업과 자회사의 성장 모멘텀, 배당 수익 등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의 저평가 국면에서 벗어난 모양새다. 문재인정부 들어 GS 35.1%, 한화 34.9%, LG 32.1%, CJ 28.8%, SK 27.2%, LS 15.7% 등 상승 랠리를 펴고 있다. ◆왜 지주회사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 지주회사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해당 기업집단의 대주주와 동일한 위상에서 서게 된다는 점이다. 대주주는 지주회사 지분만 소유하고 그 밑의 사업회사 지분은 소유하지 않는 만큼, 대주주가 배당이나 신규사업 진출 등에서 지주회사 가치의 극대화를 추구한다면 덩달아 소수 지분을 가진 일반 투자자도 이익을 얻게 된다는 논리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으로 기관투자가의 목소리가 커질 분야는 배당확대,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등으로 예상됨에 따라 상장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다중대표소송제 등이 도입 되면 지주회사 역할 측면에서 지분가치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 가치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12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토러스투자증권에 따르면 공정위에 신고된 일반 지주회사는 152개, 이 가운데 상장사는 68곳이다. 68개 상장사 중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지주회사는 50개사다. 기간을 1년으로 좁혀 보면 9개의 기업이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전환을 했거나 진행 중이다. 하이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지주회사의 자체적인 지배구조 개선이 자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특히 지주회사는 여러 상장기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상장기업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지주회사에서 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자체 사업도 주가에 긍정적이다. 두산은 대표적인 사업지주로 꼽힌다. 두산은 2014년 국내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 선도업체인 퓨얼셀파워를 인수합병하면서 주택용 연료전지 시장에 뛰어 들었다. 또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인수해 주택·건물용 연료전지 풀라인업을 구축했다. SK는 SK와 SK C&C의 합병 후 액화천연가스(LNG), 반도체소재, 반도체모듈, 제약 등 신성장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두산의 경우 유압기기를 생산하는 모트롤 부문의 수익성 향상이 기대되는 등 자체 성장 동력을 갖춘 점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도 지주사의 상승세를 자극하고 있다. 비상장 계열사의 IPO를 통해 지분 가치가 늘어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어서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각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의 직접적인 수혜도 전망된다. 롯데그룹이 좋은 예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롯데지주는 분할·합병 이후 매력이 높은데 비상장사 코리아세븐, 롯데리아, 롯데로지스틱스 등의 공정가 전환 및 브랜드로얄티 때문이다"면서 "롯데지주는 코리아세븐 67.6%(장부가4,310억원), 롯데리아 54.4%(3,045억원), 롯데로지스틱스 18.9%(1,002억원)를 보유 중인데, 동종 업체와 비교하면 공정가 반영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당성향이 자회사보다 높다는 점도 지주사가 유리한 이유로 지목된다.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 있는 기업들 1000원권 3장과 1만원권 2장, 5만원권 1장이 들어있는 지갑의 가치는 얼마일까. 지갑의 실물가치까지 감안하면 최소 7만3000원 이상이다. 그러나 자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의 가치(시가총액)가 개별 자회사의 시가총액과 보유 지분율을 곱해 계산한 가격보다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지주회사의 원조인 LG와 웅진홀딩스이 아직 저평사 상태란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토러스투자증권 전상용 연구원은 "자사주 비율이 높고, 자산규모 5000억원 이상, 자회사 보유 등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 대한 관심 확대 필요하다"면서 현대그린푸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SK케미칼을 관련 기업으로 꼽았다. 한화투자증권 이상원 연구원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지주회사 요건 강화,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및 금산분리 감독 강화 등 경제 민주화 실현을 위한 각종 공약이 문재인 정부 내 현실화할 전망"이라며 "이는 국내 지주회사를 비롯한 기업 집단에 그간 적용돼 온 이른바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주회사들의 투자 매력도는 더욱 강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