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100억원은 있어야 '부자'...나를 위해 아낌없이 쓴다
중견기업을 경영하다 은퇴한 박 모씨(71)는 한 달에 1500만원을 생활비로 쓴다. 지난 1월엔 추운 날씨를 피해 뉴질랜드에 머물며 여가를 즐겼다. 화산지대 로토루아, 영화 '호빗' 촬영지 마타마타, 신비로운 빙하를 감상할 수 있는 밀퍼드사운드 등의 명소가 가득하다. 다음 달에는 세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때때로 명품 시계를 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말에는 자녀들과 가까운 일본으로 골프 여행도 즐긴다. 건강검진은 반년에 한 번씩 꼭 받는다. 박 모씨는 '대한민국 상위 0.4%'에 속하는 슈퍼리치다. 박 씨의 예는 극단적이지만,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는 최소 100억원 이상은 돼야 '부자' 축에 속했다. 부자는 씀씀이가 비교적 적을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자신에게 화끈하게 돈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후생활비로 총자산의 50%를 쓸 계획을 갖고 있었다. 상속이나 증여 수단으로 '부동산'을 가장 선호했다. 쌀 때 증여해 세금은 줄이고, 가격이 오르면 자손들의 부를 늘릴수 있어서다. 평균 자녀 결혼 비용은 아들은 7억4000만원, 딸은 6억2000만원. 비용은 부모가 85%를 부담한다. 자녀 배우자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인품이고, 그다음이 집안이었다. 다만 자녀가 딸인 경우 사위의 전문직 여부(13%)도 고려 대상이었다. ◆100억원은 있어야 '부자', 10중 5명은 '금수저' 부자들은 스스로 부자로 불리기에 충분한 규모의 부를 가졌다고 평가할까. 부자들이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금융자산 10억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부자들은 금융자산이 최소 100억 이상은 돼야 부자라고 생각했다. 응답자별로 본인 스스로 설정한 부자의 기준을 충족하는 부자는 15%에 불과했다. 반면 PB들이 응답한 부자의 기준은 금융자산 '50억원(중위값)'이었다.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부자의 기준보다 월등히 높았으나, 부자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부자의 기준(1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부자 10명중 5명(49%)은 가업이나 재산을 물려받아 부를 일군 이른바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였다. 다음으로는 부동산 투자의 성공(30%)이 주요 요인이었다. 반면 근로소득 및 사업소득을 통해 자산을 일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밖에 안됐다. 부자들의 월평균 소득액은 2326만원, 지출액은 970만원이다. 작년 3분기를 기준으로 일반가계(342만원)보다 3배 가량 많이 쓴다. 지역별로는 강남 3구의 부자들의 지출 규모가 1056만원으로 가장 많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부자는 886만원, 수도권은 914만원, 지방은 901만원쯤 쓴다. 문화 및 레저(33%)에 가장 많이 투자한다. 연금 및 사회보험(16%)과 의료비 및 의약품비(16%)도 많았다. 일단 돈을 쓸 시간이 일반인보다 많다. 평균 근로시간은 6시간(주부·은퇴자 제외), 하루 7시간 이하로 일하는 비중이 56%다. 9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는 부자는 20%에 그쳤다. 부자들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일반인보다 평일 3.5배, 주말에는 2배 이상 많다. 일반인들의 40%는 평일 9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한다. 부자들은 더 많은 여가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스포츠활동(27%)에 가장 많은 여가를 투자한다. 예술관람(18%)과 쇼핑·외식 등(16%)도 많이 한다. 자기계발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데,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건 영어와 경영전략 및 리더십이다. 부자들은 본인의 아름다운 노후생활을 위해 총자산의 절반을 노후생활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부동산으로 상속·증여, 사위는 '전문직'…며느리는? 부자들은 부동산(40%)을 상속 증여 1순위로 꼽았다. 다음으로 현금·예금(30%), 보험(10%), 주식·채권·펀드(9%)순으로 많이 선호했다. 과거만 해도 상속·증여 선호 수단으로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현금·예금과 투자금융상품 비중을 높인 경향이 있었다. 이는 향후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해 낮아진 가치로 상속증여할 경우 향후 부동산 가격 회복으로 인한 자녀 자산이 상승하는 효과까지 고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부자들은 자녀가 경영학(18%)을 전공하길 가장 바랐으며 의학계열(17%), 공학계열(14%)에도 호감을 나타냈다. 어떤 전공이든 상관없다는 답변도 11%였다. 가장 선호하는 직업은 의사(14%)였다. 다음은 사업가(13%), 선생님(11%), 회사원(11%) 순이었다. 교수와 공학 엔지니어는 순위가 밀렸다. 평균 자녀 결혼 비용은 아들은 7억4000만원, 딸은 6억2000만원이다. 이는 일반인 대비 각각 5억7000, 5억2000만원 높은 것이다. 결혼 비용의 85%는 부모가 담당했다. 거액을 전액 전담하는 비중도 40%나 됐다. 자녀의 배우자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는 '인품'이었다. '집안'도 중시했다. 자녀가 딸인 경우 사위의 '전문직 여부'(13%)도 고려 대상이었으며, 자녀가 아들인 경우 인품과 집안 외의 '소득 창출 여부', '학벌', '전문직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이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