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옥수수 가격 급등...제과·사료업계 주시
국제 옥수수 가격이 수요·공급 불균형으로 치솟고 있어 물가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옥수수는 바이오연료, 사료, 과당, 식품, 골판지 등의 원료로 쓰인다. 돼지 사료의 원료가 되는 옥수수 가격의 급등은 육류 가격도 올릴 수 있다. 정부도 외국산 옥수수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상황을 고려해 연말까지 수입 식용 옥수수에 부과되던 관세를 없애고, 식품업계 관계자를 불러모아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나섰다. 먼저 국내 옥수수 수입 가격과 옥수수 선물 가격 모두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식용 옥수수 수입 단가는 톤당 265달러로 전월보다 1.3% 올랐고, 같은 기간 사료용 수입 옥수수 단가는 톤 당 247달러로 5.9% 올랐다. 시카고 선물 거래소 기준 국제 옥수수 선물 가격은 작년 3월 톤당 140달러에서 올해 3월 톤당 214달러로 52.8% 올랐다. 옥수수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기본적으로는 수요·공급 불균형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불황에 옥수수 시장 공급량이 줄었다. 전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45%, 교역량의 80%를 차지하는 미국에 옥수수 농장에 태풍과 한파가 찾아와 작황에 타격을 입었다. 미국에 이은 옥수수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아르헨티나도 엘니뇨·라니냐에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했다. 또한 코로나19에 따른 해상운임비의 상승, 달러화 강세 등도 옥수수 가격 상승을 이끄는 요인이다. 중국의 사료용 옥수수 대량 수입은 수요 측면에서 옥수수 가격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5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가다. 사육하는 돼지 두 수만 해도 약 4억 마리에 이른다. 이 돼지들이 먹는 사료의 주 원료가 옥수수다. 중국은 광활한 농지, 정부의 수매제도를 바탕으로 옥수수 수요를 일부 해결하는 국가였다. 중국 정부는 옥수수가 과잉생산되자 지난 2016년 수매제도를 폐지했다. 또한 지난 2019년 중국 전역에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병해 돼지를 1억 마리 이상 살처분 하면서 옥수수 수요가 급감했다. 옥수수를 키울 유인이 사라지면서 중국의 옥수수 생산량도 급감했다. 상황이 달라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위기를 극복한 돼지 사육 두수를 빠르게 늘리자 옥수수 수요가 늘어났다. 지난 1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에 맞춰 중국 정부는 미국 옥수수 136만 톤을 구매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권 교체에 맞춰 중국이 미국산 곡물 구매로 미·중 무역 갈등 화해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 정부도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옥수수 가격 상승에 대응책을 내놨다. 옥수수는 중요한 곡물자원으로 육류·식품 등 서민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연말까지 식용 옥수수 수입 관세 3%를 없애고 사료 및 식품·외식 업계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인하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달 23일에는 식품업계 임원들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식품·사료 업계는 당장 가격 인상은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옥수수 가격 급등은 사료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배합 사료에 들어가는 옥수수를 전적으로 외국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현재 배합사료는 약 2000만 톤 정도는 생산하고 있는데 수입산 사료용 옥수수가 약 900만 톤 정도 들어간다. 한국사료협회 관계자는 “옥수수 가격이 천정부지 뛰고 있다. 사료회사는 100% 수입을 하기 때문에 현재로는 속수무책으로 높은 가격으로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단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 비싼 값을 주고 들여오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옥수수 가격이 장기화될 경우 사료 업체는 원가 상승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게 사료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계 최대 옥수수 수출국의 파종량이 기대치보다 안 나왔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 하다. 미국 농무부가 월마다 농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농민들이 9억 3200만 에이커에 옥수수를 심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농민들은 9억 1100만 에이커에만 옥수수를 심기로 했다. 중국 측 옥수수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나며 옥수수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와 수에즈 운하 사태로 급등한 해상 운임도 문제다. 사료협회 관계자 말에 따르면 옥수수 판매가의 3분의 1이 해상운임이다. 컨테이너선 운임은 4주 연속 상승하고 있고 국내 수출기업이 이용하는 북미 서안 노선 운임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표 옥수수 과자인 '꼬깔콘'을 판매하고 있는 롯데제과 측도 "옥수수 수급은 문제가 없고 가격 인상 계획도 없다"며 "허나 추후 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해외농업관측팀 김지연 팀장은 "콩이나 옥수수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작물이다. 그래서 해외 농업 같은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7년∼2008년에 걸쳐 이어진 곡물파동을 겪은 후 해외 농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현재 해외 농업 기업들이 러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밀, 대두, 옥수수 등을 생산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김 팀장은 "가격 수준이 굉장히 높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이 식량 안보, 애그플레이션 수준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2008년, 2012년 곡물파동을 겪으면서 조기경보매뉴얼을 구축하고, 수출국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수출 금지 조치 등을 할 시에 대응하기 위해 매뉴얼을 만들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해선 "2010년 넘어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소비가 굉장히 많이 증가했고 중국 쪽에서 당분간 옥수수 수입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이 자급률도 낮고 수요는 많은 상황이고 주산지에서 옥수수를 지금 기르기 시작하는 시기라 4월∼6월 기상 상황에 따라 변동여지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