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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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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사류 정치에 기업들은 불안하다

1995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당시 우리나라를 평가하며 "정치는 사류, 행정은 삼류, 기업은 이류"라고 발언했다가 설화를 치룬 적이 있다. 당시 그의 발언에 대해 "맞는 말이지만 너무 직설적이다"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현실을 제대로 간파했다는 평가였지만, 심기가 불편해진 권력에 찍혀 삼성은 한동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로부터 무려 25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은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업들은 오히려 세계 일류에 더 가까워졌다. 그러면서도 미래를 향해 바쁘게 뛰고 있다. 전 세계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올해엔 코로나19까지 겹쳐 마이너스 성장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생존을 걸고 변화하려는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SK텔레콤은 사명에서 '텔레콤'을 떼는 걸 고민할 정도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으며 SK그룹 차원에서는 수소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모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내연기관을 사실상 포기하는 수준의 커다란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업종이 전혀 다른 기업들과 과감히 손을 잡거나 투자를 하며 5년 뒤, 10년 뒤를 구상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인식은 비슷하다. 이들의 급박함은 연말 인사·조직개편 발표에서도 읽을 수 있다. 올해도 역시 키워드는 '변화'와 '혁신'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조직 안정'에도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일부 기업들은 연공서열 파괴, 여성 임원 중용 등의 파격을 통해 조직에 자극을 주기도 한다. 반면, 정치는 여전히 '프레임'의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반공에서 지역갈등을 지나 진보냐 보수냐로 바뀌었을 뿐, 자신의 프레임을 만든 뒤 여기서 어긋나는 상대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자신들의 지지층만 믿고 폭주하는 행태는 변함이 없다. 아마도 미국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 정치판일 것이다. 지금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검찰개혁'도 어느 순간 '윤석열 검찰총장 쫓아내기'로 프레임이 바뀌었다. 윤석열 총장이 옵티머스·라임 사태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정권의 아픈 곳을 찌르자 갑자기 친문세력에 의해 '적폐'가 돼 버렸다. 사실, 윤 총장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그를 상대로 수사에 나서면서부터 미운 털이 박히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윤 총장이 검찰개혁을 방해했다거나 반대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그는 검찰개혁의 핵심인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에 대해 지난해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라며 "공직자로서 국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그가 어느 순간 갑자기 검찰개혁의 최대 걸림돌이 됐다. 이 상황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 재계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현 정권의 독단이 '재벌개혁'으로 향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재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오너 일가를 공격하고, 기업들을 몰염치한 재벌집단으로 몰아 '국가의 적'으로 몰아가는 걸 걱정하고 있다. 검찰개혁이 '윤석열 쫓아내기'로 변질되듯이 향후 재벌개혁이란 명분으로 누구를 공격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2020-12-02 16:33:1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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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AI와 빅데이터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다

몇년 전 일본에서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다. 어느 슈퍼마켓을 대상으로 인간과 컴퓨터 중 누가 매출을 증대시키느냐는 실험이었다. 인간 전문가 집단은 슈퍼마켓의 진열대 분석, 종업원·고객 인터뷰, 주위 상권 분석 등을 통해 슈퍼마켓을 개조했다. 그러나 매출에는 유의미한 변동이 없었다. 반면, 인공지능(AI)은 직원들과 매장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고관여지점'을 찾아낸 뒤 그곳에 직원들을 집중 배치했다. 말이 집중 배치지, 실제로는 직원들에게 특정 장소에서 몇분 정도만 더 있으라는 지시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슈퍼마켓 매출이 15%, 영업이익이 5% 가량 더 올라간 것이다. 해당 실험을 진행한 연구진은 다양한 분석 결과를 내놓았지만 그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인간과 인공지능(AI)의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었다는 점이다. 인간 전문가들은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에 맞는 자료조사·데이터수집 등을 하는 연역법을 사용한 반면, AI는 개별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일반적인 결론을 찾아내는 귀납법을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인간 전문가들은 그동안의 경험(일반론)을 통해 자신들도 모르게 선입견이 포함된 매장배치, 마케팅 등 결론을 이미 내려놓은 상태에서 매장을 변경한 반면, AI는 '매출증대'라는 목표만 설정해놓고 선입견 없이 다양한 데이터를 입력하고 분석해서 '고관여지점'이란 일종의 법칙을 찾아냈다는 차이가 가장 컸다고 분석했다.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입력하고 거기에서 특정 법칙을 찾아내는 것은 사람의 두뇌로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도시대뇌(시티브레인)'이란 프로젝트가 눈길을 끌고 있다. 도시대뇌란 도시의 곳곳에 설치한 센서 등을 통해 엄청난 량의 각종 데이터를 축적한 뒤 도시 전체를 스마트하게 운용하겠다는 프로젝트다. 이미 2016년 10월 항저우시가 세계 최초로 도시대뇌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반화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생활침해라며 논란이 있긴 하지만 중국은 이를 미래 사업의 하나로 육성하면서 동남아 국가로도 수출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AI 기술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발달하고 있다. 1956년 처음으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용어가 등장한 이후 한 세대가 넘어가도록 별 관심을 못받았지만 21세기 이후 반도체, 인터넷, 데이터, 센서 등의 발달과 함께 스스로 학습하는 수준의 딥러닝까지 등장하면서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늦은 감이 있지만 AI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7월 4일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미래 한국이 나아가야 할 세 가지 해법으로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제시한 이후 1년여 뒤인 올해 7월 14일 우리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확정·발표했다. 이미 우리 기업들은 AI와 빅데이터가 명운을 좌우한다며 사활을 걸고 글로벌 경쟁자들과 싸우고 있다. 기업들이 마음껏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도 AI 육성을 위한 정책 제시를 넘어, 기업의 손발을 묶는 규제를 풀고 제도적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기업들의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전문인력 육성 등 교육 부문도 손을 대야 한다. 우리의 미래는 AI와 빅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공감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0-11-25 11:35:4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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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과도한 규제, 기업들은 숨막힌다

요즘 기업인들을 만나면 하나 같이 "기업 하기 위한 환경이 나빠지고 있다"고 푸념한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갈수록 늘어나는 규제 때문에 힘들다는 것이다. 이들이 엄살을 떠는 건 아니다. 지금 정부와 여당이 당근과 채찍 중에 주로 채찍만 휘두르고 있다는 건 여러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우선, 최근 재계에서 그렇게 반대를 했던 공정경제 3법(상법 일부 개정안·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은 재계의 요구가 별로 반영되지 않은 채 큰 변화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그나마 감사위원을 선임할 경우 지배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소위 '3%룰'을 조금 손 본 게 전부다. 최대주주 합산 3%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들의 의결권을 개별로 3%씩로 인정하겠다는 생색을 내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은 주로 상장사나 대기업에 민감한 이슈다.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먼나라 이야기일 수 있다. 중소기업인들에겐 가업 승계 때 발생하는 상속세·증여세가 걱정거리다. 쓰리세븐, 락앤락 같은 중견기업이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을 승계하지 않고 지분을 매각했으며, 일부는 적자기업으로 전락했다는 건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CEO의 27.1%가 60대 이상이며 70대를 넘은 곳도 1만개를 넘는다. 이들이 곧 기업을 승계해야 하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최고 수준의 상속세(최고세율 50%)에 42%의 소득세율까지 합쳐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의 상속세는 최근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의 '연도별 세목별 세수실적 및 증감률'에 따르면 2014~2018년 사이 기업이 낸 상속증여세 증가율은 59.1%를 기록하고 있다. 법인세(66.3%), 개인이 내는 소득세(59.5%)에 이어 지난 5년간 가장 크게 증가한 세번째 항목으로 부상했다. 기업상속은 죄가 아닌데 마치 죄인 것마냥 '징벌적 상속세'라고 말할 정도다. 중소기업들을 또 긴장시키는 채찍은 '집단소송법'이다. 특히 규모가 작아 법적 대응조직이 없는 중소기업일수록 이 법은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기중앙회가 소비재 분야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70%에 가까운 기업들이 집단소송제의 확대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블랙컨슈머에 의한 소송 증가, 합의금·수임료 등을 노린 기획소송 증가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정부가 법률서비스를 지원해주거나 이중처벌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달라는 건의도 내놨다.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이로 인해 생긴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협력이익공유제 등도 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기업의 행위가 악의적일 경우 '일벌백계' 차원에서라도 따끔하게 혼을 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일련의 법안들에 이런 법안들까지 가세해 기업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여당의 입법 취지가 뭔지는 이해된다. 그 동안 소위 자본가들의 배만 불리고,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갑자기 너무 과도하게 규제만 한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서민 입장에서는 월급쟁이들에게 혜택을 준다면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당근과 채찍 중에 채찍만 있다는 게 문제다. 채찍에 기업들이 무너진다면, 일터 자체가 없어진다면, 일하는 행복을 느끼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

2020-11-11 16:10:29 윤휘종 기자
◆[社告] 제5회 뉴테크놀로지포럼

◆[社告] 제5회 뉴테크놀로지포럼 2016년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의 AI '알파고' 간의 바둑대결에서 알파고가 4승 1패로 승리를 거둔 역사적인 사건 이후,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AI에 주목하며 많은 기업들이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4년 여가 지난 올해, 미국의 오픈에이아이가 개발한 AI 언어모델인 'GPT-3'는 아직 AI가 '내로우 AI' 수준에 그치는 상황에서 '제너럴 AI'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를 만들어낼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선보여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이런 가운데 AI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양질의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만큼, 정부는 AI 학습용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이터 댐' 사업이 주축인 된 '디지털 뉴딜' 정책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는 'AI의 원유'로 불릴 정도로, AI의 성능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데이터 학습이 가장 중요한 만큼, 정부는 올해 '데이터댐'에만 추경 예산 5000억원이 투자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메트로경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크게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양질의 데이터와 결합해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고, 대표 IT 기업들은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어떤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지 등을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메트로경제는 이미 지난 1~2회(2016~2017년) 뉴테크놀로지포럼을 통해 'AI 시대의 도래를 발빠르게 예견했으며, 지난해 개최된 4회 포럼도 '일상 속으로 들어온 인공지능(AI)에 대해 면밀히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도 메트로경제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독려 바랍니다. ■주제: 빅데이터를 품은 인공지능(AI) ■일시: 2020년 11월25일(수) 14:00~17:00 ■장소 : 서울 중구 청파로 464번지 LW컨벤션센터 컨벤션홀 ■주최 : 메트로경제, 메트로신문 ■기조강연: 이경전 경희대학교 교수(경희대 빅데이터연구센터장·비즈니스모델연구소장) ■강연 1: 이경일 솔트룩스 CEO ■강연2: KT 정영조 마스터 ■등록: 사전등록, 홈페이지 접수(www.metroseoul.co.kr) 접속: 참가 신청자 이메일로 개별공지 ■문의: 제5회 뉴테크놀로지포럼 사무국 (02)721-9826, forum@metroseoul.co.kr ※위 일정 및 후원, 강연자 등은 변동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2020-11-01 13:33:4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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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위기에 강한 나라 만들려면

28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핵심 가운데 하나는 '위기에 강한 나라를 만들자'였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매우 엄중한 시기에 비상한 각오와 무거운 마음"이라며 시국을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겪게 됐지만 우리는 '위기에 강한 나라'임을 증명했다고도 했다. 실제로도 우리나라는 코로나19를 비교적 잘 이겨낸 국가로 평가된다. 5월과 8월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국민 전체가 불편함을 감수하며 정부 정책에 따라 방역지침을 지켜 'K-방역'이란 단어까지 만들어냈을 정도였다. 한민족이란 공동체 의식에 높은 교육수준이 코로나19 극복에 기여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번 연설 가운데 또 다른 핵심인 경제 측면에서는 위기에 강한 모습보다 위기 앞에서 서로를 흔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위기 극복의 주요 주체 가운데 하나인 기업들을 더욱 더 힘들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제부터는 입법과 예산"이라며 공수처 설치와 경제 3법 개정안 처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경제계에서 반발이 크지만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다. 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 등 경제3법은 대기업들의 경영방침에 커다란 변화를 줄 수 있는 법안들이다. 미래를 위해 투자와 결단을 내려야 할 기업들에게 과거와 기존 경영시스템을 지키는 데 오히려 전력투구하라는 신호를 주는 법안이다. 이들 법안이 여당 의도대로 통과될 경우 기업들에게 불투명한 내일을 위해 투자하라고 요구할 수 없는 환경이 될 것이란 게 경영계의 우려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을 겨냥한 칼도 빼들었다. '초과 유보소득과세'(일명 배당간주세)다. 특히 중소·중견기업들에 해당하는 이 제도는 오너 일가 지분이 80% 이상인 회사(개인유사법인)가 배당가능소득(당기순이익)의 50% 또는 전체 자본의 10%가 넘는 돈을 사내에 현금으로 쌓아둘 경우 그 돈을 주주들에게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소득세를 부과하겠다는 제도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이번 주 중으로 이번 시행령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고 12월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 초부터 바로 시행령안을 입법 예고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다수 중소·중견기업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과 달리 은행에 대출을 받거나 투자를 하거나 '비상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막는다는 것이다. 일부 탈세 등을 저지르는 기업들을 잡기 위해 국내 모든 중소기업인들을 '잠재적 탈세자'로 간주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런 정책과 법안들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은 28일 시정연설에서 "핵심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여 일본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며 "대일 100대 품목에서 글로벌 338개 품목으로 확대 지원하여 소재·부품·장비 강국을 목표로 뛰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소·부·장 강국의 주인공은 기업들이다. 그러면서 국회에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등 공정경제 3법의 처리에 협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쯤 되면 정부와 여당의 이런 신호들이 직진인지, 정지인지 헷갈린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과 기업은 여전히 '을'이고 권력의 눈치를 봐야하니 위기 극복을 누가 할지 걱정된다.

2020-10-28 15:56:5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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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진정 산업생태계가 조성되는 걸 원한다면

흔히 경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다고 한다. 경제를 이런 유기체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생태계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역동적이고 변수도 많다. 생태계를 인간이 섣부르게 개입했다가 실패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쌀알을 먹는다며 참새를 닥치는대로 잡았다가 메뚜기가 창궐해 무려 4000만명의 인민을 대기근으로 사망케 한 중국 마오쩌둥의 어설픈 사고방식이 대표적이다. 산업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어설픈 개입이 오히려 조화를 깨뜨리고, 일을 망칠 수 있다. 지금 우리 정부는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을 살리겠다며 의욕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우리 경제의 뿌리이자 중심이며 비대면과 디지털, 그린 등 유망 분야의 벤처와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차세대 반도체분야와 미래차, 바이오 등 주요 신산업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우리 경제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지극히 당연할 뿐 아니라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런 선언에도, 정부와 여당의 행보에 아쉬운 점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산업 생태계가 조화롭게 이루어지는데, 현재의 정책이나 입법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 낱알을 먹어대는 참새를 잡았다가 메뚜기가 창궐한 것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산업 생태계의 관점에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살려면 대기업이 잘 돼야 한다. 정부가 신산업분야로 지목한 차세대 반도체나 미래자동차, 바이오 등은 전 세계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경쟁을 벌이는 분야다. 국가대표급 기업들이 명운을 걸고 대규모 투자와 인력을 통해 먹거리를 찾는 분야다. 이런 분야에서 승부를 걸려면 우리도 국가대표급 선수를 육성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런 대표급 기업이 수많은 중소기업·벤처기업과 협력하는 게 바로 산업 생태계다. 하지만 정부는 대기업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단지 외면하는 것에 나아가 더 이상의 성장을 확실히 막겠다는 의지까지 보인다. 이는 '경제3법 개정안'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은 기업들에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기업 본연의 업무 외적인 일에 더 신경쓰라는 신호다.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경영 현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인다. 이는 정부와 여당이 여론을 호도한 것이든, 기업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든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대기업들에게 신산업 발굴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기보다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여기에 대응이나 하라는 신호를 보내면 우리 경제에 미래는 없다. 대규모 투자와 우수한 인력 확보로 먼저 길을 터줘야 하는 대기업들의 발을 묶어버리면 중소기업이 참여할 기회 자체가 생길 수 없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중소기업은 중소기업대로 서로 자기 역할을 해야 조화로운 생태계가 조성된다. 진심으로 신산업을 육성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면 어떤 정책을 우선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2020-10-14 16:03:5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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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서울시의 공권력 횡포, 도가 지나치다

아무리 대한항공이 밉보였다고 해도 이건 아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둘러싼 얘기다. 서울시는 7일 제14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재산인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변경하겠다는 안건을 상정했다. 엄연히 기업의 사유재산을 서울시가 소유자의 의사는 무시한 채 문화공원으로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송현동 부지 인근에는 경복궁과 북촌 같은 문화 유적시설들이 있고 학교도 있어 문화공원으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 대한항공도 큰 반대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가격이다. 서울시가 이 곳에 대해 적절한 금액, 즉 시세를 감안한 비용을 내고 매입하면 큰 문제는 없다. 송현동 부지는 약 3만6642㎡ 규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곳이 시내 중심에 위치한 '알짜 부지'라 최대 7000억원까지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반면,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 보상비로 4670억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 마저도 2022년까지 분할로 지급하겠다고 한다. 문화공원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유재산을 공권력이 헐값에 사실상 빼앗는 것과 다름 없다. 그것도 할부로. '시민을 위한다'는 명분만 있으면 개인의 사유재산쯤은 충분히 침해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이 무섭다. 도를 넘어선 공권력의 횡포가 어디까지 갈지 섬뜩하다. 해당 부지를 매입한 뒤 공원으로 지정하는 것도 아니고, 먼저 공원으로 지정해서 '공공성'을 부각시킨 뒤 기업의 자산을 싼 값에 뺏어가겠다는 것은 사실상 칼만 안 들었지, 정부가 아니라 날강도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정 이곳이 문화공원으로 필요하다면 정당하게 제값을 주고 매입을 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사들여 이 곳에 7성급 한옥호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근처에 학교와 북촌 문화지구 등이 있어 서울 중부교육청이 이 일대를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으로 지정해, 호텔 건립이 무산됐다. 이후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의 활용방안을 모색하다가 지난해 '한진그룹 비전 2023'을 통해 송현동 부지 매각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갑자기 지난 5월, 서울시 소유도 아닌 이 곳을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시에서 문화공원으로 만든다고 하는데, 어느 기업이 이 부지를 사겠다며 나서겠는가. 결국 대한항공의 매각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대한항공은 6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송현동 부지 매각과 관련해 서울시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에 문화공원 지정의 위법성에 관한 민원을 제출했다. 권익위는 조정회의를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서울시가 당초 이달 15일로 예정됐던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일주일 앞당겨 7일 열었다. 서울시의 속셈은 권익위의 의견이 나오기 전에 송현동 일대를 공원으로 확정하겠다는 여론전 '알박기'를 하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경영위기가 심화되자 알짜 사업인 기내식기판 사업까지 매각했다. 그러면서도 '을'의 입장이라 제대로 항의도 못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코로나19로 재정 압박이 심해졌다며 버스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와중에 5억원 규모의 초호화 버스정류장을 짓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들 재산을 털어가려는 서울시가 과연 정상적인 지자체인지 의심스럽다.

2020-10-07 15:43:51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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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기업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솔직히 지금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일궈 성공하고 싶다는 의욕을 가진 이들이 얼마나 될까. 사회는 고도화돼 웬만한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건 엄두도 못낸다. 이미 제조업은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지 오래다. 그나마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어도 각종 규제와 제재의 지뢰밭에 국내외 경쟁사들의 견제까지 피해가기 쉽지 않다. 가뜩이나 저성장 국면인데 코로나19로 내수고, 수출이고 다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요즘 기업들을 힘 빠지게 만드는 소식이 계속 들리고 있다. 정치권에서 입법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규제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개정안)'이다. 소위 재벌들을 손 보겠다는 게 목표지만 기업을 공개한 모든 상장사들, 넓게 보면 우리나라 기업 모두가 타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조항들은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다. 취지는 '공정함'을 내세우지만 법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을 위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 기업에 속한 종업원, 주주뿐 아니라 그 회사와 관련된 협력사 모두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자. 상법 개정안에 있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감사위원을 주주총회에서 별도로 선임하도록 하고, 이 때 대주주는 의결권을 3%까지만 행사하도록 하게 한다. 보유지분이 3%든 30%든 의결권 행사는 같아진다는 얘기다. 적은 지분으로도 충분히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투기자본에 우리 기업들이 휘둘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원래 취지는 대주주로부터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것이지만 헤지펀드 등이 연합해 감사위원을 선임하면 대주주가 아니라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게 된다. 재계 단체들이 줄지어 국회를 찾아가 이런 법안을 다시 살펴달라고 읍소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인다. 한 때 친기업 성향이었던 국민의힘도 대기업 규제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고 한다. 정치권 전반에서 대기업들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정부와 정치권 어디에도 기업을 생각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대기업들은 정말 그렇게 죽을 죄를 진 것인가. 기업하는 사람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면 큰 기업, 좋은 기업이 되는 것이라고 한다. 좋은 인재들이 서로 찾는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월급쟁이들에게는 안정된 직장, 돈 많이 주는 직장, 복지가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게 소원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목표로 하는 대기업은 정부와 정치권에서 보면 불공정과 각종 갑질, 오너들의 전횡이 수시로 일어나는 복마전이다. 이들이 꿈꾸는 목표가 나라를 불공정하게 만들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원흉이다. 지금까지 설익은 정책, 섣부른 판단이 당초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을 수차례 봐왔다. 비정규직 철폐정책 같은 게 대표적인 예다. 재계 단체들이 우려하는 것도 이번 기업규제3법이 원래 취지와 다른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란 게 가장 크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0년부터 의회가 나서 '원인원아웃'이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의 규제를 줄여주기 위해,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동등한 규제 비용을 갖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정책이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신설 규제 비용의 2~3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하겠다며 '원인투아웃' '원인스리아웃'이란 정책까지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왜 영국이 기업들의 규제 해소에 저토록 적극적인지 우리 국회도 생각해봐야 한다.

2020-09-23 15:16:1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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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빙의

빙의(憑依)는 다른 것에 몸이나 마음을 기댄다는 의미이며 일반적으로 누군가의 신체에 다른 영혼이 들어오는 현상으로도 설명된다. 빙의는 정신의학에서는 해리장애로 설명하기도 한다. 빙의현상은 트랜스나 혹은 의식의 변화가 전제 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빙의 상태가 반드시 해리나 전환 장애의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빙의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드물게 집단적이며 개인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빙의는 개인의 주체성과 주변 환경에 대한 인지가 일시적으로 소실되며, 마치 무엇인가에-보통 정령, 함, 신령, 다른 사람-들린 것처럼 또는 들렸다고 믿는 것처럼 행동한다. 질병에 해당하는 특정한 상황이 문화적, 종교적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 정상적 상황과 다른 점은, 전자에서는 본인이 원래 원하지 않고 본인이나 주변사람에게 고통을 주며, 상황이 일어난 행사나 의례가 끝나고 나서도 지속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한 도시 주민 7000명 이상의 설문조사에서 37명이 빙의 트렌스 상태를 보였으며 이중 남자가 9명과 여자 28명을 확인하였다. 이 사람들은 변화된 의식상태, 자신이 했다고 인정하지 않지만 그가 행한 행위, 트랜스 동안 기억 상실을 보고하였다. 보통 이런 상태가 30분 지속되며 감정적 스트레스나 마귀축출의식을 지켜보는 등의 상황에서 발생하였다고 한다. 일종의 빙의로 불리는 상황에서는 과장된 제스처, 공격적이고 명령적인 발언을 하며 특징적으로 화난 상태라고 한다. 야스퍼스라는 철학자가 빙의에 대해 논한 것 중 늑대변형망상이라는 드문 현상도 있다. 늑대변형망상은 환자가 자신이 동물, 문자 그대로 늑대로 변했다고 믿었다고 한다. 보통 영화에서는 보름달이 뜰 때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빙의는 많은 영화의 주제가 되기도 하며 특히 공포영화에서의 주요 주제이기도 하다. 주류 정신치료에서는 인정하지 않으나 최면치료에서도 빙의를 하나의 주제로 다루기도 하는데, 실제 귀신이 몸에 들어오는 경우는 아마도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런 늑대변형망상까지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흔하게 자주 볼 수 있는 빙의 중의 하나는 아마 개의 빙의가 아닐까 한다. 그런 경우 우리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에 대해 개같이 행동한다고도 한다. 특히 알콜이라는 약물은 빙의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화학제라고 할 수 있는데, 대략 액상으로 두 병정도 복용하고 나면 일종의 개변형망상의 증상을 보인다. 그 변화 과정은 이렇다. 대략 청각의 마비가 시작되어서 개와는 다르게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큰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한다. 이후, 시력이 떨어지고 자주 젓가락을 떨어뜨리기 시작하면 점점 개와 유사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개소리를 하기도 하고 이성을 상실하여 여기 저기 광폭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물리지 않게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빙의 해결방법이다. 미신속의 이야기 같지만 현대에도 어쩌면 빙의는 일상적인 현상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2020-09-16 14:57:1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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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포털의 뉴스는 과연 '공정'한가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이 카카오의 포털 뉴스 편집에 불만을 드러냈다는 소식과 함께 '포털의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영찬 의원이 보좌관으로 추정되는 사람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면서다. 당시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에는 윤 의원의 스마트폰 화면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 기사가 다음의 메인 화면에 게재된 캡처 사진이 있었고, "주호영 연설은 바로 메인에 반영되네요"라는 상대방의 메시지가 보였다. 이에 윤 의원은 답글로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주세요"라며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하세요"라고 입력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9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진화에 나섰지만 권력이 포털을 장악하고 있다는 의혹만 간접적으로 증명할 뿐이다. 이낙연 대표는 "(해당) 의원에게 알아보니 우리 당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야당의 대표연설을 불공정하게 다뤘다는 문제의식을 가졌다고 한다"며 "그럼에도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지만 전후 상황을 보면 군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이건 오해라며 적당히 얼버무릴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 측은 "2015년부터 AI 알고리즘이 뉴스를 배치하고 있다"며 마치 자신들은 뉴스 배치와 전혀 관계 없다는 것처럼 입장을 밝혔지만 메시지 전후 맥락을 생각해보면 '인간의 개입'이 충분히 가능한 AI 알고리즘이라는 추측을 할 수밖에 없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포털에서 말하는 알고리즘이란 게 복잡한 IT 전문용어이지만 누군가 사람이 특정 데이터를 입력해야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감안하면 결국 알고리즘도 인간의 개입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윤 의원은 국내 최대 포털이 네이버의 부사장 출신이다. 그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그저 단순히 항의하기 위해 카카오 담당자를 국회로 오라가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메인뉴스가 바뀌는데, 그 순간의 메인화면을 항의하기 위해 카카오 담당자를 부를 정도로 '상식'이 없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뉴스가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에 이미 장악됐다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뉴스는 언론사들이 공급하지만 이런 소매상들의 상품을 모아 소비자들의 구미에 당기게 배치하고 팔아 광고로 이득을 챙기는 포털의 뉴스장악 구조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포털들은 뉴스 선택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자 뉴스제휴평가위원회란 단체를 만들어 공정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 위원회란 단체 역시 누가 만들었는지, 누구를 위해 활동하는지를 보면 본질은 바뀐 게 없다. 오히려 '공정함'이란 가면을 쓰고 뉴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를 현혹시키는 것이란 비판까지 받는다. 이렇게 만든 건 언론사들의 책임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불공정한 운동장을 만들어놓고, 거기에서 서로 치고받고 경쟁하는 선수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제기가 아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즉 플랫폼에 대한 손질이 근본적인 처방이다. 지금 포털의 언론장악은 과거 군부독재시절보다 더 치밀하고 교묘하다. 어렵고 복잡한 전문용어를 써가며 문제를 이리저리 회피하는 포털들을 보면 군부독재보다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아는 놈이 더한다'는 속담이 딱 맞는 상황이다.

2020-09-09 13:10:3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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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스트레스

스트레스라는 말은 이제 일상의 용어가 되어 있으나 정의와 범위는 아직도 복합적이고 복잡하다. 원래 스트레스는 물리학 혹은 역학에서 사용할 때는 '외부에서 가해지는 힘'을 의미한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스트레스를 다양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자극으로서의 스트레스에 대한 정의이다. 이는 자연재해, 해로운 조건, 질병, 해고 등과 같이 환경속의 사건에 중점을 둔다. 이 접근의 경우 상황에 대해서는 표준적인 의미를 정의하지만 그 스트레스에 대한 개인간 차이는 인정하지 않는다. 반면, 반응으로서의 스트레스 정의는 스트레스의 상태를 의미한다. 보통 이런 경우는 그 사람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거나 그 사람이 그 스트레스에 반응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정의는 제한된 측면이 있다. 세 번째로 타당한 심리적 스트레스에 대한 정의는 개인의 자원을 청구하거나 초과하며, 개인의 안녕을 위협한다고 평가되는 인간과 환경간의 관계이다. 그리고 여기서 스트레스인지 아닌지에 대한 결정은 그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사람의 평가에 따라 다르게 된다. 이 점은 사실 객관적인 스트레스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경험하는 스트레스 요소들은 분명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조차도 어떤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더 받거나 덜 받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것을 스트레스로 여기느냐 아니냐 라는 점이다. 더 나아가, 어떤 것을 스트레스로 여기는가 아닌가의 여부는 스트레스에 그 사람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개입하는가와, 어떤 사람의 신념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의 개념은 수세기 동안 존재하여 왔으나 최근에서야 개념화되어 심리학 및 의학에서 연구의 주제로 자리 잡았다.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는 전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도 스트레스 연구에 한 역할을 했다. 현대의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는 제2차 세계 대전과 한국의 6·25전쟁으로 연구가 촉진되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전쟁만큼 인간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를 통해 스트레스는 인간에게는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불가피한 것이며 같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방식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로부터의 영향도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스트레스가 무조건 나쁜가 라고 하는 것도 그 사람과 환경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와 대칭되는 의미에서 유스트레스가 있다. 유스트레스는 스트레스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유스트레스를 경험하는 상태는 운동이다. 운동을 할 때 사실 고통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또 그 때문에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게 되기도 하지만 운동은 우리에게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스트레스다. 다른 영역도 그렇겠지만 사람의 마음과 연관된 영역에서는 역시 마음 먹기 달렸다는 말이 통용되는 측면이 많다. 스트레스도 그러한 영역 중 하나로 생각되는데, 이런 이치를 깨달은 조직 중에는 사훈이 'I Love Stress'인 경우도 있다. 물론, 사장님만 해당되는 사훈일 수도 있다. 유스트레스도 마찬가지이다. 100점 만점인 스트레스 평가에서 최고 점수는 배우자의 사망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딱 50점은 결혼이다. 배우자의 죽음은 고통스러운 스트레스인데, 결혼도 반 정도의 스트레스에 해당된다고 하니 일면 모순되면서도 통찰력 있는 평가 점수가 아닌가 생각된다. 둘의 공통점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결혼을 해야 뭐든 배우자와 사별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혼은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인가? 그건 톰크루주의 부인이었던 니콜 키드먼에게 물어보면 아주 정확할 것 같다.

2020-09-02 09:52:0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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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내편 네편 편가르기... 중도는 없다

언제부턴가 자기네 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세상이 됐다. 특정 의견, 특정 정책, 특정 인물에 살짝이라도 비판 하면 삽시간에 적으로 몰린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거늘, 이런 명제는 안중에 없다. 자신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믿는다. 사이비종교를 보는 듯 하다. 지금 우리는 극과 극만 존재하는 살벌한 곳에서 살고 있다. 때에 따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유연함과 포용은 사라졌다. 어느 곳을 지지하지도 않는 중도와 중용은 설 자리를 잃은 채 입을 닫아버렸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조차 가능했던 정치풍자도 이제는 마음 놓고 하지 못한다. 어느 때보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시대가 됐지만 역설적이게도 특정 세력을 비판하거나 풍자하면 그 지지세력에 의해 풍비박산 난다. 특정인을 지지하는 정치 팬덤이 최루탄과 몽둥이 같이 눈에 보이는 걸 휘두르는 독재정권보다 더 무서운 독설과 비난으로 상대방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예전 공산당의 인민재판을 보는 것 같다. 거대 여당이 등장한 이후 이런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 결과가 총선 압승이라는 결과를 낳았다며, 자신들에게 반대하거나 조금이라도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면 여지 없이 살벌한 응징을 가한다. 여당 대표란 사람이 자신에게 거슬리는 질문을 한 기자에게 쏘아 붙이는 장면은 섬뜩함 이상이다. 그 질문은 기자 개인이 한 것이 아니라 기자들 사이에서 어떤 질문을 할지 논의한 뒤 나온 것이다. 여당 대표가 그런 상황을 몰랐을 리 없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며,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한다. 추호도 망설임이 없다. 여기에 여당은 최근 감염병 예방법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일명 '전광훈 처벌법'이라고 부르면서 특정 세력, 특정 집단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겠다는 여론전도 함께 하고 있다. 이미 '우리 편이 아니면 적'이란 프레임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서부터 윤미향 의원·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윤석렬 검찰총장 등등을 둘러싼 모든 이슈에 따라 붙고 있다. 이런 논쟁에서 자칫 말을 잘못 꺼내면 순식간에 '적폐세력'이 되고 반민주세력이 되어 버린다. 미래통합당마저 이런 정치 팬덤 세력을 무서워 하는 눈치다. 공교롭게도 경제 상황 역시 극과 극으로 갈라지고 있다. 부자들의 부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빈자들의 빚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시켜주는 중산층이 얇아지면서 몰락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미 지난해 '압박받은 중산층(Under Pressure: The Squeezed Middle Class)'란 보고서를 통해 OECD 국가들의 중산층이 몰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치솟는 생활비와 낮은 임금상승률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중산층이 얇아지고, 결국에는 대중들을 선동하는 '포퓰리스트'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직업군의 대변화에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중산층의 몰락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산층, 서민층을 위한다던 현 정부의 분배 정책은 아쉽게도 지금까지는 성공하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그렇게 급격하게 올렸지만 서민들의 생계는 그리 좋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좌절감만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계속 자신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으로 만들 것인가. 지금 권력을 가진 사람들, 힘 있는 사람들에게는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적을 계속 만드는 오만과 독선이 아니라 포용일 것이다.

2020-08-26 09:54:37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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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심리카페] 세뇌

한자로 '뇌를 씻는다'는 뜻의 세뇌(洗腦)는 인간의 정체성 자체를 변화시켜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가치관이나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즉, 물리적 폭력 혹은 정신적 압박 등의 강한 외압을 통해 특정 사상을 갖도록 하는 것인데, 예를 들어 한국 전쟁 때 중국 공산당이 포로인 미군에게 공산주의를 믿도록 강요하였는데, 세뇌라고 부르던 것을 영어로 직역해 brain washing이라고 명명했다. 또한 세뇌는 한 개인을 육체적·정신적으로 감금하여 비밀을 밝히게 하거나 정치적 성향이나 도덕적 확신을 설득하는 것이며 가치관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강력한 신체박탈 상태, 감금, 수면이나 음식의 박탈 등 극한까지 가는 방법을 통해서 지적·정서적으로 붕괴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조건반사로 잘 알려진 파블로프의 연구에서도 세뇌의 기본적인 원리들이 밝혀져 구소련에서는 일종의 통치 공학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고 사료를 주는 것을 강압적으로 반복하였더니 나중에 종소리만 들어도 개들이 침을 흘리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것이 파블로프의 조건화이다. 그런데 파블로프가 추가로 발견한 사실은 극심한 혼란 상태나 목숨의 위협을 경험하는 상태에서는 학습된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조건화에서 보였던 반응과 반대되는 반응까지 보이는 현상도 발견하였다고 한다. 1924년에 레닌그라드에 큰 홍수가 있어 파블로프의 연구실에도 갑작스럽게 물이 들이닥쳤다. 그 때문에 값비싼 기자재나 실험용 개들을 챙길 새도 없이 급하게 사람만 빠져 나오게 되었다. 그 때 연구원 한 명이 물속에서 허우적대던 개들을 어렵게 건져내서 목숨을 구해주었는데 이 일이 있고 나서 기묘한 일이 생겼다. 식사시간을 알리는 종을 쳐도 개들이 꿈쩍을 안했고 몸에 배어 있던 자극 반응의 학습을 모두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을 물에 빠져죽을 뻔했던 충격 때문으로 추측한 파블로프는 동일한 상황을 인위적으로 구성해서 실험했더니 역시 학습된 개들에게서 조건화가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더욱이 학습된 행동이 사라진 것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얌전하던 개가 난폭해지거나 난폭한 개가 얌전해지는 결과도 보게 되었다고 한다. 파블로프의 이러한 연구들은 멀리 미국에까지 전달되어 행동심리학을 촉발시키게 된다. 물론, 학문적인 얼굴로 연구되었으나 사실 이러한 기술은 악의적으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CIA의 '블루버드' 라는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1953년에는 MK 울트라 계획이라는 악명 높은 프로젝트까지 발전하게 되는데, 영화 '본시리즈'의 주인공 제이슨 본은 세뇌된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세뇌는 특수한 방법이 있는 것처럼 이해할 수도 있으나 가장 일반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세뇌는 '반복된 말'이다. 누군가에게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게 하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카드를 긁고 지불을 위한 클릭을 하게 된다. 인간은 실제 마음에 구멍이 듬성 듬성 뚫려있는 연약한 존재이다. 나는 세뇌되지 않는다고 믿거나 확신한다면 다시 한 번 자신이 세뇌되어서 하는 생각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당신의마음연구소 진성오 소장

2020-08-19 09:36:19 윤휘종 기자